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면]'인디아나 존스' 배경이 1930년대인 이유(中)
존스役 적임자로 해리슨 포드 고집한 스필버그
동양 문화 몰이해 비판에 페미니스트 공격까지
배경은 인도지만 파키스탄에서 촬영한 사연
'알고 보면' 좋을 정보를 두서없이 전달한다. 영화를 흥미롭게 관람하는 팁이다.
* 에 이어
*조지 루카스 감독은 2008년 2월 베니티페어와 인터뷰에서 제작으로 참여해온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니다. 모든 편에서 기본적으로 고고학적 유물을 바탕으로 한 미스터리와 초자연적 현상을 다룬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배경인 1930년대는 고고학이 크게 발전한 시기다. 그만큼 학문을 가장한 보물 사냥도 빈번했다. 특히 세계대전을 통한 국가 간 유물 발견과 약탈이 비일비재했다. 중심에는 독일 나치가 있었다. 아돌프 히틀러와 헤르만 괴링 모두 예술품을 권력과 부의 상징으로 간주했다. 정치적 협상 도구로 사용했고, 독일제국의 위용도 과시했다. '아인자츠타프 라이히스라이터 로젠베르크'라는 예술품 특수부대를 조직했을 정도다. 이 부대 책임자였던 로젠베르크는 로스차일드와 슈로스 가문 소장품 약 4000점을 압류했다. 여기에는 히틀러가 "역사적이고 예술적인 면에서 가장 가치 있는 유럽 작품"이라고 칭송한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천문학자(1669)'도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렘브란트 반 레인, 페테르 파울 루벤스 등의 그림도 표적이었다.
*켐벨 블랙은 '레이더스(1982)'를 바탕으로 동명 소설을 썼다. 본문에서 마커스 브로디는 미 국무부 요원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존스 교수가 우리 박물관을 위해 해준 일은, 모두 다 유적 보호에 관한 국제법의 규정 기준에 엄밀하게 들어맞는 것들입니다." 고고학자라기보다 도굴꾼 혹은 보물 사냥꾼이라는 비판에 신경을 쓴 대목이다.
*루카스 감독은 1930년대 공황기에 주말드라마처럼 매주 극장에서 상영되던 시리즈 영화 '리퍼블릭 시리얼' 같은 모험 연속 영화류의 주인공과 제임스 본드라는 걸출한 캐릭터가 합쳐진 인물을 구상했다. 고고학을 배경으로 신비한 유물을 찾아 떠나는 고고학자가 그 주인공이었다.
*'레이더스'는 루카스 감독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손을 잡았지만 많은 영화사로부터 제작을 거절당했다.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였다. 우여곡절 끝에 루카스필름이 제작하고, 파라마운트사가 배급하기로 했다.
*스필버그 감독은 처음부터 해리슨 포드를 존스를 연기할 적임자로 생각했다. 반면 루카스 감독은 이전에 함께 작업하지 않은 새로운 인물을 찾고자 했다. 가장 근접한 배우는 톰 셀릭이었다. 그러나 CBS 형사물 '매그넘 P.I.'에 캐스팅돼 있어 불발됐다. 셀릭은 '레이더스' 크랭크 업 무렵에도 '매그넘 P.I.' 촬영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히틀러는 실제로 종교적 유물이나 오컬트에 심취해 전쟁 중에도 다양한 지역에 고고학자를 파견했다. 신화의 장소 등을 발굴하도록 지시했다. 히스토리 채널에서 방영한 비하인드 시리즈 중 '히틀러와 오컬트' 편은 히틀러가 신비주의에 심취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히틀러는 '오스타나'라는 오컬트 잡지를 통해 유대인과 거인 아리안족에 대한 신화를 탐닉하고, 후에 벌이는 끔찍한 유대인 대학살의 근거를 마련했다고 한다. 또한 제1차 세계대전 참호 전투 중 어떤 목소리가 그를 살렸다고 하는데, 그때부터 그는 신비주의에 빠진다. 측근이었던 루돌프 헤스와 하인리히 히믈러 등도 모두 신비주의 맹신자였다고 한다.
*히틀러는 바그너의 오페라를 좋아했다. '파르치팔'에서 성배를 찾아다니는 기사 이미지에 자신을 오버랩할 정도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고고학자들에게 그리스도의 옆구리를 찔렀다는 롱기누스의 창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이 창을 갖게 되면 세상을 지배할 신비한 비밀을 알게 된다고 믿었다.
*루카스 감독과 스필버그 감독은 '레이더스'가 개봉하고 2주 뒤 '인디아나 존스(1985)'를 찍기로 했다. '레이더스'에서 찍지 못했던 여러 에피소드를 담기로 했다. 상하이 신, 보트 신, 광차 신 등이다. 루카스 감독은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1980)'처럼 어두운 분위기가 흐르길 바랐다. 스필버그 감독에게 비밀종교와 흑마술에 관한 내용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각본가 글로리아 카츠는 "스토리라인은 액션과 모험이 혼재된 공포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유머 요소가 빠진 건 아니다. 스필버그 감독이 이야기에만 의존하지 않고 장면 곳곳에 심어 넣었다.
*'인디아나 존스'에서 압권은 후반부 광차 롤러코스터 신이다. 실사와 미니어처를 혼합해 완성했다. 약 10분의 분량을 위해 무려 3개월을 촬영했다.
*'인디아나 존스'에는 엽기적인 장면이 대거 삽입됐다.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비밀종교 의식, 각종 기괴한 동물의 부위를 먹는 저녁 만찬, 살아있는 사람의 심장을 빼내는 행위 등이다. 미국에서 PG 등급을 받고 상영돼 논란이 일자 미국영화협회는 PG보다 강도가 센 PG-13 등급을 만들었다. 모두 전체관람가인데 전자는 어린이에게 보호자 지도, 후자는 13세 미만에게 보호자 동반을 각각 권고한다.
*'인디아나 존스'는 개봉 뒤 몬도가네식 식사, 비밀종교, 흑마술 등 동양 문화에 관한 몰이해로 비판받았다. 계속 소리만 질러대는 여주인공(케이트 캡쇼)도 페미니스트들의 공격 대상이 됐다. 하지만 단순한 오락 모험 영화라는 면에서는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미국에서 1984년 5월 개봉해 그해 '고스트 버스터즈', '베버리힐스 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수익(1억7987만271달러)을 기록했다.
*사실 '인디아나 존스' 에피소드에 고고학과 관련한 직접적 유물이나 장소는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힌두교를 알면 이해에 도움이 된다.
*'인디아나 존스'의 배경은 인도지만 제작진은 인근 나라인 파키스탄에서 촬영해야 했다. 인도에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위험을 우려해 촬영을 허가하지 않은 까닭이다. 가장 문제 삼은 건 종교. '마하라자(산스크리트어로 대왕이라는 의미)'라는 단어에 대한 부정적 사용도 못마땅하게 여겼다. 예컨대 어린 마하라자가 존스의 인형을 만들어 꼬챙이로 찌르면 존스는 해당 부위에서 고통을 느낀다. 이 장면은 부두교 주술과 유사하다. 부두교는 남태평양 아이티의 민속신앙이다. 프랑스 식민지 시대부터 내려온 로마 가톨릭의 제의적 요소와 아프리카 여러 민족의 신학적이고 주술적인 요소가 혼합돼 있다. 단지 흑마술이란 이유로 영화에 삽입됐을 가능성이 크다.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에서 존스 박사의 아버지 헨리 존스는 숀 코너리가 연기했다. 루카스 감독과 스필버그 감독은 "코너리 외에는 마땅한 배우를 생각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007' 영화의 고고학적 버전으로 만들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헨리 존스 역은 007 영화에 대한 최고의 헌정인 셈이다.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에서 존스 박사의 어린 시절은 리버 피닉스가 연기했다. 해리슨 포드가 1986년 찍은 '모스키토 코스트'에서 부자(父子)로 호흡을 맞추면서 좋은 인상을 받아 추천했다. 피닉스는 존스 박사가 어떻게 채찍을 쓰게 됐고, 뱀을 무서워하게 됐으며, 페도라를 쓰게 됐는지 등을 단 한 사건으로 보여준다.
*스필버그 감독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서 '최후의 성전'을 가장 마음에 들어 한다. 흥행은 물론 비평에서도 전편의 가혹한 비평을 멋지게 갚을 정도로 성공했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 그해 미국에서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2억5118만8924달러)'에 이어 2위(1억9717만1806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는 1위(4억9480만달러)를 차지했다. '배트맨(4억1320만달러)'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존스 박사가 이집트의 잃어버린 고대 도시 타니스에서 발견한 '계약의 궤'는 아카시아나무로 만들어진 직사각형 상자다. 신으로부터 율법을 받고 호렙산을 내려온 모세가 십계를 새긴 석판을 넣어두었다. 성궤는 미국 정부에 의해 육군 일급 기밀번호로 분류돼 사막의 지하 기지에 보관돼 있다고 한다.
*존스 박사는 이스켄데룬 외곽 초승달 계곡에 지어진 사원에서 성배를 찾아내나 지진으로 잃어버린다. 성배는 계곡 밑으로 떨어지기 전에 헨리 존스의 생명을 구하는 설명 불가능한 '기적'을 행한다.
*상카라의 돌은 신성한 상징이자 힘의 원천이다. 세상에 다섯 개만 있다고 전해진다. 존스 박사는 그중 하나를 티베트의 비밀종교단체에 잠입해 되찾는다. 나머지 네 개의 행방은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그중 두 개는 존스 박사와 비밀종교단체의 악당 몰라 램이 밧줄로 만든 다리 위에서 결투를 벌이다 강 아래로 떨어질 때 마지막으로 목격된다.
*차차포얀의 다산상은 고대 차차포얀 전사들을 기리는 유물이다. 다산을 기원하며 황금으로 만들어졌다. 부비 트랩이 가득한 페루의 동굴에 숨겨져 있다고 전해진다. 존스 박사는 발견하는 데 성공하지만 악랄한 프랑스 고고학자인 르네 벨로크에게 빼앗긴다. 벨로크는 1936년에 '신의 진노'로 추정되는 미스터리한 사건에 휘말려서 사라진다.
*코로나도의 십자가는 1520년 코르테스가 코로나도에게 건넨 전설적인 유물이다. 1912년 일단의 도굴범들에 의해 다시 세상의 빛을 본다. 그 뒤 탐욕스러운 개인 소장자의 손에 들어가는데 1938년 포르투갈 인근 해역에 수장될 위기에서 존스 박사가 무사 탈취에 성공한다.
참고 자료 : 레스터 D. 프리드먼·브렌트 낫봄·스티븐 스필버그 지음·이수원 옮김·발행처 마음산책 '스필버그의 말(2022)', 정덕환 지음·발행처 종이책 '스필버그의 영화 정복 프로젝트(2011)', 데니스 키어넌·조지프 다그네스 지음·이상구 옮김·발행처 보누스 '인디아나 존스의 탐험수첩(2008)', 류동현 지음·발행처 루비박스 '인디아나 존스와 고고학(2008)' 등.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 달에 150만원 줄게"…딸뻘 편의점 알바에 치근덕댄 중년남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돈 많아도 한남동 안살아"…연예인만 100명 산다는 김구라 신혼집 어디? - 아시아경제
- "일부러 저러는 건가"…짧은 치마 입고 택시 타더니 벌러덩 - 아시아경제
- 장난감 사진에 알몸 비쳐…최현욱, SNS 올렸다가 '화들짝' - 아시아경제
- "10년간 손 안 씻어", "세균 존재 안해"…美 국방 내정자 과거 발언 - 아시아경제
- "무료나눔 옷장 가져간다던 커플, 다 부수고 주차장에 버리고 가" - 아시아경제
- "핸들 작고 승차감 별로"…지드래곤 탄 트럭에 안정환 부인 솔직리뷰 - 아시아경제
- 진정시키려고 뺨을 때려?…8살 태권소녀 때린 아버지 '뭇매'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