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미완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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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60여년 전, 백남준의 스승이었던 존 케이지는 유학생인 그에게 "영어가 유창해지기 전에 많은 글을 써두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존 케이지는 "우리가 어디를 가든 우리의 귀에 들리는 것은 대부분 소음이다. 우리가 소음을 귀찮아한다면 소음은 오히려 우리를 괴롭힌다. 만약 우리가 그것을 주의 깊게 들으려 한다면 소음이 얼마나 환상적인 것인가를 드디어 알게 된다"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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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60여년 전, 백남준의 스승이었던 존 케이지는 유학생인 그에게 “영어가 유창해지기 전에 많은 글을 써두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존 케이지는 “우리가 어디를 가든 우리의 귀에 들리는 것은 대부분 소음이다. 우리가 소음을 귀찮아한다면 소음은 오히려 우리를 괴롭힌다. 만약 우리가 그것을 주의 깊게 들으려 한다면 소음이 얼마나 환상적인 것인가를 드디어 알게 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의 시각에 따라 음악과 소음 사이의 위계는 무화되고, 소음 역시도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예술 작업의 핵심적인 주제였다. 이는 비단 소리의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예술과 비예술로 나뉘는 이 세계의 모든 관습적인 질서에 적용 가능한 관점이었다.
존 케이지는 알았던 것이다. 미숙한 언어만으로 쓰일 수 있는 독특한 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미숙함이 결코 못남이나 부족함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품고 있는 씨앗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아직 영어가 서툰 상태인 백남준에게 많은 글을 써두라고 조언했던 것이리라. ‘미숙함’이란 일시적인 상태이며, ‘능숙함’의 세계로 건너간 이후에는 영원히 되돌아갈 수 없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한 시인은 자신의 아이가 말을 늦게 배우더라도 조급하지 않다고 말한 적이 있다. 언어로 이뤄진 세계에 진입하고 나면 다시는 비언어의 세계로 되돌아갈 수 없기에 아직 언어가 없고 사물이 있는 그대로 펼쳐지는 그 시기에 더 머무는 것은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간혹 어른의 언어를 완벽히 습득하지 않은 아이들의 말에서 직관적이고 투명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언제나 완벽함과 능숙함을 추구하고, 스스로가 어떤 기준에 미달됐거나 불충분하다고 느끼는 것은 사회 구조에 의해 형성된 우리의 습관이다. 현대 사회는 인간의 부족함을 강조하도록 설계돼 있다. 미완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은 완벽함의 상태와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김선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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