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 약물치료가 최선인가…한의학이 본 '반전 해법' [건강한 가족]
기고 선재광 대한보구한의원 대표원장
요즘 주변 사람들 5명 중 1명은 콜레스테롤(특히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는 이유로 고지혈증 진단을 받고 고지혈증약을 먹고 있는 것 같다. 고지혈증은 혈액에 지방이 많은 상태를 가리킨다. 혈액 내 총콜레스테롤이 200㎎/dL 이하면 ‘바람직한 상태’라 하고, 201~239㎎/dL는 ‘경계 상태’라고 본다. 이 기준 수치는 서양의학에서 정한 것으로, 환자가 느끼는 증상이나 컨디션은 고려하지 않고 검사상 수치만으로 고지혈증을 진단한다. 게다가 이 수치는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고지혈증을 인체 현상이자 ‘미병(未病)’ 상태로 본다. 미병 상태인 고지혈증은 약을 먹을 것이 아니라 근본 원인인 생활습관의 잘못된 점을 찾아 개선해야 한다. 고지혈증은 정말 약을 평생 먹어야 하는 심각한 질병일까? 고지혈증약의 핵심은 스타틴(statin)이라는 성분이다. ‘스타틴은 심근경색·뇌졸중 발병률은 물론 사망률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심지어 스타틴을 복용한 환자 그룹의 사망률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까지 발표되고 있다. 고지혈증 약은 콜레스테롤 합성에 관여하는 HMG-CoA 환원효소의 작용을 억제함으로써 콜레스테롤 합성을 줄인다. 그 결과 겉으로 드러나는 콜레스테롤의 수치는 낮아지지만, 여러 부작용과 질병을 낳는다. 스타틴 복용자의 3분의 1 정도가 근육병증을 겪고 있으며, 근육 약화는 아주 흔한 부작용이다. 또 스타틴은 간 손상, 고혈당증, 두통, 현기증, 메스꺼움, 피로, 혈소판 감소, 수면장애, 비만 등을 유발한다. 특히 다발성 신경병증(말초신경이 손상돼 발생하는 다양한 신경학적 장애)을 유발해 감각 둔화, 통증, 손발 저림 증상이 생길 수 있다. 게다가 ‘친유성 스타틴’으로 분류되는 약물들은 치매와 관련이 있으며 기억력 손상, 방향 상실, 혼돈을 일으킬 수도 있다.
더구나 고지혈증약 복용으로 체내의 강력한 항산화제인 코엔자임Q10이 부족해질 수 있다. 코엔자임Q10의 체내 합성 경로가 콜레스테롤과 동일해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는 약물을 먹으면 코엔자임Q10의 체내 합성 역시 함께 억제되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고지혈증의 원인을 담음(痰飮), 식적(食積), 어혈(瘀血), 비장의 기능 약화로 본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만으로 고지혈증을 진단하는 서양의학과는 차이가 있다.
담음은 체내를 순환하는 진액에 노폐물이 쌓인 상태다.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장기간 섭취했을 때 담음이 생긴다. 담음은 기관지, 각종 장기, 장관, 림프관, 관절, 자궁, 방광, 생식기 등 거의 전신에 발생할 수 있다. 가래, 노란 콧물, 장내 가스 등이 담음의 징후다. 식적은 음식을 필요 이상으로 섭취해 문제가 생기는 상태다. 지나친 스트레스로 위와 장에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위와 장의 기능이 저하됐을 때, 비위가 약해졌을 때 생긴다. 소화불량, 더부룩함, 불쾌감, 복통 등이 모두 식적에 의한 증상으로 고지혈증 증상과 유사하다. 건강한 음식을 적당히, 천천히, 기분 좋게 먹어 음식이 잘 소화되고 배설되면 식적이 생기지 않는다.
또 어혈은 국소적으로 혈액 순환이 정체되거나 변화된 상태, 혈액이 흐르는 속도가 떨어져서 정체된 상태를 말한다.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기혈의 순환장애(저체온이 대표적)가 있을 때, 질이 나쁜 음식을 먹었을 때 어혈이 잘 생긴다. 게다가 비장은 먹은 음식을 에너지로 만들어 전신으로 보내고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는 작용을 한다. 비장의 기능을 약화하는 원인은 과도한 식사, 운동 부족이다. 질 좋은 음식을 적당량 먹고 운동을 꾸준히 함으로써 비장의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이 네 가지 원인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모두 과식, 스트레스, 운동 부족에서 왔다는 점이다. 즉 몸에 나쁜 식습관, 생활습관이 담음·어혈·식적을 일으키고, 비장 기능을 약화하며, 혈액과 혈관 건강을 해쳐서 기혈 순환을 방해하고, 결국 고지혈증까지 유발하는 것이다.
고지혈증의 근본 치료는 이 네 가지 원인을 다스리는 식이요법, 생활습관의 교정, 운동요법에서 시작돼야 한다. 여기에 수천 년간 정교하게 발전해 온 한의학적 치료법을 병행한다면 혈액과 혈관이 건강해지는 것은 물론 면역력과 자연치유력이 강화되면서 고지혈증약 없이도 충분히 고지혈증을 극복하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 질병 역시 발병의 원인을 제거하면 몸은 원래대로 돌아온다. 이것이 자연의 순리다.
자연 안에 해결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학적으로 합성한 약물을 통해 해결하려는 행위는 건강해지기보다 약물 부작용으로 오히려 건강이 악화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 영부인 최초 '아오자이' 입은 김건희 여사..."반했다" | 중앙일보
- 목에 닭뼈 걸리자 "콜라 드세요"…환자 놀래킨 이 처방의 결과 | 중앙일보
- ‘전지현 아파트’ 줍줍 신화…분양가보다 60억 올랐다 | 중앙일보
- "북한산 정상 초토화"…까맣게 덮은 러브버그 방제 않는 이유 | 중앙일보
- '잠든 전여친에 강제 성관계' 기소 안한 檢…法이 뒤집었다 | 중앙일보
- 최강욱 그 건은 빙산의 일각이다…檢 당황시키는 '법원 행보' | 중앙일보
- '하루천하'로 끝난 러 바그너 반란…아프리카에 닥친 뜻밖 파장 [세계 한잔] | 중앙일보
- 위급환자 '뺑뺑이' 헤맬 때…"퇴원 못해" 응급실 1년살이 꼼수 | 중앙일보
- "바지 속 비친다" 논란 이겨냈다…요가에 진심이면 생기는 일 [비크닉] | 중앙일보
- "난 도연법사"...자숙한다던 도연스님 '25만원 유료강좌' 개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