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기념관 건립에...김기현 "옳은 길" 김홍업도 "필요한 일"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1875~1965년) 전 대통령의 기념관 건립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정치권에서도 기대감이 표출되고 있다. 특히 여권의 움직임이 적극적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재평가하고 기념관을 건립하는 일은 묵묵히 가야 할 옳은 길”이라며 “그에 대해 엉뚱한 말로 비판하거나 무작정 색깔론으로 덮어씌우려는 사람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당당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일각에서 이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김 대표는 “국회 본청의 우리 당 대표실에 이 전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있을 정도로, 그분은 우리 당의 근간을 이루시는 분”이라며 “이 전 대통령의 공과(功過)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면 토론에 나설 수도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승만대통령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위원장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발족한 다음날인 지난달 29일에도 페이스북에서 “나라의 운명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던 시기에 남다른 통찰력으로 ‘결정적 변화’를 이끌어냈던 이승만 대통령의 리더십은 도약의 원동력이 됐다”, “대통령으로서의 과(過)도 있었으나 더 큰 공(功)을 기억해야 한다”며 추진위 발족을 환영했다.
이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과 마지막 주석을 거쳐 대한민국 1·2·3대 대통령(1948~1960년)을 지냈다. 하지만 1960년 4·19 혁명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이후 60년 넘게 기념관이 건립되지 못했다.
김 대표의 말 처럼 이 전 대통령 공과에 대한 진영간 평가가 엇갈렸기 때문인데 이번엔 좀 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발족한 건립추진위에 진영과 여야를 초월한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의 양자(養子)인 이인수 박사를 비롯해 박정희 전 대통령 아들 박지만 EG 대표이사, 노태우 전 대통령 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등 전직 대통령 아들 5명이 고문으로 참여했다.
또 민주당 출신인 한화갑 한반도평화재단 총재와 4·19 당시 학생 운동을 주도한 이영일 전 민주정의당 의원, 이 전 대통령의 정적(政敵)으로 불린 죽산 조봉암(1898~1959년) 기념사업회의 주대환 부회장도 추진위에 참여했다. 김황식 추진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이번엔 여러 사람이 합심해서 힘을 모으기로 한 만큼, 성과를 확실히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만 재평가’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줄곧 강조해 온 기조이기도 하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국·영국의 큰 도시를 가면 현대사에 족적을 남긴 지도자의 동상을 다섯 발자국 걸을 때마다 마주칠 정도”라며 “그런데 우리는 초대 대통령을 음지에 제쳐 놓고 역사적 평가를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는 이 전 대통령을 양지에 모셔서 재평가할 때가 됐다”며 “다른 대통령기념관은 완공되는데 평균 12년이 걸렸는데, 이승만기념관은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고문으로 참여한 전직 대통령 자녀들도 한목소리를 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은 중앙일보에 “한국 정치가 지나치게 양극화돼 있고, 국민도 분열하고 있어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통합과 화합’을 유훈으로 남기신 아버지도 살아계셨다면 ‘이승만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기념관 건립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경청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일방적으로 ‘잘못된 결정’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안된다”고 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 차남인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도 “이 전 대통령은 잘못한 일도 있지만, 잘하신 일이 더 많은 분이어서 역사의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특히 기념관은 이 전 대통령의 공과를 떠나 필요한 일인데 이를 두고 정쟁을 일삼는다면 참 유치한 일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가보훈부는 기념관 건립에 대비해 2024~2026년 3년간 예산 460억원을 책정했다. 전직대통령예우법에 따르면 정부는 전체사업비의 30%까지 지원할 수 있지만, 보훈부는 예산 편성의 근거를 독립유공자법에서 찾아 전액을 지원하는 것으로 예산안을 짰다. 이 전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하게 독립유공자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진위는 30%만 지원받고, 나머지 70%는 국민 성금을 모금할 예정이다. 김황식 위원장은 “초대 대통령 기념관 건립은 역사적인 일인데, 이 전 대통령을 독립유공자로 다루는 것은 참된 예우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효성·강보현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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