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는 사명자… 주어진 달란트를 따라 목회하듯 살라”
경북 구미시민교회(조민상 목사)의 비전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위대한 교회’다.
2007년 조민상(59) 목사가 담임목사로 부임한 뒤 교인들과 함께 만든 교회의 지향점이다. 조 목사는 부임 직후 장로와 권사·안수집사·청년대표 등이 참여하는 비전위원회를 조직해 6개월 동안 토론하며 교회의 청사진을 그렸다. 그때 만든 비전이다.
지난 29일 교회에서 만난 조 목사는 “거창해 보이는 내용이지만 교회 본질을 찾고 위대한 복음을 전하자는 의지를 담았다”면서 “이를 통해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이라는 사명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교회는 ‘나와 내 가정, 교회의 변화’를 중요한 과제로 여기고 있다. 이런 관심이 조 목사의 목회와 맞닿아 있다.
장로회신학대 신학과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대학원에서 설교학을 전공한 조 목사는 미국 풀러신학교에서 목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 송파구 마천세계로교회에서 17년 동안 전도사와 부목사로 사역한 뒤 구미시민교회를 개척한 정영화 원로목사의 뒤를 이어 2대 담임목사가 됐다.
가난했던 학창시절, 돈을 많이 벌겠다는 막연한 꿈을 꾸던 조 목사가 변화한 건 교회 고등부에서 신규식 선생님을 만나면서부터였다. “선생님은 늘 성경을 읽으라고 하셨죠. 그때는 칭찬받고 싶어서 성경을 정말 열심히 읽었습니다. 고교 시절 네 차례 통독했습니다.”
통독 중 읽은 창세기 28장 15절 말씀이 그를 움직였다.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하신지라.”
이를 통해 하나님이 허락하신 것을 찾기 시작했고 신학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교인들 모두에게도 하나님이 허락한 사명이 있고 이걸 이루기까지 절대 하나님이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런 소신은 ‘모두가 목회자’라는 목회철학으로 이어졌다. 그는 “어린이부터 장년까지 모든 성도가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사명자들이고 각자에게 허락하신 사명이 있다”면서 “이를 추구하며 사는 게 우리 모두에게 맡겨진 주님의 명령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각자의 자리에서 주어진 달란트를 따라 목회하듯 그리스도인으로 살아야 한다고 늘 말하고 있다”고 했다.
이 교회가 공동체의 하나 됨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신앙 공동체라는 의식을 확인하기 위해 교회는 매달 첫 주 성만찬을 한다. 적지 않은 교회들이 1년에 두 차례 성만찬을 하는 것과 비교하면 여섯 배나 많은 셈이다.
조 목사는 “보이는 말씀인 성만찬이 주는 유익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면서 “당회원들이 권사님들의 도움을 받아 성찬용 포도주도 만들고 1부 예배와 청년예배 때는 제가 직접 교인들에게 빵을 떼어 주면서 성도 간의 교제 의미를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인들의 자치권을 대폭 인정하는 것도 이 교회의 특징이다.
구역모임에서 걷는 헌금은 교회 재정에 넣지 않고 자체적으로 집행하도록 하는 게 대표적이다. 구역모임은 헌금의 절반은 구역 운영에 사용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구제에 지출한다.
교인들은 지역의 한 보육원에 거주하는 60여명의 아이들을 위해 어린이날과 성탄절이 되면 선물을 보낸다. 교인들과 결연된 아이들이 원하는 선물을 정하면 직접 구입해 편지와 함께 전달하고 있다. 선물 구입액 상한선은 정해져 있지만 아이들은 해마다 기쁜 마음으로 선물을 기다린다고 한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교회는 교인의 성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인들의 삶이 변화하는데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루에 한 번 경건의 시간, 일주일에 한 번 가정예배, 한 영혼 전도를 하는 ‘1·1·1 운동’도 이 일환이다.
조 목사는 “신학자 하비 콕스가 ‘교회의 본질이 무엇인지’ 물었는데 개인적으로 영적인 사역이 핵심이며 이를 위해 예배를 회복해야 한다”면서 “교인 개인의 신앙 성숙을 위해 1·1·1 운동을 하고 있다면 예배를 위해서는 주제별 시리즈 설교를 하고 있다”고 했다. ‘오직 믿음으로’를 주제로 정한 뒤 교인들이 가져야 할 믿음에 대해 열두 차례에 걸쳐 설교하는 식이다. 조 목사는 해마다 4~5개 주제를 정해 설교한다.
팬데믹 기간 중 교인들은 두 차례 성경을 완독했다. 조 목사는 이 기간 했던 설교를 모아 ‘성경을 따라 말씀에 붙잡혀(쿰란출판사)’라는 제목의 설교집도 냈다. 교회에서 진행하는 성경캠프를 위해 미국에서 방문하는 손님들도 있다. 이 교회와 자매결연을 한 미국 애틀랜타실로암한인교회 교인들이다. 이들은 오는 25일부터 사흘 동안 영어 성경캠프를 함께 개최한다.
조 목사는 “만나지 못했던 긴 시간을 지나 이제 모든 사역이 힘을 얻고 있다”면서 “교회학교 성경학교부터 모든 여름 행사가 열리는 이번 여름이 기대된다”며 반색했다.
구미=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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