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직 대통령 아들들도 동참…이승만기념관을 통합 계기로
대립하던 아버지 시절 넘어 건립추진위 고문 맡아
진영 논리 떠나 공과 모두 알리는 데 여야 동참하길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추진위원회에 박정희·노태우·김영삼·김대중 등 전직 대통령의 아들들이 모두 동참했다. 최근 발족한 건립추진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아들 박지만 EG 대표이사와 노태우 전 대통령 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등이 고문으로 이름을 올렸다. 정치 성향을 뛰어넘어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의 기념관을 세워야 한다는 데 뜻을 모은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이 전 대통령은 항일운동에 매진하고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을 지내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토대로 한 대한민국의 건국을 이끌었다. 한국전쟁 시기 거부하는 미국과 사투를 벌이다시피 한 끝에 상호방위조약 체결을 끌어내 한·미 동맹을 맺었다. 경제 발전이 가능한 안보의 틀을 마련함으로써 지금 같은 한국의 위상을 가능케 했다. 북한이 농지를 무상 몰수, 무상 분배한 것과 달리 유상 매입, 유상 분배한 것도 두드러진 업적이다. 그 결과 북한 농민이 사실상 정권의 소작농으로 전락한 것과 달리 남한에 자작농이 자급자족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진영 간 평가가 엇갈리면서 사후 60년 가까이 이승만기념관은 세워지지 못했다. 3·15 부정선거 등 분명한 잘못도 있는 게 사실이다. 건립추진위원장을 맡은 김황식 전 총리는 “공과(功過)를 균형적으로 보는 시각이 중요하다”며 “진영 논리로만 배척할 게 아니라 머리를 맞대고 사실관계를 가려 국민께 알리자”고 호소했다. 아버지 대에 정권 반대 투쟁과 가택연금 등으로 서로 마찰이 심했음에도 전직 대통령들의 아들 세대까지 동참한 것이 이런 공감대를 보여준다.
건립추진위에는 민주당 계열 인사와 4·19 학생운동 주도층, 이 전 대통령의 정적(政敵)으로 꼽히는 죽산 조봉암의 기념사업회 부회장도 참여했다. ‘이승만 타도’를 외쳤던 4·19 주역 50여 명은 지난 3월 현충원의 이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를 추진 중인 윤석열 정부는 국가보훈부를 중심으로 기념관 건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대선후보 시절 이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역사의 한 부분”이라고 말했었다.
건립추진위는 다른 전직 대통령 기념관과 마찬가지로 전직대통령예우법에 따라 국가에서 일부를 지원받되 나머지는 국민 성금을 모아 진행하기로 했다. 극심한 진영 간 대립으로 국론 통합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추진위 발족을 환영하며 “이 전 대통령을 바로 알리고 국민의 관심을 끌어냄으로써 국민 통합의 계기를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당도 건립에 동의해 역사적 화해와 통합을 시작하는 계기로 삼아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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