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고집하는 윔블던, 女선수 속옷은 예외 적용…왜?

여자 선수 언더팬츠 예외…생리 중인 선수 배려
선수들 “스트레스 안 받아서 좋다” 반색

머리부터 발끝까지 흰색 옷을 착용해야 하는 전통으로 유명한 윔블던 테니스 대회가 올해부터 달라진다. 여자 선수들의 경우 속옷은 예외로 인정받게 됐다.

1일(현지시간) 스카이스포츠 등 해외 스포츠 전문 매체들은 “오는 3일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개막하는 윔블던에서 새로운 복장 규정이 적용된다”고 보도했다.

1877년 창설된 윔블던은 세계 4대 메이저 대회(윔블던·호주 오픈·프랑스 오픈·US 오픈) 중에서 역사가 가장 길다. 또한 선수들이 흰색으로 된 복장만 착용할 수 있는 ‘올 화이트 드레스코드’로도 잘 알려져 있다.

윔블던 복장 규정 7항에는 ‘모자, 헤드밴드, 두건, 손목밴드, 양말은 모두 흰색이어야 하고, 10㎜가 넘게 색깔이 들어갈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선수뿐 아니라 경기장에 들어오는 심판, 볼보이와 볼걸, 의료진도 흰색 옷을 입어야 한다. 심지어 경기를 보는 관중 역시 단정한 셔츠나 재킷, 점잖은 드레스 등이 요구된다.

2013년 로저 페더러(스위스)는 1회전에서 밑창이 주황색인 신발을 신었다가 대회 조직위로부터 ‘다음 경기부터는 밑창 색깔에 주황색이 보이지 않도록 하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2013년 윔블던에서 색이 있는 언더팬츠를 입고 경기하고 있는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 [이미지 출처=AP 연합뉴스]

2014년부터는 선수들의 속옷까지 흰색으로 통일하도록 했다. 이런 까다로운 제약 때문에 윔블던에서는 경기 시작 전이나 도중에 복장 규정 위반 여부를 두고 종종 시비가 벌어지곤 한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여자 선수들에 한해서는 색이 들어간 언더팬츠(속바지)를 입을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생리 기간에 경기를 하는 선수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주려는 조처다.

물론 규정에 예외를 두긴 했지만, 윔블던은 ‘속바지가 스커트보다 아래로 내려오면 안 된다’는 규정으로 색이 있는 언더팬츠의 노출을 최대한 막았다.

선수들도 이번 결정을 환영하고 있다. 헤더 왓슨(영국)은 “나는 작년에 흰색 속옷 때문에 생리를 멈추기 위해 약을 먹어야 했다”며 “사실 이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금기시돼 왔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코 고프(미국)도 “작년 생리 기간과 윔블던 대회 기간이 겹쳐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그런 부분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윔블던의 결정을 반겼다.

다만 온스 자베르(튀니지)는 “물론 여자 선수들의 불안감을 덜어주려는 이번 조처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흰색이 아닌 속바지를 입으면 생리 중이라는 걸 오히려 알리게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자베르는 “모든 선수가 색이 있는 속바지를 입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