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2035] Z세대와 일하기 어렵다고요?
“인턴 때는 존대하다 수습이 끝나니 그렇지 않으신데 이유가 있나요?” 수습을 마친 후배 기자가 지난해 초 내게 물었다. 난데없는 질문에 “별 이유는 없다”고 얼버무린 것 같다. ‘입사가 확정되지 않은 인턴이라 존대를 했고, 우린 구면이니 언론사 문화에 따라 반말을 한다’는 답변은 뭔가 구악 같고 논리적이지도 않아 보였다. 세대론, 지긋지긋하지만 이것이 요즘 후배인가. 아니면 오피스 빌런? 함께 일해보니 그는 처음이라 서툰 것 외에는 나무랄 게 없었다. 당시 회사 문화와 호칭 등 관련 정보가 정말로 궁금해 물었던 것 같다.
최근 한 IT스타트업 팀장 A씨는 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 팀원 때문에 당혹스러웠다. 그가 회사에 잘 적응하는지, 업무는 어떤지 듣고, 회사 상황 등을 설명하기 위해 퇴근 전 가벼운 면담을 했다. 대화를 마치고 직원이 나가자마자 A씨의 스마트폰 알람이 울렸다. 해당 직원이 연장근무 승인 신청을 한 것. A씨는 퇴근 시간이 30분쯤 지났어도 이게 과연 근무인가 싶었지만 어렵게 구한 직원이라 결국 승인을 해줬다고. 이 얘길 들은 내 또래들은 저마다 Z세대 후일담을 풀었다. 눈치와 책임감이 부족하고 권리만 주장한다는 게 요지였다.
Z세대를 성토하는 건 우리나라만이 아닌듯하다. 미국의 한 구직정보업체가 지난 4월 기업관리자 1344명을 조사한 결과 74%가 ‘다른 세대보다 Z세대 직원과 일하기 더 어렵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업무능력 부족, 노력과 동기 부족, 생산성 부족 등을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이런 의문도 든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들이 업무 능력, 생산성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게 아닌가. 의욕과 동기가 부족한 것에는 업무 구조·조직 문화 문제는 없나. 교육은 제대로 이뤄졌나.
한국리서치의 올 2월 조사에 따르면, 윗세대가 생각하는 Z세대 특성과 Z세대가 평가한 자신들의 특성은 차이가 있었다. 윗세대는 Z세대가 즉흥적이고 저항인식이 강하고 사교성이 약하다고 봤지만, Z세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Z세대는 사회 및 타인과의 안전한 관계 형성, 규범 준수를 중요한 가치로 여겼지만, 윗세대는 그렇게 보지 않았다. 이동환 수석연구원은 “Z세대가 삶에서 추구하는 가치는 다른 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며 “오해의 시선을 거두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Z세대와 일하기 어려운 건, 이들에 대한 오해와 편견 탓은 아닐까. 직장에 첫발을 뗀 이들이 뭔가 모른다는 것조차 모를 수 있는데 교육이 부족했던 건 아닌가. 나의 첫 부장이었던 논설위원 선배가 언젠가 해준 말은 실마리가 될 수 있다. “5년차나 10년차나 하나같이 자기 때는 안 그랬대. 자기들이 죄다 무언가의 마지막 세대래. 내가 볼 땐 다 비슷했어.”
여성국 IT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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