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외교 함정 빠질라…중국 신방첩법에 긴장한 한·미·일·대만
‘국가 안보 및 이익’을 지키기 위한 고강도의 ‘신방첩법’(반간첩법 개정안)이 중국에서 지난 1일 시행됐다. 중국 정부가 관영 매체를 통해 스파이 행위 신고를 독려하는 가운데, 한·미·일 3국과 대만에선 중국에 체류하는 자국민이 혹여나 피해를 볼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방첩법이 시행되자 중국 정부는 이날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를 통해 간첩을 잡기 위한 국민의 역할을 강조했다. 인민일보 인터넷판인 인민망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국가안보는 모든 인민을 위한 것이며, 인민에 의지한다”며 “의심되는 상황을 발견하면 즉시 국가안전 기관 신고 전화번호를 누르라”고 주문했다. 신방첩법에선 모든 중국 국민에게 스파이 행위를 신고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귀에 걸면 귀걸이’ 단속 가능성 커져
지난 4월 26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통과한 신방첩법의 핵심은 간첩 행위 정의와 법 적용 범위를 넓히고, 국가안전기관의 조사 권한을 확대하는 것이다. 기존 간첩 행위는 ‘국가 기밀정보를 절취·정탐·매수·불법 제공하는 것’에 그쳤지만, 신방첩법에선 ‘국가 안전 이익에 관한 문건’도 포함했다. 기밀 자료가 아닌 공개 자료에 접근하는 것도 범죄 혐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韓 “검색·저장만 해도 법 위반 가능”
이 같은 우려는 특히 중국과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한·미·일 3국과 대만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중국과 충돌이 발생했을 경우 신방첩법을 근거로 중국이 자국 기업과 국민을 노리는 ‘인질 외교’를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해당 국가들은 신방첩법 시행을 영사 업무와 관련한 중요 사안으로 받아들이며 중국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주중 한국대사관은 “중국 국가안보 및 이익과 관련된 자료·지도·사진·통계자료 등을 인터넷에서 검색하거나 스마트폰·노트북 등에 저장하는 행위”는 법 위반 사항이 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美 “언론인·학자·연구원 특히 위험”
미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방첩안보센터(NCSC)도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중국에 있는 미국 기업과 개인은 전통적인 사업 활동을 해도 중국이 간첩 행위로 간주하거나 중국 관련 대외 제재를 돕는다고 여겨 처벌받을 수 있다”며 “모든 문서·자료 등이 중국 국가 안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어 언론인·학자·연구원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日, “중국에 사법절차 투명성 요구”
대만 “문제 자료는 백업뒤 삭제하라”
대만도 자국민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대만의 중국 담당부처 대륙위원회의 잔즈훙(詹志宏) 부주임은 지난달 30일 “중국으로 떠나기 전 휴대 전화, 개인용 컴퓨터 등의 물품에 주의를 기울여 달라”며 “중국 당국이 이런 물품에 대해 조사할 수 있으므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자료는 먼저 백업한 뒤 삭제하라”고 권고했다. 대만 집권 민진당은 홍콩 주권 반환 26주년 기념일인 1일 낸 성명에서 “신방첩법을 통해 중국이 홍콩에 대한 장악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며 “중국과 홍콩에서 활동하는 외국인과 외국 단체 사이에 안보 우려를 증가시켜 대만과 홍콩 간 교류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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