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부 "가짜유공자 서훈 재검토"…손혜원·김원웅 부친 대상
손혜원 전 국회의원의 부친 손용우씨, 고 김원웅 전 광복회장의 부모 김근수·전월선씨 등 독립운동자 서훈을 둘러싸고 지난 정부에서 논란이 제기된 인물들에 대한 공적 재검토 작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국가보훈부가 친북 인사와 가짜 유공자 등을 가려내는 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다.
보훈부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친북 논란이 있음에도 독립유공자로 포상돼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 부분에 대해 기준을 명확히 하겠다”며 “서훈의 영예성도 훼손되지 않도록 필요의 경우 기포상자에 대해서도 적절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손 전 의원의 부친 손용우씨에 대한 재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손용우씨는 광복 후 조선공산당에서 활동한 사회주의 이력 때문에 과거 보훈심사에서 6차례 탈락한 뒤 2018년 변경된 정부 내부 심사 기준을 적용받아 신청 7번째 만에 독립유공자로 선정됐다.
변경된 심사 기준이란 독립유공자 포상을 받을 수 있는 사회주의 독립운동의 기준 시점이 ‘1945년 8월 15일까지’에서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때까지’로 늘어난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보훈부는 광복 이후 사회주의 활동으로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한 요소가 있다면 이를 이적 행위로 보고 건국훈장 취소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독립유공자에게 주는 훈장 이름이 다름 아닌 ‘건국’훈장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광복 이후 사회주의 활동이 북한 정권과 연결돼 있다면 건국훈장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원봉, 북한 정권 수립 기여 땐 곤란
보훈부는 사회주의 독립운동의 인정 시점, 북한 정권 수립 기여의 기준 등을 명확히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건국훈장 수여 기준이 함께 바뀌는 문제를 이번에 바로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보훈부의 이 같은 방침은 약산 김원봉 선생을 둘러싼 서훈 논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원봉 선생은 광복군 부사령관을 지내는 등 독립운동에 공을 세웠지만 북한 정권의 고위직을 역임했다는 이유로 서훈을 받지 못했다. 현 정부 내부에선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했는지 여부로 보면 김원봉 선생은 건국훈장을 받기 어렵다는 기류가 강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9년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 선생의 독립운동의 공을 언급하며 서훈 논란에 불을 지핀 바 있다.
김원웅 부모도 재조사 대상
가짜 독립유공자 색출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보훈부는 “독립유공자 포상에 있어 면밀한 공적 검증과 조속한 서훈 취소 절차로 가짜 독립유공자가 없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공적검증 전수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중복·허위공적 등 공적 이상자에 대해서 서훈 취소 절차를 조속히 진행, 가짜 독립유공자 논란을 종식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2019년부터 시작한 독립유공자 공적 전수조사 사업에서 전체 서훈 대상자 1만6000명 중 현재 조사가 완료된 인원은 25%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김 전 광복회장의 부모 김근수·전월선씨를 놓고 공적 논란이 제기돼왔다. 1963년 대통령 표창에 이어 1977년에 건국포장, 1990년엔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은 김근수씨는 사망 시점이 기록과 달라 일각에서 의문이 제기됐다. 1963년 작성된 공적조서에 김근수씨가 사망으로 표기돼 있지만 김 회장 부친은 실제 1992년에 작고했다.
전월선씨의 경우 전월순이라는 독립운동 당시 활동명으로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는데, 전월순이 친언니의 본명이라는 게 드러나면서 공적의 당사자가 맞느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논란이 커지자 2021년 7월 당시 국가보훈처는 해당 내용들을 조사한 결과 “공훈 기록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보훈부는 이번 독립유공자 공적 전수조사를 통해 이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면밀히 들여다볼 계획이다.
보훈부는 또 “공과(功過)가 함께 있는 독립운동가에 대해서도 정책연구와 토론회 등을 거쳐 재평가 방안이 있는지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여기엔 대한민국 초대 농림부 장관이자 좌익 계열 독립운동가였던 죽산 조봉암(1898∼1959) 선생과 구한말 문신이자 임시정부 고문을 지낸 독립운동가 동농 김가진(1846∼1922) 선생이 거론된다.
조봉암 선생은 독립운동 후 초대 농림부 장관으로서 농지개혁을 이끄는 등 공이 뚜렷하지만 일제에 국방헌금을 냈다는 이유로 서훈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가진 선생도 한때 일제로부터 남작 작위를 받는 등 친일 의혹으로 서훈 대상에서 제외됐다. 보훈부 관계자는 “한때 친일 활동을 했더라도 이후 회개해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에 대한 기준을 세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친일 행적으로 2018년 서훈이 취소된 인촌 김성수 선생의 서훈 재수여 가능성도 제기된다.
보훈부는 올해 안에 서훈 공적심사 단계에서 '특별분과위원회'를 신설해 3심 제도로 쟁점 안건을 판단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보훈부 관계자는 “특별분과위원회, 제2공적심사위원회의 당연직 위원 운영규정을 정비해 역사 전공자뿐만 아니라 정치·사회·법률 등의 전문가도 참여할 수 있도록 폭넓게 개방한다”고 설명했다. 역사학계의 좌편향 논란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그동안 논란이 된 독립유공자 포상의 적절성 및 부실 심사 등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독립유공자의 공적이 온전하게 평가받고 서훈의 영예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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