13년째 똑같은 정치권 '후쿠시마 입장'…'與면 찬성, 野면 반대' [후쿠시마 기획]
여야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두고 극한 대립을 이어가는 가운데, 지금과는 다른 과거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福島)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출 방침을 밝힌 2020~2021년만 해도 국민의힘은 “타협할 여지가 없다”며 반발했다. 반대로 당시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검증만 되면 굳이 반대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2011년 원전 사고 후 정치권이 말을 바꾸며 13년째 ‘공포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제1 원전 핵연료를 냉각하기 위해 투입된 냉각수·지하수 등 오염수의 해양 방류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른 건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했던 2020년 10월부터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검토에 들어가자마자, 당시 제주지사였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처해 “단 한 방울의 오염수도 용납할 수 없다”며 한·일 법정과 국제재판소에 소송을 걸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2021년 4월 13일 각료 회의에서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을 담은 ‘처리수 처분에 관한 기본 방침’을 결정하자, 국민의힘은 더욱 격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사흘 뒤 의원총회를 열어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출은 어떤 이유로도 결코 타협할 여지가 없다”고 규탄했다. 주호영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오염수 방출을 합리화하고 정당화할 수 있는 어떤 빌미도 우리가 먼저 제공해서는 안 된다”며 “문재인 정부도 ‘원전수 영향이 크지 않다’는 취지의 전문가 의견이 포함된 보고서를 낸 경위에 대해서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선 이어 조태용 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2021년 4월 29일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 규탄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김기현 당 대표 등 현재 여권 고위 관계자들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던 이 결의안엔 “후쿠시마 오염수에는 인체에 치명적인 삼중수소를 비롯하여 60여 종의 방사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데 완전한 제거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금은 ‘핵 폐수’ 용어까지 꺼내 불안감 조성에 고삐를 죄는 민주당도 여당일 땐 국무위원들이 일본을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2020년 10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은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일본 주권적인 영토 내에서 이뤄지는 사안”이라고 발언했다.
문재인 정부 첫 국가안보실장을 지낸 정의용 전 외교부 장관 역시 2021년 4월 19일 대정부질문에서 “IAEA(국제원자력기구) 기준에 맞는 적합성 절차에 따라 한다면 (오염수 방출에) 굳이 반대할 건 없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나아가 ▶과학적 근거 제시 ▶방류 결정 이전 한국과 사전 협의 ▶IAEA에 우리 측 전문가 참여 등 세 가지 방류 허용 기준도 제시했다. 한정애 당시 환경부 장관도 다음날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IAEA에 우리가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거들었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2021년 7월 원자력안전기술원 소속 김홍석 박사를 IAEA 검증팀에 파견했다. 야권 비판에 대해 국민의힘에서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를 그대로 이어받았다”(성일종 국민의힘 우리바다지키기 검증TF 위원장)고 반박하는 이유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위치만 바뀌면 태도가 바뀌는 건 문제”라며 “국민 건강에 관계되는 것을 과학이 아닌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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