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m 탁자 앉던 푸틴이 변했다…반란 후 보인 '기이한 광경' 깜짝
민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의 반란이 중단된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공개 행보가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달 24일 바그너 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의 협상에 따라 '모스크바 진격'을 멈춘 이후 푸틴 대통령은 나흘간 전국을 누볐고, 대중에 낱낱이 공개됐다. BBC는 1일(현지시간) "푸틴이 전속력으로 달려 여기저기서 신출귀몰하게 등장했다. 마치 재선 운동을 시작한 것 같다"며 푸틴의 행보를 집중 분석했다.
반란 이후 푸틴 대통령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달 26일 대국민 연설이었다. 밤 10시를 넘긴 시간에 TV로 중계된 이 연설에서 그가 방점을 둔 건 유혈사태를 막았다는 점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사건 초기부터 심각한 유혈 사태를 피하고자 나의 명령에 따라 조치가 취해졌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지도력으로 사태 악화를 막았다는 것이다. 또 반란 주동자들을 비난하면서도 "바그너 그룹의 지휘관과 병사 대부분은 애국자인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란 세력 중 간부와 일반 전투원을 구분한 것이다.
27일엔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건재를 과시하는 본격 행보에 나섰다.
그는 레드카펫이 깔린 크렘린궁의 야외 계단을 밟고 내려와 광장에서 보안군과 국가근위대 군인 약 2500명을 대상으로 연설을 했다. 러시아 황제의 대관식 행렬이 걸었던 장소다. 여기서 푸틴 대통령은 "여러분이 조국을 격변으로부터 구했다. 사실상 내전을 막았다"며 군을 치하했다.
이튿날인 28일엔 정상업무에 복귀했다는 것을 보여주듯 모스크바를 벗어난 현장 행보에 나섰다. 그가 방문한 곳은 러시아 남서부 다게스탄 공화국 데르벤트. 관광발전 회의를 주재하기 위한 방문이었지만, 화제가 된 건 시민들 속에 섞인 푸틴 대통령의 모습이었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인파에 둘러싸여 시민과 악수하고 사진촬영을 하는가 하면, 한 소녀의 머리에 입맞춤 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시민들은 그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이에 대해 BBC는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 때에도 긴 테이블을 사이에 뒀다고 언급하면서 '기이한 광경'이라고 표현했다. 또 "군중 가까이 다가가서 소통하는 모습은 매우 푸틴같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날 행사를 보도한 국영 TV는 푸틴 대통령이 시민들의 환대를 받은 사실을 강조했다. 국영 TV '러시아1'의 인기 토크쇼 진행자도 "록스타도 이 정도의 환영을 받지 못한다"면서 이날의 공개행보를 치켜세웠다. 또 "서방은 프리고진의 반란으로 대통령의 입지가 약해졌다고 우스갯소리를 하는데, 실제로는 그 반대라는 것이 이번에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29일에는 모스크바에서 열린 '새로운 시대를 위한 강력한 아이디어' 포럼에 참석해 연설했다. 이곳에서 푸틴 대통령은 기업 전시회장의 칠판에 그림을 그리고, 전시된 상품들을 둘러봤다. BBC는 푸틴이 그림 그리는 모습에 주목하면서 "낙서 할 여유도 있는 자신감 있는 모습을 연출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일련의 행보에 대해 BBC는 "푸틴이 지난 일주일을 전속력으로 달리며 여기저기서 신출귀몰하게 등장했다. 마치 재선을 위한 운동을 시작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푸틴의 권위가 전례 없는 방식으로 도전받은 사건이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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