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김경숙의 실리콘밸리노트] 구글과 애플의 친환경 경영

2023. 7. 3.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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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김경숙 전 구글 글로벌커뮤니케이션 디렉터

환경문제와 기후위기에 대해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테크기업들이 몰려 있는 실리콘밸리 지역에 살면서 가장 많이 변한 게 있다면 매일매일의 친환경적 생활이다. 탄소중립이나 탄소발자국 같은 거창한 개념을 되새기지 않는다 해도, 가방에는 늘 재활용컵을 넣고 다니고, 공항 갈 때는 목베개와 함께 빈물통을 꼭 챙기고, 장 보러 갈 때는 재활용 시장바구니 서너 개를 챙긴다.

자동차 없이 자전거로 미국 생활 1년 반을 버틴 후에는 전기차를 운전하고 있다. 한국에서 살 때는 쓰레기 재활용 분리수거가 일상적 실천이었다면, 미국 생활에서는 쓰레기가 나오기 전에 쓰레기양을 줄이고 에너지 오염을 사전에 줄일 수 있는 모든 활동에 좀 더 민감해졌다. 지역 공동체에서 함께 살고 있는 기업과 이웃의 실천을 매일 보고 들어서 일 것이다.

「 탄소발자국 줄이는 테크 기업
직원용 전기차 무료충전 혜택
전력사용 적을 때 핸드폰 충전
‘지속가능’은 선택이 아닌 필수

김지윤 기자

기업 차원의 경우 친환경에 대한 책임이 중요해져서 제품 생산, 포장, 배송 단계에서 지속가능 경영 개념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탄소중립과 재활용 에너지 사용 100% 목표를 향해가는 구글·애플과 같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직책명은 조금씩 다르지만 ‘지속가능경영 최고책임자(Chief Sustainability Officer)’라고 불리는 전문지식과 경험을 가진 임원을 두고 있다. 또한 친환경적 기여를 높였는지 매년 그 성과를 공유하는 정기 보고서를 발간할 뿐 아니라 신제품 발표에서도 해당 상품이 탄소중립 등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를 소개한다. 이들 기업은 자사 제품 소비자들이 탄소 배출량 감축에 동참할 수 있는 다양한 신기능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예컨대 구글지도는 목적지로 가는 여러 가지 루트가 있을 경우, 실시간 교통량과 교통신호 등을 고려해 탄소배출이 가장 적은 노선을 먼저 추천하면서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애플 아이폰에 있는 클린 에너지 충전 기능은 사용자가 위치한 지역의 탄소 배출을 예측해, 전력 사용량이 적은 시간대와 탄소 배출이 적은 청정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때에만 선택적으로 충전이 되게 하는 기능이다. 현재 미국에서만 제공되며 원하는 사용자가 선택하는 기능이다. 또 아마존은 배송일이 다른 여러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 ‘박스양을 줄이세요’ 문구가 뜨면서 같은 날 묶음 배송을 추천한다.

이들 테크 기업들은 직원들의 전기차 운전도 장려한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테슬라의 본고장인 캘리포니아주에는 전기자동차가 유독 많다. 특히 실리콘밸리 지역의 전기차 비율은 10대 중 2대꼴로 미국 평균치인 2%의 10배에 이른다. 팬데믹 기간 중 구글 본사 캠퍼스 주차장 여러 곳이 전면 보수되었는데, 전기차 주차 구역이 서너 배 이상 늘어났고, 위치 또한 사무동 가장 가까이에 있다. 가솔린차 주차 구역은 상대적으로 훨씬 먼 곳에 배치해 가솔린차 운전자를 ‘은근히’ 자극하고 있다. 물론 직원들의 캠퍼스 내 전기 충전은 무료이다. 갤런당 가솔린 가격이 다른 주보다 1달러 이상 높은 캘리포니아주에서 무료 충전 혜택은 직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비단 테크기업뿐 아니라 최근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는 트레이더 조 수퍼마켓(일명 트조)도 친환경 모범을 보이는 것으로 유명한 기업이다. 트조는 1970년대 업계 최초로 재활용 장바구니를 도입한 이후, 다양하고 예쁜 디자인의 장바구니를 아주 낮은 가격에 보급하고 있다. 미국에서 4달러가 채 안 되는 트조 재활용백이 한국 중고거래 사이트서 ‘잇템 (꼭 있어야 하는 아이템)’으로 1만5000원 넘게 거래되는 것을 보고 놀랐었다.

트조는 자체 브랜드 제품이 80%를 넘게 차지하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효율적인 제품 포장이다. 박스를 열어 보면 70~80%가 ‘빈통털털’인 일부 한국 과자들의 과대포장 예를 트조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매장 크기가 작은 트조는 효율적인 진열을 위해 제품 개발 때부터 포장박스의 가로세로 크기도 미리 고려해 최대한 실제 내용물 크기에 딱 맞게 만든다. 또한 해양동물들이 목에 걸려 위험에 처하게 하는 맥주 6개들이 묶음용 플라스틱 고리 대신에 트조 맥주는 종이 홀더에 들어 있다. 재활용백을 깜박 잊고 안 갖고 온 손님에게 “봉투 필요하세요?”라고 물으면, 그들은 “미안해요, 오늘 재활용백을 안 갖고 왔어요, 하나만 사러 들렀는데, 계획에 없던 것을 너무 많이 되었어요”라고 대답하며 미안해하기도 한다.

친환경 기업만큼 친환경 생각을 가진 고객들로 가득한 트조. 앞서거니 뒤서거니지 이렇게 기업과 소비자는 늘 함께 간다. 지속가능경영이 기업들의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기업과 소비자가 친환경을 함께 실천할 때 이 지구를 기후위기에서 한 발짝 벗어나게 하지 않을까 싶다.

정김경숙 전 구글 글로벌커뮤니케이션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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