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권 확대' 이 말도 상의 없었다" 정부 개혁 꼬집은 국립대
국립대 사무국장 인사를 둘러싼 ‘정부 부처 간 자리 나눠 먹기’ 논란이 교육부의 혁신안 발표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교육계 일각에서는 국립대의 성격상 사무국장 임용을 둘러싼 갈등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국립대 사무국장 인사에 대한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보도 참고자료의 제목에 ‘국립대학 총장의 사무국장 임용권을 완전히 보장하기 위한’다는 취지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대학의 자율성을 더 강하게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국립학교 설치령 등은 국립대 사무국장 직에 고위공무원단인 일반직공무원·부이사관·서기관 등을 임명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폐지하고 교수, 민간전문가 등 총장이 원하는 인재를 직접 선발·임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게 골자다.
인사·행정권 두루 지닌 사무국장 “총장 맞먹는 지위”
국립대 사무국장은 직원 인사, 예산 편성 및 집행관리, 회계 및 결산, 국유재산 및 물품 관리 등 인사와 행정권을 두루 가진 자리다. 정부가 교육부 국장급 인사를 사무국장으로 파견한 것은, 대학의 관리·감독과 예산 관련 업무를 주관하는 교육부와 업무 연관성이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전국 27개 국립대학이 사무국장 직제를 운영해왔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교육부가 총장과 맞먹는 권한을 가진 사무국장을 통해 대학을 좌지우지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지방의 한 국립대 총장은 “교육부에서 내린 사무국장이 태업하더라도 인사 평가에는 총장의 영향력이 미미하다시피 해 애 먹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규모가 작은 대학일수록 ‘교육부의 복심’으로 불리는 사무국장 권한이 커진다”고도 했다.
부적절한 인사가 임용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책임자였던 A국장(2017년), 뇌물수수 혐의 받았던 B국장(2015년) 등이 임명돼 대학이 반발하기도 했다. 개방직인 서울대 사무국장직에 퇴임한 교육부 공무원이 연이어 임명되며 ‘전관예우’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사무국장 자리를 외부에 개방토록 지시한 것도 이런 전례와 무관치 않다는 게 교육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사무국장 자리에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타 부처 공무원이 임명되고 대신 교육부 공무원이 해당 부처에 파견하는 ‘짬짜미’가 중앙일보 보도로 드러나면서 인사를 전면 원상복귀하는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사무국장 임용이 인사혁신 취지를 달성하는 데 부족한 측면이 있다는 비판에 따라, 개혁의 진정성이 온전히 전달될 수 있도록 근원적인 인사제도 혁신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대학에 자율권을 주고 총장의 인사권을 온전하게 보장을 해주자는 취지에서 종합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총장 임용권한 더 넓어져야”…일각선 ‘소통 부족’ 지적도
반면, 개혁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직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 공무원도 교육청이나 대학에 파견 근무해 현장 경험을 쌓을 필요는 있다. 문제가 되는 공무원을 핀셋으로 걷어내고 개방직을 순차적으로 늘리는 식으로 속도 조절을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국립대 관계자는 “막상 개방직으로 돌리니 옆 학교 교수가 사무국장 직에 공모해 대학이 난감한 경우도 있었다”며 “정확한 지침이 내려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립대 총장은 “기존의 사무국장이 국립대와 부처 간 다리 놓으며 국정 철학과 관련해 긴밀하게 소통해온 측면도 있다”며 “대학에 자율권을 준다면서 이번 인사 방침에 대해선 정부가 국립대와 한 마디 상의도 없었던 것은 모순이다. 누구를 위한 혁신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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