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이어 마약까지"... 여야 갈등 최고조로
[곽우신 기자]
"당장 오늘 중에라도 사과하지 않고 뭉갠다면 그에 적절한 당 차원의 조치를 취하겠다." -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의 '마약' 발언에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기념행사 발언(관련 기사: 윤 대통령의 도 넘은 문 정부 공격..."종전선언 노래 부르고 다녀")을 시발점으로, 거대양당 간 설전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모양새이다. 민주당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제소까지 염두에 두고 김기현 대표 압박에 나섰다.
▲ 울산시당 워크숍 특강 하는 김기현 대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일 오후 울산 중구 울산시티컨벤션에서 열린 국민의힘 울산시당 선출직 당직자 워크숍에서 '국민의힘의 비전과 향후 과제'를 주제로 특강하고 있다. (국민의힘 울산시당 제공) |
ⓒ 국민의힘 울산시당 |
발단은 김기현 대표가 지난 1일 울산광역시에서 열린 울산시당 워크숍 자리 후 기자들과 만나면서 한 이야기였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민주당이 이미 제정신을 잃은 것 같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윤 대통령의 발언 이후, 윤영찬 민주당 의원의 '쿠데타' 발언에 대한 반박한 것이다.
윤 의원은 지난 6월 30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사를 "사실상 검찰개혁을 거부하기 위한 일종의 쿠데타"로 규정하고, "쿠데타를 일으킨 장본인들은 항상 체제 정당성이 굉장히 중요하고 그걸 이데올로기화하는 습성이 있다"라고 꼬집었다. 사실상 윤 대통령의 집권을 쿠데타에 비유한 셈이다.
김기현 대표는 또한 "이미 민주당이 불치의 질병에 걸린 것 같다"라며 "마약에 도취돼 오로지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면서, 국민의 참사마저 정쟁의 도구로 악용하는 아주 나쁜 짓을 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여당의 반발에도 야당 주도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부의되고, 특히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오르자 '입법 폭주'라는 취지로 날을 세운 것이다(관련 기사: 박수가 터졌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 패스트트랙 지정).
김 대표는 "자신들의 정권 시절에는 법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가 정권을 뺏기자마자 날치기 강행 처리해 통과시키는 의도가 무엇인지 국민은 잘 알 것"이라며 "민주당이 이런 과오를 반복해나가니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는 것 아니겠느냐"라고도 꼬집었다.
▲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 남소연 |
그러자 민주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이 1일 "야당이 마약에 도취됐다고 매도하는 김기현 대표는 제정신인가?"라며 "진상을 덮기에 급급한 여당이 야당을 보고 참사를 '정쟁의 도구로 악용한다'니 정말 파렴치하다. 제정신을 잃은 것은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야당의 노력을 모독하는 국민의힘"이라고 반발한 데 이어 박성준 대변인도 2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박 대변인은 "귀를 씻고 싶은 심정"이라며 "김기현 의원은 집권 여당의 대표이다. 극우 유튜버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그는 "어떻게 여당 대표가 정치인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국회의 신뢰를 땅바닥에 내팽개치는 수준의 막말만 골라서 하는지 기가 막힌다"라며 "불구대천지원수를 대하는듯한 저주의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불치의 질병에 걸렸다'는 극언이나 '마약에 도취 되었다'는 막말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참으로 가볍다"라며 "생각나는 대로 아무 말이나 내뱉으면, 그 말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상식도 갖추지 못한 여당 대표라니 국민 보기 부끄럽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정권 들어 막말 인플레이션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라며 "대통령이 말을 너무 거칠게 하니 김기현 대표와 국민의힘 정치인들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말로 흥하고 말로 망하는 것이 정치"라며 "야당과 국민을 향해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기를 바란다"라고도 당부했다.
"김기현, 정신차려라... 사과 안 하면 상응하는 조치 취할 것"
조정식 사무총장은 2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한층 수위를 더 높였다. 그는 모두발언을 시작하며 "김기현 대표에게 엄중한 사과를 촉구한다"라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고 야당을 향해 '마약에 도취됐다'고 하는 게 도대체 여당 대표의 입에서 나올 말이냐?"라고 꼬집었다.
그는 "'간절함을 부디 외면하지 말아달라'는 유가족의 절규에 비수를 꽂고,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하라는 국민의 요구에 돌을 던진 것"이라며 "대통령이 전 정부를 향해 반국가세력이라고 하더니 여당 대표마저 그에 편승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망언을 쏟아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조 사무총장은 김기현 대표를 향해 "정신차리시라"라며 "자기 존재감 과시를 그런 식으로 하시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윤리위 제소를 검토하는지' 질문이 나오자, 그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라며 "김기현 대표가 즉각 사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장 오늘 중에라도 사과하지 않고 뭉갠다면 그에 적절한 당 차원의 조치를 취하겠다"라며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라고도 반복했다. 사실상 윤리위 제소 카드까지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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