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가 편집증 중년남 됐다…美공포거장 "봉준호는 제 영웅"
나원정 2023. 7. 2. 18:03
5일 개봉 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
제27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 선정
제27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 선정
“한국의 부모·자식 관계에 대해 들을수록 유대인 가족과 닮은 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보(호아킨 피닉스)의 이야기는 어찌 보면 신격화된 어머니와 그 아들에 관한 방대한 유대계식 농담이죠.”
지난달 29일 개막한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된 ‘보 이즈 어프레이드’(5일 개봉)로 처음 내한한 미국 감독 아리 에스터(37)의 말이다. 데뷔작 ‘유전’(2015)와 ‘미드소마’(2019), 단 두편으로 세계적 공포영화 거장으로 부상한 그다. 지난달 25일 도착해 지난 1일까지 일주일간 내한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할리우드에서 스티븐 스필버그를 이을 차세대 유대계 감독에 꼽힌다. 매작품 빠지지 않는 집착에 가까운 애증의 가족관계는 우리에게도 공감 가는 구석이 적지 않다. 가족에서 출발하는 그의 서늘한 공포영화가 한국에서 유독 두터운 팬덤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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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의 고전 영화는 걸작, 봉준호는 제 영웅"
에스터 감독 자신이 소문난 한국영화 매니아다. 지난달 27일 영화 시사 후 간담회에서, 좋아하는 감독을 묻자 한국영화에 처음 빠지게 만든 박하사탕’(1999)의 이창동 감독부터 봉준호‧박찬욱‧나홍진‧홍상수‧장준환 등 끝없이 나열했다. 29일 부천영화제 마스터클래스에선 “전 세계 좋은 영화 중 한국영화가 많다. 김기영 감독 작품들과 ‘오발탄’(1960)은 시대를 앞서간 영화”라며 빈틈없는 한국영화 사랑을 과시했다. 1일 관객과의 대화(GV)를 함께 진행한 봉준호 감독에 대해선 자신의 “영웅”이라 부를 정도. 봉 감독도 그의 팬을 자처해온 터다. 에스터 감독을 한국에 알려진 건 봉 감독의 역할도 있었다. ‘유전’ 영문판 메이킹북 서문을 직접 쓴 봉 감독은 “오컬트적 요소가 영리하고 빈틈없이 짜인 흠잡을 데 없는 장르영화지만, 진짜 공포는 가족 그 자체다. 가족 (또는 혈연으로 정의되는 그 유대관계가) 지옥이라 말하는 작품”이라며 이 영화를 여러 차례 좋아하는 영화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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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단편 확장한 3시간 "제대로 못산 男 죄책감"
신작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12년 전 에스터 감독이 미국영화연구소(AFI)에서 공부하던 시절 친구들과 찍은 단편영화가 토대다. 도심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짤막한 소동극에 “인생을 제대로 살지 못한 한 중년 남자의 죄책감”(에스터 감독) 이야기를 더했다.
영화는 한 마디로, 편집증을 앓는 중년 남자 ‘보’(호아킨 피닉스)의 좀 기괴한 ‘엄마 찾아 삼만리’다. 따로 사는 홀어머니 ‘모나’(패티 루폰)를 보러 가기로 한 날 타야 할 비행기를 놓친 ‘보’는 범죄자가 득실대는 동네에서 물을 마시려다 차에 치이고 부랑자의 칼부림에 당한다. 어떻게든 고향집에 가려는 그의 여정은 광기 어린 살육과 탈주극으로 얼룩진다. 관객은 어느 순간, 스크린 속의 상황이 자기만의 공포에 갇혀 사는 보의 과장되고 뒤틀린 환각일지 모른다고 의심하게 된다. 마지막에 만나는 가장 큰 공포는 아들을 평생 지배해온 모성애 그 자체다.
영화는 한 마디로, 편집증을 앓는 중년 남자 ‘보’(호아킨 피닉스)의 좀 기괴한 ‘엄마 찾아 삼만리’다. 따로 사는 홀어머니 ‘모나’(패티 루폰)를 보러 가기로 한 날 타야 할 비행기를 놓친 ‘보’는 범죄자가 득실대는 동네에서 물을 마시려다 차에 치이고 부랑자의 칼부림에 당한다. 어떻게든 고향집에 가려는 그의 여정은 광기 어린 살육과 탈주극으로 얼룩진다. 관객은 어느 순간, 스크린 속의 상황이 자기만의 공포에 갇혀 사는 보의 과장되고 뒤틀린 환각일지 모른다고 의심하게 된다. 마지막에 만나는 가장 큰 공포는 아들을 평생 지배해온 모성애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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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피닉스 노년까지 연기…스콜세지 "파워풀한 도전자"
동명의 DC 캐릭터를 연기한 ‘조커’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2019)을 받은, 호아킨 피닉스가 보의 어린 시절을 제외한 중·노년기를 모두 연기했다. 낯선 이야기에 그의 과몰입한 감정이 지배적이다 보니 영화 전체가 배우의 감정에 휩쓸려 휘청댄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에스터 감독은 “시나리오 쓰면서 자기 검열을 했던 전작에 비해 좀 더 본능적으로 썼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럼에도 숲속에 버려진 고아들이 올리는 연극, 유년기 악몽이 서린 다락방의 거대한 남성 성기 등 기상천외한 이미지를 극적인 삶으로 엮어내는 솜씨는 독보적이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아리 에스터는 세계 영화계에서 가장 특별하고 새로운 목소리를 가진 감독이자 파워풀한 도전자”라 칭찬했다.
그럼에도 숲속에 버려진 고아들이 올리는 연극, 유년기 악몽이 서린 다락방의 거대한 남성 성기 등 기상천외한 이미지를 극적인 삶으로 엮어내는 솜씨는 독보적이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아리 에스터는 세계 영화계에서 가장 특별하고 새로운 목소리를 가진 감독이자 파워풀한 도전자”라 칭찬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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