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헤어져라 할까봐 목 졸라"…'거제 영아 살해' 부부 구속

안대훈 2023. 7. 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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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시에서 생후 5일 된 아들이 사망하자 시신을 야산에 암매장했다고 주장한 부부가 “아이를 살해했다”고 뒤늦게 범행을 시인했다. 영아 시신 유기 장소도 주거지 인근 야산이 아닌 하천이라고 번복했다. 살인 혐의가 추가된 이들 부부는 2일 구속됐다.

지난달 30일 경남 거제에서 출생 미신고된 영아 사망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추정되는 야산을 경찰이 수색중이다. 사진 경남경찰청


“부모 헤어지라 할까봐…목 졸라 죽였다”


경남경찰청은 사실혼 관계인 A씨(20대)와 B씨(30대·여) 부부를 살인·시체유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9월 9일 오후 거제시 주거지에서 아들 C군을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주거지 인근 하천에 버린 혐의다. 앞서 같은 해 9월 5일 거제시 한 산부인과에서 C군을 출생한 지 불과 5일 만이다. 아빠 A씨가 C군 목을 조르고, B씨는 이를 지켜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 부부는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에서 출생 사실을 양가 부모가 알게 되면 “헤어지라”고 할까 봐 범행을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A씨는 무직, B씨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왔고 집에 미납된 공과금 고지서가 쌓일 정도로 경제 형편이 어려웠다고 한다.

지난달 30일 경남 거제에서 출생 미신고된 영아 사망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추정되는 야산을 경찰이 수색중이다. 사진 경남경찰청


유기장소 야산→하천…추궁에 시인


A씨 부부는 경찰 조사에서 여러 차례 진술을 바꿨다. 지난달 29일 긴급 체포된 이들 부부는 초기 경찰 조사에서 “집에서 자고 일어났더니 C군이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시신을 버린 장소도 주거지 인근 야산이라고 했다.

하지만 경찰이 경력 80여명과 증거채취견 2마리를 투입해 야산을 샅샅이 수색했지만,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10~15㎝ 깊이로 구덩이를 얇게 판 탓에 야생 동물이 시신을 훼손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런데 “아이 옷을 입혀 묻었다”고 진술한 것과 달리 현장에선 옷가지도 나오지 않았다. 이에 경찰이 집중적으로 추궁하자 A씨는 “살해한 뒤 하천에 버렸다”고 했다.

경찰은 하천 주변을 수색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 하반기부터 거제 앞바다에서 영아 시신이 발견된 적이 있었는지, 해경에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해당 하천이 곧바로 바다와 연결돼 있어, 시신이 바다로 유실됐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남경찰청. 사진 경남경찰청


“입양아 1명 더 있다”…안전 여부 조사 중


경찰은 B씨가 2021년 A씨와 만나기 이전에, 출산한 다른 자녀 안전 여부도 조사 중이다. 2012년 태어난 자녀는 B씨 친정에서 양육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B씨가 “입양 보냈다”고 진술한 2017년 출생아도 아동권리보장원에 입양 사실 여부 확인을 요청한 상태다.

수사 과정에서 B씨가 2010년에도 또 다른 아이를 출산, “해외 입양 보냈다”라는 진술도 확보했다. 경찰은 입양 사실 등 안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B씨 주민등록상 주소지인 경남 고성군 복지 담당 공무원 등이 출생 신고되지 않은 C군을 현장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아이 소재를 묻는 공무원 질문에 부부는 처음엔 “출생신고 전 입양을 보냈다”는 취지로 답했다. 하지만 ‘출생 미신고 아동을 입양했다’라는 것을 미심쩍게 여긴 공무원이 계속 추궁하자 “아이가 사망해 암매장했다”고 했다.

거제·고성=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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