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포구 레드로드 그림그리기 사업, 직원 동원 논란
마포구청이 최근 ‘홍대 레드로드’ 거리를 그림 3200여개로 채우기 위해 구청 직원들에게 그림을 그리라는 공문을 보냈다가 논란에 휘말렸다. 홍대 레드로드 거리 꾸미기는 박강수 마포구청장의 핵심 사업인 만큼, 구청 직원들 사이에선 “사실상의 강제 동원이다. 압박감이 상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마포구청은 최근 레드로드 내 문화예술거리인 R5와 R6를 테마에 맞게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며 그림 3200여개로 채우기로 계획했다. R5는 구민‧관광객의 그림을, R6는 초‧중‧고등학생과 대학생의 그림을 거리 화단에 붙이기로 했지만, 저조한 참여율이 문제였다. 결국 마포구청은 구청 내 모든 부서와 행정동에 공문을 보냈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공문에 따르면 구청은 지난달 7일까지 희망 직원을 종합했고, 이들에게 지난달 23일까지 그림을 제출하라고 했다. 가로‧세로 20cm 화판은 구청이 지원했지만, 물감 등 다른 물품은 각 부서에서 부담해야 했다. 구청은 또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수차례 보내고 수시로 그림을 그렸는지 확인했던 것으로도 파악됐다.
구청 직원 A씨는 “공문에 희망자만 적어서 신경 쓰지 않았지만 메일까지 보내오며 그림 그리기를 압박했다. 사실상 강요였다”며 “업무에, 민원에 숨 쉴 틈이 없는데 퇴근 후 그림까지 그려야 하니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직원 B씨는 “구청에서 레드로드를 ‘세계에서 그림이 많은 거리’로 기네스북에 올리기 위해 준비했다”며 “상사가 그림을 몇 개 그렸는지 수시로 확인을 해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레드로드가 구청장 핵심 추진 사업이다 보니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박 구청장은 신년사와 구의회 본회의 등에서 “홍대 랜드마크가 될 레드로드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 “레드로드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명소로 자리매김하는 그날까지 노력을 멈출 수가 없다” 등의 발언을 했다. 마포구의 한 주민센터 직원 C씨는 “참여하지 않으면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구민을 위한 봉사가 아닌 구청장을 위한 봉사라고 느껴졌다”고 밝혔다.
반면에 “아이와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그림 그리기에 참여했다. 구청 핵심 사업이기도 해서 강요라고 보기 모호하다”(직원 D씨)는 입장도 있었다.
마포구청은 중앙일보 취재가 시작되자 유감을 표하며 문제를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자발적 신청을 원했는데 오해가 생겼다. 구청장 지시 사항은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희망 여부를 명확히 표기하는 등 강제성을 느끼지 않게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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