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강’서 쌓은 노하우 ‘건식 주방’에 담았다...‘키친인더랩’ 성장 방정식 [신기방기 사업모델]
2014년 한국에 들어와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 비버리힐스 찹 샐러드 바람을 일으켰다.
한국지사장은 최채환 대표. 대구 출신으로 고향인 대구에서 요식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의 운명이 바뀐 건 2013년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갔던 때였다. 이때 접한 울프강스테이크하우스에 매료돼, 본사에 바로 이메일부터 보냈다. 당시 여러 대기업이 사업권을 따내려 경쟁이 치열했던 터였다. 하지만 최 대표의 열정을 이겨내진 못했다. 모진 구애 끝에 한국 사업권을 따내 오늘에 이른다.
울프강은 현재 서울 단일 매장만 운영하는데도 직원 50여명, 매출액 130억원을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성업 중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공한 외식 사업가처럼 보이지만 최 대표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는 입장.
무엇보다 인건비 상승, 구인난 등 외식업 현장 분위기가 예전과 달라 위기감이 여느 때보다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 스마트팩토리처럼 서비스 산업 역시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미래는 어둡다는 게 그의 생각.
게다가 코로나19 기간을 거치면서 원치 않게 외식업 분야는 직격탄을 맞은 전례도 있다.
최 대표는 “언제 또 이런 대형 악재가 터질지 모르기에 구조적인 변화를 중소기업 차원에서 빠르게 주도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키친인더랩이라는 스타트업을 새로 만들고 신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때 그가 밝힌 키워드는 건식 주방과 원팩 포장.
“건식 주방은 상업용 공간에 가정의 주방을 옮겨놨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키친인더랩 센트럴키친(조리를 끝냈거나 반조리를 끝낸 식품 재료를 계열의 점포에 공급하기 위한 조리 시설)에서 생산하는 다양한 메뉴를 원팩 포장(바로 뜯기만 하면 조리 가능한 매장용 포장 메뉴) 형태로 현장 식당에 보내면 전문 셰프 없어도 전문 매장 수준의 메뉴 구현이 가능한 개념입니다. 종전 주방 규모의 4분의 1 정도 공간에 그릴, 인덕션, 전자레인지, 오븐 등 조리 장비만 구비하고 매뉴얼대로 조리하면 됩니다. 이를 통해 식당은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공간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키친인더랩 신사업은 와인바, 배달 브랜드는 물론 자체 스테이크 브랜드 ‘놉스’를 통해 건식 주방을 실험해보면서 점차 고도화하고 있다.
최 대표는 “울프강 대비 놉스 매장의 초기 주방 투자 비용은 종전 매장 대비 76%, 운영 인력 절감 효과는 57%에 달했다”고 자랑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Q&A 형태로 들어봤다.
울프강스테이크하우스코리아를 경영하면서, 불문율처럼 여겨지던 ‘외식업 기본 운영 지표’가 변하는 걸 느꼈다. 통상 기본 운영 지표는 ‘3·5·2·10·10’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한 달을 30일로 가정하고, 장사를 했을 때 3일(임대료), 5일(인건비), 2일(공과잡비, 세금), 10일(식자재 비용)을 다 보낸 후 남은 10일 간 올린 매출이 영업이익이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 이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 영업이익이 쪼그라들고 있어 외식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높다. 그래서 이 지표에서 어떤 부분을 구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지 모색하기 위해 ‘외식업을 연구한다’는 뜻의 키친인더랩을 설립한 것이다.
Q. 키친인더랩의 핵심 사업 모델, 돈 버는 사업 모델은 무엇인가.
사업 모델은 크게 2가지다.
첫 번째, 식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반 원팩 유통 모델이다. 외식 매장의 인력 고용, 메뉴 개발 등의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고, 초기 주방 투입 비용은 줄일 수 있도록 메뉴를 생산, 유통한다. 예를 들어, 직접 만들기에 과정이 복잡하고 난이도가 높은 정통 라자냐 등의 제품을 원팩 형태로 생산, 공급하는 식이다.
두 번째는 첫 번째 사업 모델을 기반으로 직접 외식 브랜드를 기획, 운영하고 있다. 키친인더랩의 외식 브랜드는 단순 콘셉트 경쟁에서 벗어나, 비전문 인력으로도 고품질의 다양한 메뉴를 구현할 수 있도록 효율을 극대화하는 건식 주방 솔루션이 적용된다. 이를 통해 전문 인력 고용, 인건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소비자에게 경쟁력 있는 가격에 메뉴를 제공함에 따라 시장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건식주방 솔루션의 적용을 위한 외식 브랜드, 업체의 개발 요청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Q. 실제 사례를 자세히 설명해달라.
신세계푸드의 경우 내부 품질 기준에 맞는 제조 업체를 찾던 중 키친인더랩과 연결됐다. 라자냐 원팩 제품은 이미 납품하고 있다. 그 밖에 다양한 제품들을 논의 중이며 스타벅스에 들어가는 제품 개발도 공동 진행하고 있다. 노티드로 유명한 GFFG도 노티드 외에 다양한 브랜드를 운영 중인데 ‘감자채전’을 시작으로 한식, 중식 메뉴에 대해 각 브랜드 담당자와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F&B 브랜드들로부터 원팩 제품 개발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 그만큼 시장이 원하고 있었다는 걸 절감한다.
Q. 건식 주방을 표방하는 직영점이 스테이크하우스 ‘놉스’라는 매장인 것으로 안다. 실제 이익이 나는가.
그렇다. 서울 사당에 50여석 규모로 운영 중인데 실제 주방 평수는 4평 정도다. 울프강에서는 같은 규모면 8명 정도 셰프가 필요한데 비전문 인력 3~4명이서 원팩 제품으로 조리해서 내놓고 있다. 가격대도 티본스테이크, 파스타, 샐러드 등을 시키고도 4인 기준 10만원대면 족하도록 설계했더니 단일 매장에서 지난해 영업이익이 1억원 이상 났다. 키친인더랩은 올해 놉스 지점 확장을 시작으로, 건식 주방 솔루션이 적용된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여파가 컸다. 당시 뭐든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일단 일반 소비자 대상 온라인몰(B2C) 제품 생산을 하게 됐다. 더불어 우리만의 식품 제조 가능성을 시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온라인 시장은 어려웠다. 그래서 주변 식당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요식업 사장님 마음은 내가 제일 잘 안다(웃음)) 편리하게 조리할 수 있는 B2B 사업에 더 집중했다. 그 결과물이 원팩 포장이다. 그길로 제조 공장까지 투자하게 됐다.
Q. 최근 다양한 회사와 제휴를 하기 시작했는데 어떤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는지.
대표적으로 대형마트(롯데마트)와 제휴를 통해, 컨세션 분야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 논의하고 있다.
Q. 컨세션이 뭔가.
‘식음료 위탁 운영업’이라는 뜻이다. 대형 식음료 기업들이 공항·병원·휴게소·대형 상업용 빌딩 등 다중 이용 시설에서 다수의 식음료 브랜드를 유치해 운영, 관리하는 사업 형태를 뜻한다. 푸드코트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앞서 언급한 건식 주방 솔루션의 이점을 바탕으로 기존 전대 구조의 푸드 코트 형태에서 브랜드 자체 개발, 직영화 모델로 구조를 바꾸고 있다. 컨세션 사업과 대형 건물의 공간 기획 분야에 효율적인 솔루션을 적용하면 그만큼 이익률을 올릴 수 있다. 이를 통해 회사는 성장할 수 있고, 고객은 더 나은 공간과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Q. 앞으로 어떤 회사로 기억되고 싶나.
키친인더랩이라는 사명처럼, 늘 새로움을 찾는 고객을 위해, 외식업의 문제 해결을 위해, 외식업의 브랜드와 시스템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새롭게 도전하고자 한다. 향후에는 외식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기여한 회사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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