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항' 없앤 수능, 11월16일... 누가 수혜자 될까
[신정섭 기자]
▲ 6월 모의고사 준비하는 수험생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치러진 지난 6월 1일 서울 용산구 용산고등학교에서 한 3학년 학생이 마스크를 벗은 채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 연합뉴스 |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일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 세부계획을 공고했다. "학생들이 학교교육을 충실히 받고 EBS 연계 교재와 강의로 보완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적정 난이도를 갖춘 문항을 출제할 것"이라는 게 교육과정평가원 측이 발표한 핵심 내용인데, 작년 이즈음 발표한 2023학년도 수능 버전과 판박이로 보인다.
굳이 그때와 차이점을 찾는다면 '적정 난이도를 갖춘 문항'에 방점을 찍었다는 것 정도다. 그럼에도 재학생, 졸업생 가릴 것 없이 수험생들은 여전히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킬러문항이 없어진 자리에 뭐가 얼마나 들어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헷갈린다는 것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대체로, 킬러문항 없이 적정 난이도를 갖추려면 정답률 20~40% 정도의 다소 어려운 문항수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예측한다. 즉 다시 말해서 정답률 20%(수학 단답형은 10%) 미만의 킬러문항이 사라질 경우, 그 자리에 정답률 20%대 또는 30% 초반대의 고난도 문항을 많이 배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 교육부 오승걸 책임교육정책실장이 지난 6월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교육 경감 대책 발표장에서 수능에 출제된 '킬러문항'(초고난도문항) 사례를 공개하고 있다. |
ⓒ 권우성 |
만약 전문가들의 이러한 예측이 적중할 경우, 이는 오히려 성적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왜냐하면 어차피 킬러문항 해결에 초점을 맞춰 공부한 학생들은 고난도 문항수가 늘어나도 무난하게 풀 것이기 때문이다. 사교육을 많이 받은 학생이 유리한 것은, 킬러문항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마찬가지일 거라는 얘기다.
반면, 6월 모의평가에서 평균 2~3등급을 받은 중상위권 학생들은 다소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다. 수학을 예로 들면 중상위권 학생들은 킬러문항에는 손대기 어려워 정답률 20~40%대의 다소 어려운 문항 풀이에 집중해 왔을 텐데, 이번 여파로 해당 문항수가 늘어나게 되면 총 문제풀이 시간이 부족하거나 실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킬러문항 배제가 중상위 학생들에게 악재로 작용한다면 정책 실패의 후폭풍 또한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 표준점수 최고점이 151점으로 매우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은, 또 교육부가 지목한 킬러문항의 수가 가장 많았던 수학 부분은 조금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어디까지나 '조금'일 뿐이다. 너무 쉬워지면 최상위 변별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반면 국어영역은 6월 모의평가 만점자 수가 너무 많았다는 지적을 받은 만큼, 표준점수 최고점을 140점대 초반에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절대평가로 치러지는 영어는 6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난이도를 유지할 것이다.
향후 관련한 주요 일정으로는 오는 9월 6일(수) 9월 모의평가가, 11월 16일 수능시험 시행이 있다.
EBS 연계 체감도 상승할 듯... 섣부른 예측은 금물, '모르는 게 약'일수도
한편, EBS 연계 체감도는 다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정평가원이 "EBS 수능 교재 및 강의 연계율은 50% 수준을 유지하되, 연계 교재에 포함된 도표, 그림, 지문 등 자료 활용을 통해 연계 체감도를 높일 방침"이라고 밝힌 데다, 대통령까지 나서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은 출제에서 배제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넉 달 보름 앞으로 다가왔지만 교육부는 아직 '킬러문항'의 정의도 제대로 내리지 못하는 듯 보이고, 향후 킬러문항을 걸러낼 '출제 점검위원' 인력풀 추천을 단 하루 만에 마무리할 만큼 시간에 쫓기는 등 우왕좌왕인 모습이다. 조만간 9월 모의평가 출제 합숙에 들어갈 교육과정평가원도 갈피를 잡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렇게 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수험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어쩌면 '모르는 게 약'일 수도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섣부른 난이도 예측은 금물이고, 학습 전략이나 공부 습관을 갑자기 바꾸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킬러문항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무엇이 들어오든, "학교 교육을 충실히 받은 학생은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내겠다"고 밝혔으니 교육당국의 이 말을 믿고 따르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촉발된 수능 대혼란 사태가 어떻게 일단락될지, 오는 9월 6일에 치러지는 모의평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도둑 맞고 팔려 가고... 고려 주전자의 기구한 사연
- 신변 위협 시달리는 전세계 팩트체커들, 그래도 계속 싸우는 이유
- 병나발 부는 MZ? '난년' 이영지의 특별함
- 평범해 보이죠? 근데 여기, 보통 우체국이 아니랍니다
- 조선은 당쟁 때문에 망해? 그가 아직 살아 있구나
- 무력감이 나를 덮칠 때, 이 생각은 도움이 됩니다
- '욱일 문양 보드' 11살 참교육? 그 개운치 않은 뒷맛
- 윤 대통령 "통일부=대북지원부 안 돼" vs. 민주당 "제2국정원 만드나"
- '궁전 뷰'라던 숙소, 창문 열고 한참을 웃었네
- 거제 '영아 암매장' 혐의 사실혼 부부 구속... 범행 자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