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엔 3000원 김치찌개를, 주일엔 ‘영혼의 양식’ 먹인다
점심 한 끼가 1만원을 넘어가는 고물가 시대에 단돈 3000원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식당이 있다. 돼지고기 김치찌개와 무한리필 밥을 제공하는 이곳은 주일에는 교회로 변한다. 평일에는 육신의 양식, 주일에는 영혼의 양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전국에 11호점까지 낸 식당 체인점 따뜻한밥상(따밥)의 이야기다. 따밥은 2020년 연신내 1호점(최운형 목사)에서 문을 연 이래 저렴한 가격에 손님을 배불리 먹이는 사역을 하고 있다.
지난 27일 오전 11시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따밥 외대점에 봉사자로 방문했다. 심성훈(58·따뜻한말씀교회) 목사와 주 3일 따밥 사역을 돕고 있는 김선홍(47·혜화 주현교회) 목사가 기자를 맞이했다. 심 목사는 두 달 전 따밥 10호점을 열고 사장님이 됐다.
2019년 6년간 위임목사로 섬기던 교회에서 사임한 심 목사는 1호점을 운영하는 최운형 목사 제안으로 따밥에서 봉사를 시작했다. 3년 넘게 홀에서 손님을 맞이할 때는 특별한 소명이 없었는데 주방에서 요리를 시작하면서 따밥에 대한 비전이 생겼다. 그는 “평생 요리란 걸 배운 적도 없는 내가 김치찌개 끓이는 법을 처음 배웠는데 낯설지도 않고 거부감도 없었다. 그 순간 ‘사람을 먹이는 일’이 하나님이 주신 사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미소지었다.
따밥 외대점은 평일 오전 11시부터 저녁 7시까지 영업한다. 손님이 언제든지 편하게 찾아오라는 마음으로 브레이크 타임을 없앴다. 마감 시간이 지나 방문한 손님에게도 흔쾌히 따뜻한 한 끼를 제공한다.
이날 심 목사는 기자에게 김치찌개 육수 끓이는 방법을 상세하게 가르쳐주며 “우리 찌개는 특별한 재료도 없고 레시피가 비밀도 아니라 누구나 와서 배울 수 있다. 이 사역의 중점은 돈을 많이 못 벌어도 의미 있는 일을 하려는 마음이 있느냐의 문제”임을 강조했다.
따밥은 여느 식당과 다름없이 조리와 서빙, 테이블 청소와 설거지 등으로 바빴다. 그나마 여름방학이라 학생들이 줄어 손님이 적은 편이라고 했다. 오후 3시30분, 봉사 시작한 지 5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온몸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오전 8시부터 콩나물을 삶으며 가게 오픈을 준비했던 심 목사는 지칠 줄 몰랐다. 그는 손님이 뜸해지자 하던 일을 마무리하곤 묵묵히 성경책과 공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이 공책은 주일 설교 말씀의 토대가 되는 묵상 노트로 시간이 날 때마다 설교 준비를 한다고 했다. 식당은 주일에 예배당으로 사용된다.
따밥에는 한 가지 규칙이 있다. 방문 손님에게 직접 전도를 하지 않는 것이다. 대신 오병이어를 표현한 액자 등 가게 인테리어를 통해 기독교 정신을 녹여냈다. 입간판에는 ‘주일’이 아닌 ‘일요일’이라 적혀 있다. 기독교 용어에 익숙지 않은 손님을 배려하기 위해서다.
그 노력이 빛을 본 것일까. 비기독교인 손님도 심 목사를 ‘사장님’이 아닌 ‘목사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심 목사는 “얼마 전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방문한 손님이 봉사자에게 ‘오늘은 목사님 안 계시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삶의 영역에서 손님과 유대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고 기뻐했다.
이제 막 시작한 따밥 외대점은 임대료를 내고 나면 최소한의 생활비만 남는 상황이다. 심 목사는 “그러나 이상하게 힘들지는 않다. 바빠도 하나님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인지 보람되고 행복하다”며 “오히려 앞으로 더더욱 바빠졌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이날 20대 손님 김강산씨가 따밥 외대점을 방문했다. 김씨는 창원·청주점을 제외한 모든 따밥 지점을 방문해 사장님을 응원하는 청년 크리스천이다. 심 목사는 “이런 크리스천 덕분에 고된 식당 일을 하면서도 힘이 난다”고 했다.
그는 일터를 목회지로 만드는 이중직 목회자의 사명도 밝혔다. “하나님이 이 사역을 열어주심에 감사하다.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최대한 맛있는 육신의 밥과 영적인 밥을 먹이는 목회자가 되겠다.”
글·사진=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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