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환율 폭락...中 인민은행 수장, 외환 전문가로 교체
중국 위안화의 1달러당 환율이 7개월여 만에 7.2258위안으로 내려앉은 가운데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수장이 외환 전문가로 전격 교체됐다.
1일 오후 중국 인민은행은 핵심 간부회의를 열고 판궁성(潘功勝·60) 부행장을 당 서기에 임명하고, 궈수칭(郭樹淸) 기존 당 서기와 이강(易綱) 당 부서기 직무를 면직한다고 발표했다. 인민은행은 내부에 공산당 조직인 당위원회가 있다. 당위원회의 총책임자가 서기다.
지난 2012년 인민은행 부행장에 이어 2016년 1월부터 국가외환관리국 국장을 역임한 판궁성 신임 당 서기는 곧 의회 격인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인민은행 행장에 임명될 전망이라고 홍콩 성도일보가 2일 보도했다. 판궁성 서기 임명으로 중국 인민은행은 기존 2인 체제에서 단일 지휘 체제로 바뀌게 됐다. 지금까지는 일인자인 당 서기가 부행장을 겸하고, 이인자인 행장이 당 부서기를 겸해왔지만, 판궁성이 행장이 되면 서기인 동시에 행장 체제가 된다.
판궁성 서기 임명은 깜짝 인사로 평가된다. 판 서기는 외환 실무 경험이 풍부한 학자형 관료다. 헨리 폴슨 전 미 재무장관은 그를 “개혁 전선의 사상가이자 행동가”라고 높이 평가했다. 1963년 안후이(安徽)성 안칭(安慶)에서 태어난 판 서기는 인민대 경제학 박사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박사후과정과 스탠더드차티드 연구원,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 정부관리학원 선임 연구원 등을 거친 국제통으로 분류된다. 『국제 대형은행 성장의 길』 등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중국공상은행에 입사한 판 서기는 선전(深圳) 분행장, 총행 이사회판공실 주임 등을 역임했다. 2008년에는 중국 농업은행 부행장으로 자리를 옮겨 공상은행과 농업은행의 재편과 상장에 참여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판궁성 서기 임명에 “가능한 모든 후보 중에서 판 서기는 시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고 시장이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며 금융 시장에 안심을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판 서기는 그동안 런민비(인민폐·人民幣, 중국 위안화) 개혁을 주도한 외환 전문가이기도 하다. 2012년 부행장 취임 후 런민비 환율 결정 메커니즘을 개선하는 개혁에 참여했다. 런민비의 특별 인출권 통화 바스켓 가입을 성사시킨 주역이다. 대출 우대금리(LPR) 결정 메커니즘 완비 등 작업에도 참여했다.
판 서기는 과거 런민비 환율이 큰 폭의 파동을 겪을 때마다 시장에 신뢰를 불어넣었다. 지난 2018년 10월 런민비 달러 환율이 7선이 깨지자 판궁성 당시 외환관리국장은 국무원 브리핑에서 “런민비 조종 세력에 경고한다”며 “수년 전 우리는 맞붙어 싸웠다. 서로 잘 매우 잘 알고 있다. 우리는 런민비 환율을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수준에서 기본적인 안정을 유지할 기초와 능력과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자신했다.
최근 런민비 환율이 계속해서 하락하는 가운데 판 서기는 지난달 루자쭈이(陸家嘴) 금융 포럼에 참석해 중국 금융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화폐 정책을 견지했다며, 미국 연방준비은행을 쫓아 냉탕 온탕을 오가지 않았으며, 제로 이자율이나 양적 완화 정책을 펼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중국은 외부 충격을 맞아 적지 않은 경험을 축적했고 정책 도구 역시 더욱 풍부해졌다”며 “우리는 외환시장의 안정적인 운행을 유지할 자신·조건·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중국의 당·국가기구 개혁방안에 따라 당 중앙금융위원회와 중앙금융공작위원회가 신설되면서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권한은 약화된 상태다. FT는 이에 따라 판궁성의 임명이 중국의 통화정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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