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압도 새누리당은 왜 총선 참패했나 [신율의 정치 읽기]
수도권 민심 향배, 공천 갈등 비롯해 변수 많아
이낙연 전 대표 귀국, 민주당 내 갈등 깊어질 듯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여권 관계자들이 모인 사석에서 내년 총선 목표 의석수를 ‘170석’으로 제시했다고 알려졌다.
과연 170석 확보가 가능할까? 선거 승패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선거 구도에 있어, 대통령 지지율은 매우 중요하다. 정권 심판론 성립 여부는 바로 대통령 지지율에 달렸기 때문이다. 최근 20주의 대통령 지지율(한국갤럽 기준)은 대략 33%에서 37% 사이를 등락하고 있다. 2015년 상반기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율은 33%에서 40% 사이였다. 윤 대통령보다 약간 높지만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2015년과 지금을 비교하는 이유는, 2016년 20대 총선이 ‘일반적 상황’에서 치러진 가장 최근의 총선이기 때문이다. 2020년 21대 총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영향력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치러졌고 또한 코로나 상황에서 치러진 총선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선거’라 보기 힘들다. 코로나 같은 비상 상황에서는 대통령과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유권자 심리가 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20대 총선 300일 전과 지금을 비교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20대 총선 300일 전 대통령 지지율과 현재를 비교하면, 내년 총선 구도가 정권 심판론으로 기울어질 것이라 단언할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은, 대통령 집권 몇 년 차에 총선이 치러지는가다. 대통령 임기 후반기, 즉 집권 4년 차 혹은 5년 차에 치러지는 총선은 아무래도 정권 심판론적 성격이 강해지기 마련이다. 내년 총선은 윤석열 정권 집권 3년 차에 치러지는 선거기 때문에, 여당 입장에서는 절대 안심할 수 있는 선거는 아닌 셈이다.
또한, 총선 결과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서울과 수도권 민심의 향배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서울과 수도권은 전체 의석의 48%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20대 총선 결과를 보면, 인천·경기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은 47석, 새누리당은 23석을 얻었다. 서울에서는 새누리당이 12석, 더불어민주당이 35석을 획득했다.
총선을 300여일 앞둔 시점에 상당한 격차로 새정치민주연합을 따돌렸던 새누리당이 왜 서울과 수도권에서 참패했을까. 더구나 2015년 후반기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내 균열 구조는 상당해서, 12월 국민의당이 창당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국민의당 출현으로 1여 다(多)야 구도가 형성됐고, 그래서 여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 이유는 당내 갈등에서 찾을 수 있다. 이른바 ‘김무성 대표 옥쇄 파동’과 여당 패배가 무관치 않다. 공천 과정에서 발생한 김 대표의 ‘대표 직인 날인 거부’는, 새누리당 내부 친박과의 공천 갈등을 상징하는 일대 사건이었다. 여기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총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공천 갈등이 심한 측은 유권자에게 버림받을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계파 갈등은 공천 파동으로 이어지기 마련인데, 어떤 정당이 내홍을 더 심하게 앓느냐 그리고 그 갈등이 어느 시점에서 폭발하느냐가 선거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
현재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공천 갈등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는 우리나라 총선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법칙’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거의 매번 등장하는 현상이다. 이런 갈등을 겪을 바에는 빨리 겪는 것이 효율적이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도 내부 갈등 때문에 분당 사태까지 이르렀지만, 새누리당보다 비교적 이른 시기에 분당이라는 갈등의 극치를 겪었기에, 총선이 임박한 시점에서는 오히려 새누리당보다 안정적인 상황에서 선거를 치를 수 있었다. 반면 새누리당 옥쇄 파동은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발생했다. 결론적으로 갈등을 피할 수 없다면 그 갈등은 이른 시일에 정리가 돼야 함을 알 수 있다.
현재 시점으로만 본다면, 국민의힘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민주당 갈등 정도가 심해 보인다. 국민의힘은 여당이기 때문에 대통령이라는 무게중심이 있어 쉽게 당내 갈등이 표면화되기 힘들다. 반면 야당은 대통령이라는 무게중심이 없기 때문에,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표면화되기 쉽다. 더구나 이낙연 전 대표가 귀국하면서 민주당 내 갈등은 더 깊어질 소지가 있다.
이낙연 전 대표가 귀국하면서 “대한민국이 이 지경이 된 데는 저의 책임도 있다는 거 잘 안다. 저의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는데, 이를 두고 친낙계는 이낙연 전 대표의 조기 정치 행보 재개 의미로 해석한다. 반면 친명계는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패배의 책임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주장을 편다. 일각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가 정치 활동을 재개한다 해도, 이 전 대표 지역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호남에서의 지지세가 약하다는 점을 들어 그의 총선에 대한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이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한국갤럽의 6월 첫째 주 여론조사다(2023년 5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은 10.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에서, 차기 대통령감으로 응답자의 22%가 이재명 대표를 꼽은 반면, 이낙연 전 대표를 꼽은 응답자는 2%에 불과했다. 특히 광주·전라 지역에서 응답자의 38%가 이재명 대표를 차기 대통령감이라고 꼽은 반면, 이낙연 전 대표를 차기 대통령감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은 3%에 그쳤다. 이를 들어 총선에서 이 전 대표가 존재감을 드러내기란 쉽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는 앞으로 4년 후에 있을 대선에 대한 조사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는 일종의 ‘인지도 조사’ 의미 이상을 부여하기 힘들다. 1년 이상 중앙 정치 무대 밖에 있던 이낙연 전 대표에게 이런 종류의 조사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대중의 뇌리에 그의 이름이 잊힐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제부터 이낙연 전 대표가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존재감이 높아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분명한 것은 그의 존재감이 상승할수록, 민주당 내 계파 갈등이 더욱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 갈등의 끝도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벌써 10억 넘다니”...잠잠하던 울산 집값 억 단위로 뛰는 이유는 [김경민의 부동산NOW] - 매일경
- 계속 신고가 달성하는 이수페타시스 주가 어디까지? [오늘, 이 종목] - 매일경제
- 이노시뮬레이션 ‘흥행 성공’...일반청약도 경쟁률 2113.78대 1 [오늘, 이 종목] - 매일경제
- “한국 시장 너무 좁다”...해외 공들이는 카카오모빌리티 - 매일경제
- “퇴직연금으로 평생 월급 만들어야”...퇴직연금법 개정안 발의 [국회 방청석] - 매일경제
- 성공의 가도, 기아 EV9 [CAR톡] - 매일경제
- 조선미녀? 생소한데 美서 대박...매출 2000억 노리는 K뷰티 등극 [내일은 유니콘] - 매일경제
- 끝나지 않는 ‘약과’ 열풍...세븐일레븐, 디저트 7종 출시 - 매일경제
- 7월에는 어떤 종목 투자할까...“반도체·화학 비중 늘려라” - 매일경제
- ‘따따블’ 온다...다음 주부터 신규상장주 가격제한폭 최고 400%로 확대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