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擧直錯諸枉(거직조저왕)
2023. 7. 3. 00:35
노나라 애공(哀公)이 공자에게 “어떻게 해야 백성이 잘 복종합니까” 하고 묻자, 공자는 “곧음을 굽음의 위에 두면 백성이 복종하고, 굽음을 곧음의 위에 두면 백성이 불복합니다”라고 답하였다. 정직함이 사악함을 이기는 정치라야 백성이 복종함을 천명한 말이다.
우리는 불행하게도 한때 반국가·반민족행위자가 오히려 애국·애족지사를 억압했고, 독재세력이 민주세력을 박해한 적도 있다. 곧음과 굽음이 뒤바뀐 상황에 불복하는 마음이 쌓이고 쌓여 국민이 투쟁에 나섬으로써 마침내 민주화를 이루었다. 그러나 아직도 불행했던 시절의 후유증으로 정부 특히 검찰과 경찰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다. 검찰 출신 대통령이 나라를 이끄는 지금을 기회 삼아 불행했던 과거를 깔끔하게 치유했으면 좋겠다.
‘錯’은 ‘어긋날 착’으로 훈독하는데 ‘措(둘 조)’와 모양이 비슷하여 통용하게 된 것 같다. ‘諸’는 ‘제’가 아닌 ‘저’로 읽으며 ‘지어(之於)’의 줄임말로서 ‘…에(於) 그것(之)을’이라는 뜻이다. ‘擧直錯諸枉’은 곧 ‘擧直措之於枉’이므로 ‘곧음을 들어 굽음의 위에 두다’라고 해석한다. 정직이 사악을 이기는 나라여야 국민이 희망을 갖고 바르게 산다. 더 이상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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