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주의 시선] 조민을 향한 검찰의 측은지심
결심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를 두고 검찰이 막판 고민 중이다. 어머니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조 전 장관과 달리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비리 가담이 드러난 조씨에 대해 검찰은 기소 결정을 하지 않고 있다. 같은 범죄 행위에 참여했더라도 일가족을 한꺼번에 법정에 세우지 않는 형사사법적 전통을 고려하는 모습이다.
조씨는 2014년 6월 10일 부산대 의전원 입학관리과에 허위로 작성한 입학원서, 자기소개서 등을 제출해 최종 합격했다. 위계공무집행방해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가 있다. 정 전 교수의 같은 혐의에 대한 재판 중 정지된 기간(약 2년 2개월)을 감안하면 공소시효가 7년이 다음 달 만료된다. 이 기한을 넘기면 그는 자신의 행위에 대한 재판을 받지 않게 된다.
검찰이 결정을 미루는 동안 변수가 있었다. 조씨의 어머니는 같은 혐의에 대해 1심부터 대법원까지 세 번 판결 모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1월 대법원은 1, 2심처럼 “조민 등과의 공모관계가 인정된다”며 조씨의 범행 가담을 인정했다.
또 하나의 재판에서도 조씨는 등장한다. 그는 2013년 6월 17일 서울대 의전원 교학행정실에 허위 작성한 자기소개서와 위조된 증빙서류 등을 제출한 혐의도 받는다. 이를 활용해 당시 1단계 전형에 합격했다. 2019년 12월부터 진행된 이에 대한 조 전 장관의 재판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 조씨의 공소시효는 정지된 상태다. 조 전 장관에 대한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정 전 교수, (딸) 조씨와 공모해 서울대 의전원의 입학 사정 업무를 방해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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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학비리 공소시효 8월 만료
부모 재판에서 공모 인정돼
“떳떳하다" 주장, 기소는 언제…
」
재판들 결과가 이럼에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 최근 ‘자성하는 마음’이라는 인스타그램 글을 올렸지만 선택한 일들(의사면허 반납 뜻 공개, 유튜버 활동, 음원 발표 등)을 고려할 때 사법적 판단에 대한 수긍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조 전 장관에 대한 1심 판결 직후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저는 떳떳하다.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 (의사로서의) 자질이 충분하다고 들었다”고 주장한 모습과 달라진 게 없다. 지난 4월 6일 부산지법은 조씨가 부산대를 상대로 제기한 의전원 입학 허가 취소가 부당하다는 소송에서 ‘부산대 측의 입학 취소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그러자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은 법적으로 싸워나가겠다”며 1심 선고 당일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소를 취하한다는 소식은 없다.
조국 전 장관 역시 지난 5월 대구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부산대 조사에서 딸 때문에 다른 사람이 떨어진 적이 없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이 발언은 최근 바른언론시민행동 등 네 개 시민·교수 단체가 선정한 5∼6월 ‘이달의 10대 가짜뉴스’ 중 김남국 의원의 코인 관련 언급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형평성 문제도 있다. 검찰은 2018년 벌어진 숙명여고 내신 조작 사건에서는 교무부장인 아버지뿐 아니라 고교생이던 쌍둥이 자매를 모두 기소했다. 아버지는 2020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확정받았고, 쌍둥이 자매는 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대법원 재판을 받고 있다. 더군다나 조민씨는 쌍둥이 자매와 달리 범행 당시 이미 성인이었다.
검찰이 조씨가 연루된 사건들의 결과를 보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려고 했다면 공모가 최종 인정된 어머니 정 전 교수의 대법원 선고 직후 했어도 됐다. 이 때문에 혹시 조씨를 기소함으로써 받을 수 있는 조씨 가족 지지자들의 반발이나 동정 여론을 의식해 결심을 미뤄온 것은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그런 사이 자신과 부모의 행위에 대한 제대로 된 반성 없이 또 다른 자아실현을 해 가며 ‘이렇게 살아도 된다’는 식의 생각과 모습을 조씨는 키웠다. 구독자 20만 명 넘는 유튜버가 되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족 상황을 배려하는 형사사법적 전통을 끝까지 유지해도 검찰이 크게 비판받지 않을 것이라 한다. 하지만 이 전통은 어디까지나 사회적으로 비교적 약한 이들을 배려하자는 취지의 원칙인 만큼 조씨 가족의 경우 노블레스 오블리주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김경수 전 부산고검장)는 지적이 타당해 보인다. 누군가는 형사적 책임을 면해 남겨진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경우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나아가 범행 가담 정도와 그동안 조씨 일가가 보여준 사법 판단에 대한 반응을 더 크게 고려하는 게 진정한 형사사법적 전통을 지키는 길이 아닐까. ‘기소할 결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한한 측은지심(惻隱之心)이 검찰이 ‘마침내’ 찾을 답이 아니다.
문병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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