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살이] 상사는 옳은 말을 기분 나쁘지 않게 해야 합니다
3040시민기자들이 쓰는 달콤살벌한 순도 99.9%의 현실 직장인 이야기. <편집자말>
[장한이 기자]
"내 친구가 물었다.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욕설이나 상대를 무시하는 말? 아니면, 잘난 체하는 말? 아니란다. 옳은 말을 기분 나쁘게 하는 경우란다. 말의 옳고 그름보다는 들은 사람의 기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난주 강원국 작가의 <결국은 말입니다>를 읽다가 밑줄을 쭈욱 그은 부분이다. '옳은 말을 기분 나쁘게 하는 경우'는 십수 년 회사에 다니면서 자주 보던 장면이자 직접 겪은 일, 지금도 겪는 일이다. 또 친구나 가족에게 종종 저지르는 실수이기도 하다.
▲ 짜증 상사는 감정을 숨기는 연습을 해야한다. |
ⓒ MBC 무한도전 |
상사들은 일을 기한에 맞춰 끝내지 못한 팀원에게 "일을 시키면 제 시간에 끝낸 적이 없어. 내가 만만한가?"라고, 이메일 피드백이 늦은 직원에게는 "메일을 받았으면 바로 답장을 좀 해. 일하기 싫어?"라고 말하곤 한다. 인사평가 피드백 자리에서 실적이 저조한 팀원에게 "그러니까 잘 좀 하지 그랬어?"라고 말하는 상사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시간 지켜서 일 끝내는 습관을 들이면 좋겠어", "메일이 안 가는 경우도 있으니 짧게라도 답장을 해줘", "이번엔 성과가 조금 안 좋았지만, 올해는 힘내서 열심히 하자"라고 표현해도 될 말이다. 이는 말에서 가시를 빼고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담은 표현이다.
배려를 담은 대화 방법은 특히 리더들에게 필요하다. 잘못을 지적하고 하기 싫은 말도 전해야 하는 상황에 자주 직면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거침없이 말하는 상사를 좋아하는 직원은 없다.
최근 회사에서 리더 교육을 받았다. 상사가 갖추어야 할 여러 가지 자질을 배웠다. 감정 조절과 배려, 공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실 사람이라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하지만 리더에게 이 단어들이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강사는 "상사가 되면 자칫 있던 덕목조차 잃어버리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감 능력이 떨어지니 감정 조절이 어렵고 배려할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배려'는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이라는 뜻으로, 배려를 담은 대화는 '너' 때문이라는 비난을 덜어내게 하고 '나'를 주체로 만든다. 내가 주체가 되어 '상대를 위한 마음 씀'으로 대화를 시도하고, 진실한 감정을 표현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피하거나 삐딱한 감정 없이 말을 경청한다.
모든 대화에 상대를 조금이라도 배려하겠다는 마음을 갖는다면 순간적으로 격해지는 감정 제어가 가능하다. 배려를 담은 마음을 상대에게 전달하면 상대는 거부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서로가 감정적인 충돌 없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상사의 입장에서, 팀원이 잘못했거나 못마땅한 일을 이야기할 때 "일 시키면 보고 좀 제때 해"가 아닌 "업무 진행 상황이 궁금하니까 중간중간 보고해 줬으면 좋겠어"라고 한다면, 상사는 공감과 배려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불필요한 감정 소모 없이 얻을 수 있다.
당신의 뇌 변화를 살피세요
뇌신경 심리학자인 이안 로버트슨(Ihan H. Robertson) 교수는 저서 <승자의 뇌>에서 권력을 쥐면 사람의 뇌가 바뀐다고 주장했다. 권력에 중독되면 목표 달성과 자기 고집에 집중하면서 공감 능력이 뚝 떨어진다고 한다. 뇌의 호르몬이 변하면서 타인의 감정을 읽고 재구성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과 섬엽의 특정 기능이 저하된다는 이론이다.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라고 했다. 적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면 덜 위태로울 수 있고, 미리 대처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적은 바로 상사가 된 자기 자신이다. '내가 혹시 전두엽과 섬엽의 특정 기능이 저하된 건 아닐까' 수시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기 객관화를 통한 일종의 성찰이다.
상사의 평소 말투나 업무적 대화 스킬도 중요하지만, 좀 더 오랜 시간 대화를 이끌어야 하는 개인 면담 등이 관계 형성에 더욱 중요하다. 이때 질문과 피드백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불통만 남고 상대는 마음을 닫는다. 스스로를 점검하면서 지속해서 연습하고 실천해야 직원들과 원활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부하직원에게 옳은 말을 기분 나쁘지 않게 전하고 싶다면 사전 준비와 말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사전 준비는 전할 말 등을 미리 메모하는 것이고, 연습은 자주 마주하고 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팀원 시절 상사와의 면담을 마치면 기분이 어땠지?'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상사도 상사가 처음이라 연습이 부족하니 서툴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전략적 준비와 연습을 일명 '팀장(상사) 놀이'라고 부른다.
▲ 배려 상사는 팀원들을 배려해야 한다 |
ⓒ Pixabay |
회사 리더 교육에서 배운 내용(면담, 코칭, 피드백 등)을 실전에 틈틈이 활용하는 편이다. 실제로 교육 과정 중에 팀원과의 면담을 시행하는 과제도 있다. 과제가 아니더라고 가끔 팀원들을 상대로 연습하기도 한다.
최근 리더 교육 시 배운 내용을 토대로 팀원들과 일대일 면담을 한 적 있다. 질문 내용이 재미있어 3가지만 소개한다.
"매일 출근할 때 무엇이 기대되나요?"
"이 조직에서 뭘 배운 것 같아요?
"최근에 혹시 우리 팀이나 회사를 떠나고 싶었던 적이 있어요?"
팀원들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지기 전에 내 입장에서 먼저 솔직한 답변을 떠올려 봤다. 출근할 때 '오늘도 무사히'와 '야근 없는 칼퇴근'을 기대한다. 조직에서 배운 건 '일을 적당히 빨리 처리해야 밀린 일도 빨리 처리할 수 있다!'이고, 당장 팀이나 회사를 떠나고 싶지만, '이직 준비가 귀찮아서, 먹고 살아야 하니까' 실천 못 하고 있다.
물론, 회사에는 들키지 말아야 할 나의 속마음이다. 팀원들 마음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처럼 솔직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팀원들과 위 3가지 질문에 대해 대화(면담)를 했다.
나 자신을 먼저 돌아보고 나니 같은 직장인 입장에서 더욱더 진솔하게 대화할 수 있었다. 팀원들과 좀더 가까워지고 편안해진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 옳은 말을 기분 나쁘지 않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앞서 소개한 질문 중 첫 번째 질문(출근길 기대)은 공감대를 가지고 현재 팀원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함이고, 두 번째(조직에서 배운 것)는 개인 경력관리나 업무 방향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마지막(회사나 팀을 떠날 생각)은 회사에서 어떤 일을 겪었고, 그 영향력이 어땠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이 모든 과정은 상사가 팀원 개개인 모두에게 관심이 있다는 의미다. 조직원을 관리하기 위한 전략적 기술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숙한 리더가 성장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매일 출근할 때 무엇이 기대되나요?"를 "그렇게 일하려면 뭐 하러 출근해?"라고, "이 조직에서 뭘 배운 것 같아요?를 "그렇게 일해서 뭘 배우겠어?"라고, "최근에 혹시 우리 팀이나 회사를 떠나고 싶었던 적이 있어요?"를 "요즘 딴생각만 하는 거 같아?"라는 말로 둔갑시키는 실수를 저지르지 말자.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서 '어떤 상사가 좋은 상사인가'라는 주제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적 있다. 1위는 '아랫사람이 아닌 동료로 대한다'였다. 이와 더불어 직원들은 상사에게 '일관적인 언행과 지시', '화가 나도 욕설이나 고함치지 않기', '예의 갖추기' 등 기본적 배려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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