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전쟁사]푸틴 권좌 위협한 '용병', 21세기에도 존재하는 이유

이현우 2023. 7. 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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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수괴로 변한 '푸틴의 요리사'
용병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
이라크전쟁 이후 러 주축 사업으로 변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명으로 '푸틴의 요리사'라 불렸던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수장의 반란이 일단락됐지만, 러시아 정계는 여전히 흔들리고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반란에 가담한 군부 인사 색출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대대적 숙청이 예상되는데요.

바그너그룹과 함께 러시아에 약 30여개에 달한다고 알려진 민간군사기업(PMC), 즉 용병부대들도 러시아군에 흡수되거나 해체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주요 전선의 선봉에 섰던 용병부대들이 해산되면 러시아군의 전력도 더욱 약화될 것이란 분석들도 나오고 있죠.

2000년대 초반 이후 용병사업이 위축된 미국과 달리 새로이 '용병의 나라'로 떠올랐던 러시아의 용병사업 역시 이번 반란을 계기로 급격히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20년 이상 철권통치를 하던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 용병들의 반란이 또다시 발생하는 상황은 결코 용납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죠.

그동안 역사 속에서 존재했던 수많은 용병부대들 중 일부도 실제 고용주를 무너뜨리고 정권을 장악한 사례들이 있었던만큼, 푸틴 정권의 불안감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러시아 푸틴 정권의 철권통치를 위협했던 용병의 역사와 함께 바그너그룹 반란 전후 앞으로 예상되는 상황까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뉴스(News) : '충견' 반란에 분노한 푸틴…반란 동조자 색출 본격화
프리고진의 반란에 연루된 혐의로 체포된 세르게이 수로비킨 장군의 모습[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먼저 뉴스부터 살펴보겠습니다. 28일(현지시간) 러시아 현지매체인 모스크바타임스는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러시아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날 "수로비킨 장군이 바그너 군사반란에 연루된 혐의로 체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부 소식통들의 말에 따르면 수로비킨 장군은 반란기간 중 프리고진의 편에 선 것으로 알려져있다고 모스크바타임스는 전했는데요.

러시아 안팎에서 수로비킨 장군의 체포설은 크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유명 군사블로거인 블라디미르 로마노프는 수로비킨 대장이 바그너 반란이 수습된 다음날인 25일 구금됐다고 주장했는데요. 그는 "수로비킨 대장이 현재 수도 모스크바 근교의 레포르토보 교도소에 수감됐다"고 전했습니다. 수로비킨 장군은 이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가족들과도 연락이 닿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죠.

서방 매체들도 수로비킨 장군이 프리고진 반란에 연루된 정황을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고위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수로비킨이 바그너그룹의 반란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고 미 정보당국도 그가 실제 반란 실행을 도왔는지 파악 중"이라고 전했죠.

이미 푸틴 대통령의 지시로 러시아 군부 주요 인사들에 대한 감시와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이야기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분노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고, 또다른 군사반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죠.

◆역사(History)1 : 가장 오래된 직업인 '용병'…고용주에 대한 반란도 빈번
로마 교황청에서 근무하는 스위스 근위부대의 모습. 16세기 스위스용병대의 복장을 갖추고 근무한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처럼 러시아를 뒤흔들었던 '용병(Mercenary)'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로 불립니다. 기원전 1750년경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에도 용병에 대한 규정이 남아있다고 할 정도로 이미 수천년 전부터 용병이란 직업이 존재했는데요.

특히 고대와 중세시대에는 국가 재정이 빈약해 지금처럼 수십만명 규모의 상비군을 유지할 예산이 부족했던만큼, 전쟁이 발발할 때만 고용했다가 다시 해고하는 기간제 용병을 운용하는 국가가 많았습니다. 이건 동서양을 막론하고 거의 대부분 문명권에서 마찬가지였는데요.

일찍부터 중앙집권제가 시작된 동양 역사에는 용병에 대한 기록이 많지 않지만, 국가가 혼란해지면 용병이 많이 등장하곤 했습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3세기 중국의 역사를 다룬 '삼국지(三國志)'에 등장하는 많은 호걸들은 오늘날로 따지면 대부분 용병부대의 대장이었는데요. 소설 삼국지연의의 주인공인 유비의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역사 속에서 유비는 촉한을 건국하기 이전까지 당시 용병대장을 의미하는 '객장(客將)'으로 묘사되며 매우 전략에 뛰어난 인물로 등장하죠. 그는 당대 중국 천하에서 패권다툼을 벌이던 군벌들인 공손찬, 도겸, 조조, 원소, 유표 등에게 계속 고용되며 결국 독자세력을 만드는데 성공하게 됩니다.

여러 개별국가로 쪼개져 전쟁이 잦았던 서양에서는 용병제도가 훨씬 활발하게 전개되는데요. 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와 그리스 연합군간의 전쟁이 이어질 때부터 본격적인 용병 고용에 대한 기록들이 등장하죠. 로마제국 역시 수많은 용병을 통해 제국을 넓혔지만, 결국 게르만 용병 대장이었던 오도아케르(Odoacer)에 의해 멸망하게 되죠.

적십자를 창설한 스위스인 앙리 뒤낭(Henri Dunant)의 모습.

중세시대로 접어들면서 주로 종족이나 씨족단위로 운영되던 고대의 용병제도는 오늘날과 같은 기업형태로 바뀌게 되는데요. 15세기부터 본격적인 용병기업인 '컴퍼니(Company)'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이 용병기업들은 작게는 수십명 단위로, 크게는 수천명 단위로 용병을 고용해 개별 전쟁에 동원되거나 왕실이나 귀족들의 호위를 맡으며 성장하게 되죠.

아예 국가단위로 용병사업을 주력산업으로 키운 전쟁국가들도 있었는데요. 대표적인 국가가 스위스에서 독일 중부에 위치했던 헤센-카셀(Hessen-Kassel) 방백국이란 곳입니다. 스위스 용병은 13세기부터 이미 용맹한 용병부대로 이름이 높았고, 헤센-카셀 방백국은 인구의 거의 10% 이상, 즉 대부분의 젊은 남성들이 해외 용병에 근무할 정도로 완전한 군사국가였는데요. 미국 독립전쟁 당시에는 수만명의 헤센-카셀 지역 남성들이 영국군에 고용돼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가기도 했죠.

이러한 용병사업은 이후 적십자(Red-Cross) 탄생에도 큰 영향을 끼칩니다. 스위스 제네바 출생인 앙리 뒤낭(Henri Dunant)이 1850년대부터 1860년대까지 크림전쟁, 이탈리아 통일전쟁 등에 동원됐던 스위스 용병들의 참혹상을 보고 국적에 관계없이 부상병을 구호하는 단체인 적십자를 창설했기 때문이죠.

◆역사(History)2 : 이라크 전쟁 이후 美 용병기업 위축, 러시아 용병기업은 급성장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1,2차 세계대전 이후 국지전 발발지역이 중동지역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되면서 용병활동은 예전에 비해 크게 위축이 됐습니다. 21세기 초반까지는 주로 미국기업들을 중심으로 용병사업이 발전하게 되는데요.

지금은 민간군사기업(Private Military Company)이라 불리는 이 용병기업들은 전쟁 발발시 전투 동원을 위해 고용되거나 각 요인들의 경호, 점령지의 치안유지 등 다양한 부문에서 활용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1997년 설립돼 이라크 전쟁 전후 현지에서 크게 활약했던 '블랙워터(Black Water)'와 같은 용병기업들은 유명세를 타게 됐죠.

그러나 2007년 9월, 이 블랙워터 용병들이 이라크 바그다드 시내 한복판 도로에서 무차별 총기난사를 벌여 수백명의 민간인이 학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미국의 PMC 사업은 크게 위축됩니다. 미국의 PMC들이 이라크 등 중동 전역에서 수백건의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켰고 너무 많은 민간인들이 죽었다는 보고가 잇따르면서 많은 기업들은 사명을 바꾸거나 국적을 바꾸는 등 미국에서는 더이상 공개적으로 하기 어려운 사업이 되죠.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푸틴 정권의 지원하에 러시아 용병기업들이 크게 약진하게 됩니다. 중동의 이라크, 시리아 내전은 물론 아프리카 각국의 내전에 러시아 용병부대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바그너그룹을 비롯해 크고 작은 30여개의 용병기업들이 난립하게 됐는데요. 이들은 주로 석유나 천연자원 채굴권 등을 대가로 각국의 반군이나 정부군을 도와주면서 이권을 받아왔고, 러시아 정부도 이들의 활동에 깊게 개입하게 됐는데요. 여기서 발생한 이권과 자산들은 일부가 푸틴 대통령의 정권 연장을 위한 정치자금으로 전용됐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가장 큰 규모였던 바그너그룹은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 30여개 국가에서 활동하며 5만명 이상의 병력을 둔 대규모 용병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들의 수장이었던 프리고진은 원래 러시아 최대 급식업체인 콩코드 케이터링(Concorde Catering)의 대표로 푸틴 대통령이 집권하기 이전부터 그의 전속 요리사로 알려진 인물이었죠.

이후 프리고진은 2013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을 앞둔 상황에서 콩코드 케이터링 산하 자회사로 바그너그룹을 설립합니다. 베테랑 군인 출신인 드미트리 우트킨과 손 잡고 각국에서 전직군인이나 용병단, 범죄자들을 규합해 용병기업을 만들었죠. 이후 탱크와 장갑차, 전투기 등 중화기를 러시아군으로부터 직접 지원받으며 사업을 전세계로 확장해왔고,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바그너그룹 용병부대는 최전선의 선봉에서 전쟁을 이끌어왔습니다.

◆시사점(Implication) : 러시아의 정정불안, 더욱 불확실해진 우크라 전쟁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이처럼 푸틴 대통령의 충견이자 자금줄 노릇을 해온 프리고진과 바그너그룹의 반란은 20년 이상 철권통치를 자랑해온 푸틴 정권에 적잖은 충격을 준 것으로 풀이됩니다. 당장 정권이 붕괴되진 않더라도 취약점이 노출된만큼, 러시아 안팎에서 푸틴 정권은 더 많은 반란과 도전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이는 비록 중도 실패로 끝났지만, 그만큼 바그너그룹이 하루동안 일으켰던 군사반란의 여파가 매우 컸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바그너그룹이 불과 4000명의 병력으로 북상해 전술핵무기까지 보관돼있던 대도시인 로스토프나노두에 무혈입성하고, 모스크바 200km 앞까지 진격하는 동안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으며 러시아 전역이 하룻동안 무방비상태에 놓였었다는 것 자체가 푸틴 정권에 큰 충격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이러한 내부 분열을 풀기 위해 푸틴 정권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더욱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시 상황을 강조하고 국민통합과 푸틴 정권의 공고함을 과시하기 위해서는 전쟁이 지속돼야하기 때문인데요. 러시아의 정정불안이 하루속히 마무리되고, 평화협상의 물꼬가 트이기를 기대해봅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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