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담장 넘네, 이 독수리
독수리의 날갯짓이 매섭다. 한화 이글스 돌풍의 주역 노시환(23)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번진다.
프로야구 올 시즌 초반의 주인공은 롯데 자이언츠였다.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바통을 한화가 이어받았다. 한화는 지난달 3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승리, 2005년 이후 처음으로 7연승을 달렸다. 이어 7월 첫 경기에서도 삼성을 꺾고, 6953일 만에 8연승을 기록했다. 2일 경기에선 외국인 투수 페냐가 등판했지만, 삼성에 1-2로 져 연승 행진을 멈췄다. 그러나 한화는 더는 나약한 독수리가 아니다. 중위권 도약은 물론 가을 야구 진출을 노린다.
한화 돌풍의 중심엔 3번 타자 노시환이 있다. 노시환은 지난달 28일 대전 KT 위즈전부터 1일 대구 삼성전까지 3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렸다. 특히 지난 1일 경기에선 홈런 2개를 때려냈다. 삼성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의 빠른 볼을 완벽한 타이밍에 당겨쳐 좌월 홈런을 만들었다. 그 다음엔 커브를 밀어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힘과 기술, 모두 발전했음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노시환은 2일 현재 홈런(17개)과 타점(52개) 2위, 최다안타(92개) 3위를 달리고 있다. 노시환은 “홈런 욕심을 내지 않고 지금처럼 꾸준히 하려고 한다”면서도 “마음 같아선 전반기에만 30개를 쳐서 팀 승리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노시환은 2019년 2차 1라운드 3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오른손 거포인 데다 내야 수비까지 가능해서 구단과 한화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시즌 첫해엔 부진했지만, 2020년엔 홈런 12개, 2021년엔 홈런 18개를 날렸다. 지난해엔 데뷔 후 가장 좋은 타율(0.281)을 기록했지만, 홈런이 6개로 줄었다. 그러나 올해는 정확도(타율 0.315)와 장타력,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중심타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김남형 한화 타격코치는 “히팅 포인트가 뒤쪽에 있었는데, 지난해 장타를 늘리기 위해 앞쪽으로 옮기려다 보니 어려움을 겪었다. 마무리 훈련에서 타격 폼을 수정했는데 그 효과를 보고 있다. 사실 기술적인 문제를 알아도 실행에 옮기는 건 어려운데 노시환이 각고의 노력 끝에 장타력을 살려냈다”고 설명했다.
위기도 있었다. 5월 13일 SSG 랜더스전부터 43타석 동안 무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그는 이 슬럼프를 이겨냈다. 김남형 코치는 “무안타일 때도 강한 타구가 많이 나왔다. 그래서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고 했다. 노시환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만, 자신을 돌아보면서 올라갈 날만을 기다렸다”고 했다.
한화는 2018년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뒤, 4년 동안 9-10-10-10위에 그쳤다. 노시환에게도 승리보다는 패배가 익숙하다. 노시환은 “이런 기분은 처음 느낀다. 5연승도 못 해 봤는데…”라며 “요즘은 경기에 나설 때마다 이길 것 같다. 지고 있어도 뒤집을 것 같다. 우리 투수들이 잘 던져서 이기고 있으면 뒤집힐 것 같지 않다. 이런 기운들이 뭉치니 계속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6월 중순까지만 해도 한화 타선은 무게감이 떨어졌다. 노시환과 이적생 채은성이 고군분투했지만, 힘이 떨어졌다. 하지만 새 외국인 타자 닉 윌리엄스가 합류하면서 중심타선의 무게감이 올라갔다. 리카르도 산체스-문동주-펠릭스 페냐로 이어지는 한화의 1~3선발 투수진은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는다.
한화는 ‘만년 꼴찌’ 팀이었다. 그런데도 한화 팬들은 항상 열렬한 응원을 보내 ‘보살’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최근 ‘이기는 맛’을 느낀 한화 팬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삼성과의 대구 3연전에서도 많은 팬이 야구장을 찾아서 응원했다. 노시환은 “대구에 이렇게 팬들이 많이 온 건 처음이다. 우리가 야구만 잘하면 팬들이 이렇게 기뻐한다는 걸 느꼈다. 야구를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올해는 ‘가을 야구’를 꼭 해보고 싶다”며 웃었다.
대구=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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