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력의 오타니, 57홈런 페이스로 질주…홈런으로 한 푼다
메이저리그(MLB)에서 투타를 겸업하는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가 본격적으로 '탈(脫) 인간급' 괴력을 뽐내고 있다. 그가 가진 수많은 무기 중 올해의 메인 테마는 '홈런'이다.
오타니는 지난 1일(한국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시즌 30번째 홈런을 쳤다. 올 시즌 MLB 전체 타자 중 가장 먼저 30홈런 고지를 밟았다. 2021년(46개)과 지난해(34개)에 이어 3년 연속 30홈런 기록도 이어갔다. 아시아 출신 타자가 MLB에서 3시즌 연속 홈런 30개를 넘긴 건 오타니가 처음이다.
특히 이 홈런은 무려 493피트(약 150.3m)를 날아가 올 시즌 MLB 최장거리 홈런으로 기록됐다. 150m는 서울 잠실구장에서 장외홈런을 쳐야 나올 수 있는 비거리다. 오타니는 2021년 6월 9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에서 비거리 470피트(약 143.3m)짜리 홈런을 친 적이 있다. 30호 홈런을 더 멀리 날리면서 자신의 최장거리 기록을 2년여만에 7m가량 늘렸다.
이 홈런을 직접 목격한 이들은 감탄사를 쏟아냈다. 필 네빈 에인절스 감독은 "이렇게 멀리 날아간 타구를 이전에 본 기억이 없다"고 했다. 팀 동료인 투수 그리핀 캐닝은 "2002년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배리 본즈가 친 홈런이 떠올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상대 팀인 애리조나 투수 스캇 맥커프는 "타구가 달까지 날아간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오타니는 2021년 만장일치로 아메리칸리그(AL)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다. 지난 시즌에도 MVP를 받을 만한 활약을 했다. MLB 역사상 최초로 규정 이닝과 규정 타석을 동시에 채웠고, 10승-200탈삼진-30홈런을 동시 달성하는 기념비적인 역사도 썼다. 그러나 금지약물의 도움 없이 홈런 62개를 때려낸 '청정 홈런왕' 저지의 상징성에 밀려 트로피를 내줬다.
오타니는 올해 다름 아닌 홈런으로 그 아쉬움을 덜어내는 중이다. 팀이 치른 85경기에서 홈런 30개를 쳤으니, 산술적으로 홈런 57개까지 때려낼 수 있는 페이스다. 지난해 저지가 작성한 AL 역대 최다 홈런 신기록에 불과 5개 뒤진 숫자다. 저지는 지난해 전반기를 홈런 33개로 마친 뒤 후반기에 29개를 추가해 새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오타니가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남은 6경기에서 홈런 몇 개를 더 추가할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오타니는 특히 지난 한 달간 '크레이지 모드'로 질주했다. 6월에만 홈런 15개를 날려 역대 AL 6월 최다 홈런 기록에 타이를 이뤘다. 베이브 루스(1930년), 밥 존슨(1934년), 로저 매리스(1961년)에 이어 62년 만에 나온 기록이다. 이 기세가 7월에도 이어진다면, 60홈런 고지도 꿈은 아니다.
홈런 수만 많은 것도 아니다. 타점(67개)과 장타율(0.666), OPS(출루율+장타율·1.057) 모두 AL 1위에 올라 있다. 이 성적만으로도 두 번째 만장일치 MVP 등극이 가능해 보이는데, 그가 투수로도 뛰고 있다는 게 새삼 놀라울 정도다. 오타니가 올 시즌 투수로 거둔 성적은 7승 3패, 평균자책점 3.02다. 탈삼진은 127개로 AL 2위다. 그라운드 안팎에서의 스포츠맨십과 온화한 인성도 늘 주변의 호평을 받는다. 야구선수 오타니의 한계가 어디일지, 그 끝을 누구도 짐작할 수 없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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