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와 닮은 해당화를 약재로 쓸 때
미술관에 있는 작품 속에서 한의학과의 연관성을 찾아봅니다. 인류의 역사와 문화, 생활 안에 숨어있는 건강 정보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윤소정 기자]
해당화
- 만해 한용운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워합니다.
철 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하였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입니다 그려.
시름없이 꽃을 주워서 입술에 대고 '너는 언제 피었니' 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 해당화 열매 굴업도_0017, 신미숙 |
ⓒ 공유마당(CC BY) |
해당화(海棠花)라는 그 이름처럼 바닷가 모래밭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여기서 당(棠)은 '아가위'라는 뜻을 가진 한자로, 산사자 즉 산사나무의 열매라는 의미이다.
또한 해당화를 매괴화라고도 부르는데, 매(玫)는 '붉은빛의 돌, 붉은 옥', 괴(瑰)는 '빛깔이 붉은 구슬'이라는 뜻이다. 이는 붉고 빛나는 구슬 같은 열매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 해당화 Flora Japonica, Sectio Prima (Tafelband), 필리프 프란츠 폰 지볼트, 요제프 게르하르트 주카리니, 1870년 |
ⓒ 위키미디어커먼스(퍼블릭 도메인) |
필리프 프란츠 폰 지볼트(1796~1866)는 독일의 의사, 식물학자이자 여행자이다. 그는 일본 동식물에 대해 연구했고, 일본에 서양 의학을 도입하기도 했다.
▲ 강세황 필 해당화도 강세황, 18세기, 21x25.5cm |
ⓒ 국립중앙박물관 |
▲ 추금서당 이암, 16세기 |
ⓒ 공유마당(CC BY) |
영모와 화조에 뛰어났던 조선 초기의 화가 이암(1499~?)의 그림 <추금서당>이다.
추금서당(秋禽棲棠)은 '가을 새가 해당화 가지에 깃들었다'는 뜻으로, 꽃이 지고 난 이후의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긴다.
해당화의 다양한 활용
해당화는 5∼7월에 지름 6∼9㎝의 꽃이 피는데, 꽃이 아름답고 향기가 좋아 원예나 조경용으로 이용한다. 또한 그 향기가 진해 예로부터 부인들이 주머니에 해당화 꽃잎을 말린 것을 넣고 다녔다고 한다. 향수의 원료로도 사용한다.
꽃을 말려서 술에 넣은 것을 매괴주라고 불렀는데, 빛깔과 향기가 좋아 상류층 사대부들이 즐겨 먹었다고 한다. 꽃잎을 말려서 차로 마시기도 했다.
열매는 8월경에 지름 2~2.5㎝의 편편하고 둥근 모양으로 달리는데, 붉고 광택이 있다. 비타민C를 다량 함유하고 있으며 생과일로 먹을 수 있고, 잼 등으로 가공해서 먹기도 한다. 피로 회복이나 자양 강장제로도 사용한다. 어린 순은 나물로 먹고, 뿌리는 당뇨병 치료제로 응용한다.
해당화는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관목으로 가시가 있는데, 이 때문에 잡귀를 물리친다는 의미를 가진다. 꽃과 열매가 붉은 것 역시 벽사의 주술적인 면을 지닌다. 또한 해당화의 화사한 색과 소담한 꽃송이는 젊음의 상징으로, 조선시대에는 여인들의 옷 무늬로 많이 사용했으며, 자수나 화조 병풍으로 그리기도 했다.
약재로서의 해당화
해당화를 약재로 사용할 때는 주로 매괴화라 부른다. 또한 피지 않은 꽃봉오리가 붓 모양이라고 하여 필두화(筆頭花)라고도 불린다. 매괴화는 5월에 꽃봉오리를 채취하여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말려서 사용한다.
성질은 따뜻하며 맛은 달고 약간 쓰다. 기운을 소통시켜, 막히고 뭉친 것을 풀어준다. 뱃속이 그득하고 가슴이 답답하며, 옆구리가 당기고 아픈 증상을 치료한다. 어혈을 제거하고 혈액의 운행을 좋게 하며, 병으로 피가 부족하거나 몰린 것을 고르게 한다. 여성들의 월경이 고르지 않고 통증이 있을 때, 월경 전 유방통, 타박상으로 어혈이 생기고 아플 때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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