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찮은 심판 판정에…U-17 변성환호 한·일전 복수 실패
후반엔 日 골키퍼 노파울 판정
한국 17세 이하(U-17) 축구대표팀이 석연찮은 심판 판정으로 일본에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21년 만의 정상 탈환이란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예상 밖 선전으로 한국 축구의 미래를 밝혔다. 대회 상위 4개 팀에 주어지는 U-17 월드컵 본선 진출권도 확보했다.
변성환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일 태국 빠툼타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U-17 아시안컵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0대 3으로 졌다. 한국은 지난 경기에서 보여줬던 공격적인 플레이로 맞섰지만 수적 열세를 이기지 못하고 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1985년 대회 출범 이래 한·일전 결승이 성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변 감독은 전날 사전 기자회견에서도 “대회 전부터 상상했던 매치업인데 현실이 됐다. 역량을 모두 다 쏟아내 우승하겠다”며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각급 연령별 대표팀 모두 최근까지 일본에 크게 패했던 터라 이번 경기는 ‘복수전’의 성격도 강했다. 한국은 2021년 3월 A대표팀 친선경기부터 2022년 6월 U-16 인터내셔널 드림컵, 같은 달 U-23 아시안컵 8강, 7월 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까지 4경기 연속 일본에 지며 자존심을 구긴 바 있다. U-17 대표팀 역시 지난해 맞대결에서 0대 3으로 패한 상태였다.
변 감독은 이날 4-3-3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주장 김명준(포철고)을 선봉으로 세운 뒤 그간 활약해온 최정예 멤버들을 선발로 기용했다. 측면에 윤도영(충남기계공고) 양민혁(강릉제일고), 미들라인에 진태호(영생고) 임현섭(매탄고) 백인우(용인축구센터 덕영), 포백으론 서정혁(영생고) 고종현(매탄고) 강민우(현대고) 이창우(보인고)를 내보냈다. 이번 대회 전 경기 선발로 나섰던 홍성민(포철고)은 이날도 골키퍼 장갑을 꼈다.
강하게 퍼붓는 비가 변수였다. 흠뻑 젖은 잔디 위에서 부상 우려가 높아진 데다 볼 컨트롤도 쉽지 않았다. 결승에 오르기까지 지난 경기에선 선제골을 빠르게 뽑아냈던 두 팀이지만 탐색전이 길어지며 팽팽한 흐름을 이어갔다.
위기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왔다. 전반 종료 1분가량을 앞두고 중앙수비수 고종현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경합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견제였지만 심판이 두 번째 옐로카드를 꺼내들면서 순식간에 선수 한 명을 잃은 한국은 남은 경기를 핸디캡을 갖고 치르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이어진 일본의 프리킥 찬스에선 선제골까지 허용했다. 키커로 나선 나와타가 때린 오른발 슈팅이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한국이 전반전 볼 점유율에서 51%로 근소하게 앞서는 모습을 보였기에 더욱 뼈아픈 실점이었다.
후반 들어선 한국의 수적 열세가 두드러졌다. 일본이 한국의 골문 앞을 수월하게 뚫는 동안 한국의 공격은 눈에 띄게 움츠러들었다. 앞서 선제골을 넣었던 나와타가 후반 21분 페널티 지역 중앙으로 쇄도하며 빈틈을 정확히 공략하면서 일본은 2-0으로 달려나갔다. 나와타는 이날 대회 5호골을 기록하며 득점 선두로 올라섰다.
한국은 조직적인 수비로 맞서며 차분히 역습 기회를 노렸으나 석연찮은 판정으로 흐름이 완전히 끊겼다. 후반 38분 김명준이 일본 수비 빈틈을 찾아 골문 앞까지 달려나가다 골키퍼 손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김명준의 발이 먼저 볼에 닿았음에도 파울 선언이 되지 않자 변성환 감독도 강하게 항의했다. 하지만 몽콜차이 페치스리 주심은 오히려 변 감독에게 옐로카드를 부여했다.
후반 추가 시간엔 버저비터 쐐기골까지 나오면서 지난해 0대 3 패배를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경기 종료 직전 미치와키가 세 번째 골을 터트리면서 일본은 승리를 자축했다.
한국은 비록 21년 만의 정상 탈환엔 실패했지만 이 대회 상위 4팀에 주어지는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본선 티켓을 거머쥐면서 소기의 목표는 달성했다. U-17 월드컵은 11월~12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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