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라는 영화 관람비는 안 내리고 주가만… [편집장 레터]

김소연 매경이코노미 기자(sky6592@mk.co.kr) 2023. 7. 2.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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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 주식과 교환하는 올리브네트웍스 고평가 논란
2019년 올리브네트웍스 CJ㈜에 넘길 때도 같은 논란

재계 총수 중 2022년 연봉 1위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입니다. 지난해 CJ㈜, CJ제일제당, CJ ENM 세 곳에서 총 221억3600만원을 받았고 2021년에 이어 2년 연속 ‘재계 총수 연봉 킹’ 자리를 지켰습니다. 이 회장은 세 곳 모두 미등기임원입니다. ‘책임 경영은 하지 않으면서 연봉 킹 자리만 지킨다’는 목소리가 높았죠. 배당금 수입도 적지 않았다죠. 배당금까지 더하면 소득이 500억원을 넘었다는 전언입니다.

뜬금없이 ‘이재현 재계 연봉 킹’ 스토리가 소환되고 있습니다. CGV 1조원 유상증자가 사달이 나면서죠.

CGV 유상증자 내용을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CGV가 현재 주식 수 4772만주보다 훨씬 많은 7470만주(5700억원)를 신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진행합니다. 그런데 CGV 지분 48.5%를 보유한 최대주주 CJ㈜는 10% 수준인 600억원어치만 사들인다네요. 대신 3자 배정 유상증자에는 참여합니다. CJ㈜의 100% 자회사 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CGV에 넘기고 그 가치만큼의 CGV 주식을 받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CJ㈜는 40%대의 CGV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계획대로 착착 이뤄지면 CJ㈜는 별다른 자금 투입을 하지 않고 CGV에 대한 영향력도 유지하고 자금도 조달할 수 있게 됩니다.

유상증자 발표 이후 CGV는 물론 CJ그룹주 주가가 몽땅 곤두박질쳤죠. 핵심은 유상증자로 들어오는 돈이 신성장동력을 위해 쓰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신성장동력과 관련 있을 것 같은 시설 투자비는 1000억원뿐입니다. 900억원은 운영비, 3800억원은 부채 상환에 쓰겠다는 계획입니다.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데, 그런 불구덩이에 최대주주는 ‘쏙’ 빠지고 일반주주만 들어가라니 일반주주들이 단단히 뿔이 날 수밖에요. CGV 유상증자에 대한 불신은 CJ그룹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로 이어졌습니다. 모든 목소리는 한 문장으로 모아집니다. ‘믿을 수 없는 CJ’. 향후 비슷한 방식으로 CJ ENM 유상증자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사실 지난 몇 년간 CJ그룹주 주가는 거의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2세 증여를 위해 CJ그룹이 주가를 방치한다”는 말까지 돌았죠. 그런 상황에서 이번 유상증자 발표는 그야말로 불을 질렀습니다.

“내리라는 영화 관람비는 안 내리고 주가만 내리고 있다.” “이러니 한국 주식에 투자하면 안 된다는 것.” “최대주주도 참여하지 않는 유상증자에 일반주주가 왜 참여하나. CGV에 그룹 돈을 넣는 게 배임이라 지원을 못한다는데 그렇다면 일반주주는 뭔가.”

이 와중에 올리브네트웍스에 눈길이 쏠립니다. CJ가 올리브네트웍스 가치를 고평가해서 CGV에 넘긴다는 내용이죠. ‘기시감’. CJ㈜는 2019년 오너 일가 소유였던 올리브네트웍스(당시 CJ시스템즈) 지분을 전부 가져와 자회사로 편입했습니다. 당시 오너 일가에게 더 많은 돈을 몰아주기 위해 올리브네트웍스 가치를 높게 산정했다는 말이 돌았습니다.

요즘 시장에서는 “설마 주가 떨어진 이때가 기회라며 증여 계획을 밝히지는 않겠지?”라는 자조 섞인 의구심마저 돕니다. CJ그룹을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바닥인지를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6호 (2023.07.05~2023.07.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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