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다시 공동체 들어오면 차이콥스키 콩쿠르도 회생 가능"

김호정 2023. 7. 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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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음악콩쿠르연맹의 플로리안 리임 인터뷰
"러시아 콩쿠르 참가자는 선전에 이용된다"
참가한 젊은 예술가들은 이해하는 입장 보여
플로리안 리임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 사무총장. 독일 태생으로 한국ㆍ일본ㆍ독일 등에서 음악 행정을 맡았다. [사진 WFIMC]

플로리안 리임(55)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 사무총장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빠르게 대응한 인물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두 달만인 지난해 4월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를 연맹에서 퇴출 시켰다. 120여개 회원이 모인 총회에서 90%의 찬성이 나왔다.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1958년 시작해 WFIMC의 맏형격이었던 대회다. 연맹은 러시아 정부의 자금으로 운영되며 러시아 문화를 홍보하는 콩쿠르를 국제 대회로 인정할 수 없다고 선포했다.

이에 따라 지난 1일 폐막한 17회 차이콥스키 콩쿠르가 타격을 입었다. 심사위원 구성에 어려움을 겪어 본선 1주일 전까지도 명단을 발표하지 못했다. 참가자도 20%쯤 줄었고 그중 절반이 러시아인이었다. 한국인은 총 16명이 본선에 올라 그중 3명이 우승하는 좋은 성적을 냈다. 바이올린 김계희, 첼로 이영은, 성악 손지훈이 1위에 올랐다. 하지만 러시아 콩쿠르라는 이유로 수상자들은 복잡한 상황에 놓였다. 대회의 평판이 예전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4년마다 열리는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다시 예전의 지위를 회복할 수 있을까. 플로리안 리임 사무총장은 본지와 e메일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다시 세계 공동체의 일부가 되고 연맹에 다시 가입하려 한다면 물론 회원 자격을 다시 신청할 수 있다”고 답했다. “차이콥스키 콩쿠르 제명 결정은 콩쿠르 자체가 아니라 콩쿠르의 정치적 입장에 반대하는 뜻이었다.” 전쟁의 종식, 러시아의 공동체 유입, 또 연맹 재가입 신청이 이뤄진다면 연맹 총회의 표결을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콩쿠르 개최에 맞춰 러시아 문화계는 “정치와 문화를 연결하지 마라”고 목소리를 냈다. 조직위원장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지난달 “비정치적인 생각을 가진 영리한 젊은 음악인을 받아들일 기회”라고 했다. 이에 대해 리임 사무총장은 “이 대회는 블라디미르 푸틴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콩쿠르와 참가자는 국가 선전에 이용된다”고 주장했다. 또 “위대한 문화ㆍ국가의 이미지를 투사하고 옆집의 전쟁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게 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콩쿠르에 참가한 음악가들에 대해서 우회적으로 의문을 표했다. “전쟁 중인 나라에 가서 그 나라 정부가 후원하는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각 예술가 양심의 문제다”라며 “시간이 말해주겠지만 올해 차이콥스키 콩쿠르의 수상이 이전처럼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라고 했다. 다만 음악가 개인을 비난해선 안 된다고 봤다. “참가자들은 모두 자신의 경력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젊은 예술가들이다. 국가 대표가 아닌 개인으로 참가한 이들이다.”

1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 열린 차이콥스키 콩쿠르 입상자 연주회. 서방 음악계에서 퇴출 됐던 러시아 지휘자 게르기예프와 한 무대에 섰다. [사진 콩쿠르 홈페이지]


한국 음악가들은 이번 차이콥스키 콩쿠르뿐 아니라 다수의 대회에서 우승ㆍ입상하고 있다. 지난 한 달만 해도 벨기에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영국 BBC 카디프 대회, 미국 반 클라이번 주니어 대회에서 한국인 우승자가 나왔다. 첼리스트로 출발, 일본ㆍ독일 등에서 음악 행정 경력을 쌓은 리임 사무총장은 2014~20년 통영국제음악재단의 대표를 지내 한국과 인연이 깊다. 그는 한국 연주자들에게 입상 이후 더 많은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가 아니고 모두 다르다. 네트워크 구축, 대중 노출, 다양한 공연 기회 창출 등이 필요하다. 연맹은 모든 면에서 도움을 주려 노력하고 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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