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32% 치솟았지만...IPO시장엔 짙은 그림자
올해 들어 미국 뉴욕증시가 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꽁꽁 얼어붙은 기업공개(IPO) 시장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올해 상장을 예고했던 상당수 기업도 여전히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지켜보며 고심에 고심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최근 카바그룹의 흥행 등에도 불구하고 연내 본격적인 반등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세이버스 밸류 빌리지, 피델리스 인슈어런스 홀딩스, 코디악 가스 서비시스 등 지난주 진행된 3개 기업의 IPO 분위기를 전하면서 여전히 IPO 시장이 회복 단계에 있다고 보도했다.
중고품 매장운영업체인 세이버스는 상장 첫날인 지난달 29일에만 주가가 27% 뛰어 공모가를 훨씬 웃도는 성적표를 거뒀다. 하지만 같은 날 재보험사 피델리스, 코디악 가스의 성적표는 부진했다. 두 기업 모두 IPO 목표가에 훨씬 미치지 못했고, 상장 첫날부터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는 불과 2주 전 지중해 레스토랑체인인 카바그룹이 거래 첫날에만 100%가량 폭등하며 IPO 시장이 본격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던 것과 대조적이다. 시티그룹의 주식자본시장 글로벌 공동책임자인 더글라스 애덤스는 "IPO시장은 아직 완전히 열리지 않았다. '리빌딩 모드'에 있다"며 "이러한 회복 단계는 일반적으로 일직선으로 가지 않는다(등락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WSJ는 "지난주 거래는 부진한 IPO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실패했다"면서 "시장은 여전히 회복 단계"라고 보도했다.
최근 들어 IPO 시장에는 낙관적인 시그널들이 확인되고 있다. 통상 IPO 지표로 여겨지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올 들어서만 32%가량 뛰어올랐다. 시장 변동성도 낮아졌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지난 3월 말 이후 줄곧 장기 평균인 20선을 훨씬 하회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카바그룹의 성공적인 상장은 많은 투자자에게 2020년, 2021년 호황기를 연상시켰다는 평가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다음 IPO 주자들도 대기하고 있다. 이르면 7월 오디티가 상장한다. ARM은 9월 메가 데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식료품 배달회사인 인스타카트, 마케팅 자동화 플랫폼 클라비요도 곧 IPO에 나설 것이 유력하다. 중국 패스트패션업체 쉬인이 뉴욕증시 상장을 위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서류를 제출했고 올해 말 IPO 가능성이 있다는 외신 보도도 최근 나왔다.
하지만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예상만큼 떨어지지 않는 인플레이션과 기준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경기침체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워낙 큰 탓이다. 특히 올 들어 확인된 뉴욕증시 랠리가 엔비디아, 애플 등 일부 빅테크주에 국한됐다는 점 역시 투자자와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 모두에게 불안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 들어 특수목적합병법인(SPAC)을 제외한 미국의 IPO 규모는 지난달 30일 기준 9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보다는 많은 금액이지만, 2021년과 2020년 같은 시점에 각각 870억달러, 240억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미미하다고 WSJ는 지적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상장한 기업들의 성적도 좋지 않다. 딜로직에 따르면 2020년 IPO 기업들의 주가는 상장가격 보다 평균 34% 하락했다. 2021년과 2022년 IPO 기업들의 주가는 각각 46%, 49% 떨어졌다. IPO를 계획 중인 기업들로서는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시기를 고심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WSJ는 "뉴욕증시 주요 지수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최근 상장된 기업들의 주가는 여전히 좋지 않아 IPO 시장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며 "최근 몇건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향후 몇 달간 IPO 시장이 저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JP모건, 시티,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들의 정리해고가 이어지는 것 역시 이러한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티 로위 프라이스의 사모펀드 책임자인 데이비드 디피에트로는 "자금이 넘치고, 상장을 할 수 있는 기업도 넘치지만, 제대로 할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번뿐"이라고 말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 역시 자체 집계를 통해 올 상반기 전 세계 기업 인수합병(M&A) 및 IPO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약 1조달러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상반기 IPO를 통한 자금 조달 규모는 680억달러에 그쳤다. 이는 전년 대비 3분의 1 이상 감소한 수준이다. 2021년 한해 IPO 규모(5조달러)에도 크게 못 미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토르스텐 파울리는 "IPO 시장이 재개되려면 10∼15건의 거래가 잘 성사돼야 한다"고 전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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