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는 황금세대? '숙적' 일본 필승으로 증명해야
[이준목 기자]
한국축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황금막내'들이 형님들이 못 다 이룬 21년만의 우승과 한일전 복수에 도전한다.
변성환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17세 이하(U-17) 대표팀은 7월 2일 오후 9시(한국시간) 태국 빠툼타니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U-17 아시안컵 결승에서 '숙적' 일본과 격돌한다. U17 아시안컵 결승에서 한일전이 성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축구의 강호로 불리우는 한국이지만 그동안 17세 이하 대회는 우승과 인연이 적었다. 1986년과 2002년 대회, 2회 우승을 차지했으며 마지막 우승이 무려 21년전이다. 2008년과 2014년에도 결승에 올랐으나 준우승에 만족해야했다. 결승진출은 9년만이다.
대회 최다우승국은 3회 우승의 일본(1994, 2006, 2018)이며 지난 2018년 말레이시아 대회에 이어 2연패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은 북한-사우디-오만-중국과 함께 최다우승 공동 2위다. 일본이 또 우승한다면 대회 최초의 연속우승팀이자 AFC 역사상 1990년대 이후 4번의 세대(Decade)에 걸쳐 모두 정상해본 유일한 팀이 된다. 반면 한국이 승리한다면 일본과 함께 대회 공동 최다우승국에 오른다.
한국과 일본은 이번 아시안컵 4강에 오르며 상위 4팀에만 주어지는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출전권을 획득한 상황이다. U-17 월드컵은 올해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다. 이미 1차 목표는 달성했지만 그만큼 정상을 향한 열망은 더 강해졌다.
우승도 우승이지만, 상대가 일본이라는데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한국축구는 최근 각급 대표팀별로 연이어 뛰어난 성과를 올리며 '황금세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평가다. A대표팀이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에 이어 카타르월드컵에서 12년만의 16강이라는 성과를 일궈냈다. 또한 손흥민을 비롯하여 김민재, 이강인 등 유럽 빅리그에서도 인정받는 초대형 스타들이 연이어 탄생했다.
23세 이하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2연패(2014-2018), 올림픽 동메달(2012 런던)과 3회 연속 8강진출이라는 성과를 냈다. 20세 이하 대표팀은 U-20월드컵에서 2019년 폴란드 대회 준우승(정정용호)-2023 아르헨티나 대회 4강(김은중호)이라는 업적을 일궈냈다. 여기에 17세 이하 대표팀까지 가세하며 21년만의 우승을 앞두고 있어서 그야말로 한국축구는 축제 분위기다.
하지만 '한일전'에 국한하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한국축구는 모든 연령별 대표팀을 통틀어 일본을 상대로는 유독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그것도 굴욕적인 참패를 연이어 당했다.
성인대표팀 벤투호는 2021년 3월 요코하마 평가전과 2022년 7월 동아시안컵에서 일본에 모두 0-3으로 완패했다. 또한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 대표팀은 2022 아시아 AFC U-23 챔피언십 8강전에서 역시 0-3으로 무너졌다. 그나마 A팀의 경우, 해외파 주전들이 나서지못해 정상적인 전력이 아니었다는 변명거리가 있었지만, 황선홍호는 21세 이하 선수들로 나선 일본에게도 완패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U-16팀도 지난해 6월 일본 센다이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드림컵에서 일본에게 역시 0-3으로 패한 바 있다. 당시 사령탑이 바로 변성환 감독이었고 1년의 시간이 흘러 양팀은 이제 17세 이하 대표팀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
전 연령대 한일전 4연패-4연속 3골차 패배는 한국축구 역사상 전대미문의 사건이었다. 그만큼 일본축구의 성장세가 매섭고, 전력의 깊이 면에서는 한국을 앞서기 시작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변성환호 역시 17세 이하 월드컵 본선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음에도 정작 결승에서 또다시 일본에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그동안의 성과가 모두 빛바랠수 있다. 하지만 위기에서 더 강해지는게 한국축구의 저력이다. 세계무대에서 더 강한 상대들도 꺾어봤던 태극전사들이기에 일본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한국 17세 이하 대표팀 선수들이 국제전에서 가장 많이 만난 상대로 일본이다. 한국은 이 연령대에서 일본에 11승 9무 6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일본은 결승까지 올라오는 5경기에서 무려 19골을 넣으며 대회 최강의 화력을 자랑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1-1)에게만 무승부를 기록했을뿐 나머지 팀들에게는 모두 최소 3골 이상을 터뜨리며 압승했다. 베트남(4-0), 인도(8-4) 등 약팀만 만난게 아니라, 토너먼트에서는 우승후보인 호주(3-1), 이란(3-0)을 상대로도 다득점을 기록하는 무서운 파괴력을 보여줬다.
변성환호 역시 5경기 15골을 터뜨리며 화력에서 크게 뒤지지 않는다. 김명준과 윤도영은 나란히 4골로 이번 대회 득점 공동 선두에 오라 득점왕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토너먼트에서 개최국 태국을 4-1로 완파했고, 4강전에서는 지난해 예선전에서 뼈아픈 역전패를 안겼던 우즈벡을 다시 만나 1-0 승리를 거두며 1년만의 설욕에 성공하여 상승세를 타고 있다.
기술축구 특유의 아기자기한 볼컨트롤과 전진패스 능력이 뛰어나고 최근에는 피지컬까지 갖추기 시작한 일본의 공세를 초반부터 얼마나 효과적으로 차단하느냐가 관건이다. 두 팀 모두 어린 선수들인만큼 빡빡한 일정에 다른 체력적 부담과 분위기 싸움에서 누가 주도권을 거머쥐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수 있다.
변성환 감독은 결승 진출 이후 "우즈베키스탄과 준결승-일본과의 결승 맞대결이라는 그림을 원했다. 상상이 실제로 이루어져서 기쁘다"는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변 감독과 리틀 태극전사들의 꿈꿨던 시나리오의 90%가 완성됐다. 이제는 일본을 꺾고 우승과 한일전 징크스 탈출이라는 마지막 화룡점정만을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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