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전여친에 강제 성관계' 기소 안한 檢…法이 뒤집었다
잠이 든 전 여자친구를 상대로 강제 성관계를 한 남성에 대해 '준강간죄'가 성립하는지에 대해 검찰과 법원이 각기 다른 법적 판단을 내놨다. 검찰은 남성을 불기소 처분했으나, 법원은 이를 뒤집고 "기소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정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30부(부장판사 강민구)는 20대 여성 A씨가 전 남자친구인 30대 B씨에 대한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낸 재정신청을 지난 4월 인용했다.
재정신청이란 고소·고발인이 수사기관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판단을 구하는 제도다.
B씨는 2021년 1월 잠든 상태였던 A씨를 성폭행하고, 그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조사 결과, 당시 A씨는 몸살 기운에 약을 먹었던 데다 다리를 다친 상태였다.
A씨는 카메라 소리를 듣고 깨어났고 B씨의 휴대전화를 빼앗았다. 증거 동영상은 자신의 휴대전화로 전송해 보관했다.
당시 A씨는 형편이 좋지 않아 건강을 회복할 때까지 '신체 접촉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전 연인이었던 B씨 집에 잠시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B씨를 준강간치상, 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해 8월, B씨의 준강간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불기소이유서에서 "부부관계·연인관계에서 상대방이 자고 있을 때 성관계를 한다고 해서 곧바로 준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잠든 새 성관계, 연인이어도 승낙했다 보면 안돼"
A씨 측은 검찰이 '가정적 승낙'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재정신청을 냈다. "사건 당시 A씨가 B씨의 성관계 및 촬영 의사를 미리 알았다면 허락했을 것이라고 곧바로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A씨 측은 "연인 사이라고 하여 잠든 사이 일방적 성관계를 승낙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불법촬영을 하는 등 비정상적인 성관계였다면 더더욱 그렇다는 것이 법원 판례의 태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부부간 강간죄도 인정되는 현 시대에, 연인 관계라는 이유만으로 자고 있을 때의 일방적 성관계에 대한 가정적 승낙이 있다는 판례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며 "이런 법리를 검찰의 공식적인 성(性)인식인 것처럼 공표하는 것은 너무나 부적절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재정신청 재판부는 A씨 측의 이런 주장이 타당하다고 보고 재정신청을 인용했다.
법원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이면 검찰은 공소를 제기해야 한다. 법원의 판단 이후, 검찰은 B씨를 지난 5월 준강간치상 혐의로 기소했다.
B씨의 준강간치상 혐의 1심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승정)가 심리한다. 오는 14일이 첫 공판이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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