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김경숙의 실리콘밸리노트] 구글과 애플의 친환경 경영
환경문제와 기후위기에 대해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테크기업들이 몰려 있는 실리콘밸리 지역에 살면서 가장 많이 변한 게 있다면 매일매일의 친환경적 생활이다. 탄소중립이나 탄소발자국 같은 거창한 개념을 되새기지 않는다 해도, 가방에는 늘 재활용컵을 넣고 다니고, 공항 갈 때는 목베개와 함께 빈물통을 꼭 챙기고, 장 보러 갈 때는 재활용 시장바구니 서너 개를 챙긴다.
자동차 없이 자전거로 미국 생활 1년 반을 버틴 후에는 전기차를 운전하고 있다. 한국에서 살 때는 쓰레기 재활용 분리수거가 일상적 실천이었다면, 미국 생활에서는 쓰레기가 나오기 전에 쓰레기양을 줄이고 에너지 오염을 사전에 줄일 수 있는 모든 활동에 좀 더 민감해졌다. 지역 공동체에서 함께 살고 있는 기업과 이웃의 실천을 매일 보고 들어서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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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소발자국 줄이는 테크 기업
직원용 전기차 무료충전 혜택
전력사용 적을 때 핸드폰 충전
‘지속가능’은 선택이 아닌 필수
」
기업 차원의 경우 친환경에 대한 책임이 중요해져서 제품 생산, 포장, 배송 단계에서 지속가능 경영 개념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탄소중립과 재활용 에너지 사용 100% 목표를 향해가는 구글·애플과 같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직책명은 조금씩 다르지만 ‘지속가능경영 최고책임자(Chief Sustainability Officer)’라고 불리는 전문지식과 경험을 가진 임원을 두고 있다. 또한 친환경적 기여를 높였는지 매년 그 성과를 공유하는 정기 보고서를 발간할 뿐 아니라 신제품 발표에서도 해당 상품이 탄소중립 등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를 소개한다. 이들 기업은 자사 제품 소비자들이 탄소 배출량 감축에 동참할 수 있는 다양한 신기능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예컨대 구글지도는 목적지로 가는 여러 가지 루트가 있을 경우, 실시간 교통량과 교통신호 등을 고려해 탄소배출이 가장 적은 노선을 먼저 추천하면서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애플 아이폰에 있는 클린 에너지 충전 기능은 사용자가 위치한 지역의 탄소 배출을 예측해, 전력 사용량이 적은 시간대와 탄소 배출이 적은 청정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때에만 선택적으로 충전이 되게 하는 기능이다. 현재 미국에서만 제공되며 원하는 사용자가 선택하는 기능이다. 또 아마존은 배송일이 다른 여러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 ‘박스양을 줄이세요’ 문구가 뜨면서 같은 날 묶음 배송을 추천한다.
이들 테크 기업들은 직원들의 전기차 운전도 장려한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테슬라의 본고장인 캘리포니아주에는 전기자동차가 유독 많다. 특히 실리콘밸리 지역의 전기차 비율은 10대 중 2대꼴로 미국 평균치인 2%의 10배에 이른다. 팬데믹 기간 중 구글 본사 캠퍼스 주차장 여러 곳이 전면 보수되었는데, 전기차 주차 구역이 서너 배 이상 늘어났고, 위치 또한 사무동 가장 가까이에 있다. 가솔린차 주차 구역은 상대적으로 훨씬 먼 곳에 배치해 가솔린차 운전자를 ‘은근히’ 자극하고 있다. 물론 직원들의 캠퍼스 내 전기 충전은 무료이다. 갤런당 가솔린 가격이 다른 주보다 1달러 이상 높은 캘리포니아주에서 무료 충전 혜택은 직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비단 테크기업뿐 아니라 최근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는 트레이더 조 수퍼마켓(일명 트조)도 친환경 모범을 보이는 것으로 유명한 기업이다. 트조는 1970년대 업계 최초로 재활용 장바구니를 도입한 이후, 다양하고 예쁜 디자인의 장바구니를 아주 낮은 가격에 보급하고 있다. 미국에서 4달러가 채 안 되는 트조 재활용백이 한국 중고거래 사이트서 ‘잇템 (꼭 있어야 하는 아이템)’으로 1만5000원 넘게 거래되는 것을 보고 놀랐었다.
트조는 자체 브랜드 제품이 80%를 넘게 차지하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효율적인 제품 포장이다. 박스를 열어 보면 70~80%가 ‘빈통털털’인 일부 한국 과자들의 과대포장 예를 트조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매장 크기가 작은 트조는 효율적인 진열을 위해 제품 개발 때부터 포장박스의 가로세로 크기도 미리 고려해 최대한 실제 내용물 크기에 딱 맞게 만든다. 또한 해양동물들이 목에 걸려 위험에 처하게 하는 맥주 6개들이 묶음용 플라스틱 고리 대신에 트조 맥주는 종이 홀더에 들어 있다. 재활용백을 깜박 잊고 안 갖고 온 손님에게 “봉투 필요하세요?”라고 물으면, 그들은 “미안해요, 오늘 재활용백을 안 갖고 왔어요, 하나만 사러 들렀는데, 계획에 없던 것을 너무 많이 되었어요”라고 대답하며 미안해하기도 한다.
친환경 기업만큼 친환경 생각을 가진 고객들로 가득한 트조. 앞서거니 뒤서거니지 이렇게 기업과 소비자는 늘 함께 간다. 지속가능경영이 기업들의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기업과 소비자가 친환경을 함께 실천할 때 이 지구를 기후위기에서 한 발짝 벗어나게 하지 않을까 싶다.
정김경숙 전 구글 글로벌커뮤니케이션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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