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욱의 슬기로운 금융] 오염수 처리비용 아끼려는 日, 안전 위해 얼마든지 쓰는 獨

2023. 7. 3.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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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새 소금값 두배 가까이 급등
타인에 영향 주면서 보상 않는 상황
경제학에선 ‘외부효과’라 명명

日, 수산업 등 간접손실 더 클 수도
獨, 가성비 포기하고 원전 폐쇄
차라리 돈으로 안전을 사자

지난달 초부터 갑자기 소금값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한 달 만에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방출을 앞두고 깨끗한 소금을 미리 장만하려는 소비자들의 대응으로 보인다. 천일염 가격 변동은 정부가 비축하고 있는 소금을 방출하면 일시 진정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오염수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 심리에 달려 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일단 불안해지면 웬만해서는 사그라들지 않는다. 내일(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의 오염수 방출 계획에 대한 최종보고서를 발표한다고 해서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또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타격을 입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이다. 사회적 논란이나 정치적 주장은 종종 먹고사는 문제와 연결될 때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되곤 한다. 사실 이번 사태는 경제학에서 일찍부터 외부효과(externality)라는 이름으로 연구되던 분야다. 외부효과란 어떤 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보상이나 가격 지불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이는 당사자 간 거래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번 일로 가장 큰 손해를 입게 될 일본 수산업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또 어떤 보상을 받게 되는지를 예의 주시한다면 우리에게도 적지 않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안전을 위해서라면 비용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소박한 결론에 도달하지 않을까 싶다.

오염수 방출 피해 보상은 일본 정부가

2011년 3월 11일 동일본지역에 규모 9.1의 대지진이 났다. 지진을 감지한 후쿠시마 원전은 자동으로 꺼졌지만, 지진 직후 15m에 달하는 쓰나미가 덮치는 바람에 원자로 냉각을 위해 비상 가동되고 있던 펌프가 멈춰 버렸다. 이로 인해 원자로의 핵연료봉과 주변 구조물이 녹아내렸고, 900t에 달하는 이 잔해덩어리는 지금까지도 원자로 바닥에 남아 열을 내고 있다. 열을 식히기 위해 냉각수가 투입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물이 하루 100t, 현재까지 약 140만t이 모였다고 한다.

오염수를 처리하기 위해 바다 방류, 대기 방류, 지하 매설의 세 가지 방법이 거론되고 있는데 각각의 비용은 300억원, 3000억원, 2조원 정도라고 한다. 비록 직접적인 오염수 처리 비용은 바다 방류의 방법이 가장 싸지만, 이로 인해 다른 부문이 입게 될 피해를 감안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오염수를 방류했을 때 일본 국민이 아무렇지도 않게 스시를 먹을지는 의문이다. 만일 해산물을 먹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경우 일본 수산업은 피해를 보게 될 텐데, 전체적 시각에서 일본은 직접경비 몇 푼을 아끼려다가 그 열 배, 백 배에 달하는 간접손실을 볼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다른 경제주체가 한 행위로 피해를 보게 될 경우 행위 주체자가 피해자에게 보상을 해주는 방식으로 해결하면 된다. 그러나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후쿠시마 원전 측은 과학적 처리를 통해 방사능은 완전히 제거됐으며 가해자는 자기네가 아니라 대중의 무지(無知)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수산업자는 피해를 피할 수 없다. 통상 억울함이 해소되지 않으면 그 울분은 정권을 향하기 마련이므로 아마도 일본 정부가 개입해 수산업자 피해를 보상하는 선에서 마무리 짓게 될 것이다. 실제로 외부효과는 정부 개입을 통해 처리되는 경우가 많은데, 결국에는 돈 문제로 귀착된다고 봐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물론 국가 간 문제일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당장 일본 정부는 다른 나라의 피해 보상 요구를 묵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끝까지 피해 자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원전 가성비는 외부효과 때문

세계 최고 수준의 일본 기술로 만들어진 원전이 사고가 난다면 우리도 사고가 날 수 있다는 말이다. 나아가 사고가 나면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원자력의 발전단가는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이 원전에 무력 도발을 시도하면 어떻게 될까? 우리 원전이 이런 것까지도 완벽하게 막아내도록 만들어졌는지 모르겠으나 원전 건설 비용에는 안전이 충분히 감안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원전은 여타 발전소에 비해 건설 비용이 배 이상 많이 들기에 이를 낮추려는 노력이 엄청날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 사고 이후 건설 비용이 원자로 1기당 종전 2조5000억원에서 5조원대로 급등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럴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일 원전 건설에 안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면 이 역시 외부효과가 된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건설사 혹은 정부의 행위로 인해 엉뚱한 사람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원전 사고에 대한 국민 불안도 그 피해 중 하나이고, 혹여 사고가 나기라도 한다면 그때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감당하게 될 피해도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참고로 일본은 원전 사고 위험 대응 비용을 원자로 1기당 86조원 정도로 보고 있다).

유럽 경제대국인 독일이 역사적인 탈원전을 실행에 옮겼다. 독일은 지난 4월 15일 이자르2 등 자국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원전 3곳의 가동을 최종적으로 중단하면서 탈원전 약속을 이행했다. 사진은 지난해 3월 바이에른주 에센바흐의 이자르2 원전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연합뉴스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한 또 하나의 국가인 독일의 원전은 보잉747기가 충돌해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건설됐으나 독일 사람들은 비행기 두 대가 연이어 부딪혀도 문제가 없을 정도의 견고함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이해당사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원전 폐쇄를 결정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대란을 겪는 와중이던 금년 4월에 이를 완전히 폐쇄해버리고 말았다. 독일인 특유의 불안심리(Angst)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도 안전을 위해서라면 비용을 얼마든지 지불하려는 자세는 일본과 묘한 대조가 된다.

이제 우리 수준은 가성비만이 아니라 안전성도 고려할 정도는 됐다고 생각한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도 결국은 돈 문제로 귀결될 것이라면 처음부터 돈으로 안전을 사는 것도 괜찮지 않겠는가.

안희욱 LUX경제그룹대표·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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