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진영은 잊어라... KBO 동명이인 선수들의 활약상

양형석 2023. 7. 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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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1일 삼성전 4안타1타점2득점 맹활약, 한화 15년 만에 8연승 질주

[양형석 기자]

한화가 삼성을 완파하고 무려 18년 만에 감격의 8연승 행진을 내달렸다.

최원호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1일 대구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2방을 포함해 장단 16안타를 터트리며 10-4로 승리했다. 2005년6월14일 KIA타이거즈전 이후 무려 18년 만에 8연승의 기쁨을 만끽한 한화는 어느덧 최하위 삼성과의 간격(6경기)보다 3위 NC다이노스와의 간격(4.5경기)이 더 좁은 팀이 됐다(31승4무37패).

한화는 선발 리카르도 산체스가 6이닝5피안타1사사구5탈삼진1실점 호투로 시즌5번째 승리를 챙겼고 산체스 등판경기 8승1무의 상승세도 함께 이어갔다. 타선에서는 노시환이 연타석 홈런을 포함해 3안타4타점2득점을 폭발하며 승리를 이끌었고 포수 최재훈도 3안타2타점으로 좋은 타격감을 뽐냈다. 그리고 1번 우익수로 선발출전한 이진영은 4안타1타점2득점으로 활약하며 독수리 군단의 '돌격대장'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한 쪽으로 기우는 경우가 많은 동명이인 선수

현재 KBO리그에는 많은 동명이인 선수들이 거쳐갔고 지금도 동명이인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삼성 왕조시대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다가 kt 위즈로 이적한 내야수 김상수와 한 시즌 최다홀드기록(40개)을 보유한 롯데 자이언츠의 불펜투수 김상수는 그나마 균형이 맞는 동명이인이다.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했던 두산 베어스의 사이드암 선발 최원준과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KIA의 외야수 최원준도 마찬가지.

하지만 KBO리그의 역사를 살펴 보면 한 쪽으로 균형이 크게 기울어지는 동명이인 선수들이 훨씬 많았다. 올 시즌부터 두산을 이끌고 있는 이승엽 감독은 현역 시절 '국민타자'로 불리며 현재까지 깨지지 않은 한 시즌 최다홈런(56개)과 통산 최다홈런 기록(467개)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2006년 두산에 입단했던 '외야수' 이승엽은 1군 무대에서 12경기 11타수 무안타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긴 채 2년 만에 프로생활을 마감했다.

삼성과 롯데, SK 와이번스를 거치며 프로 무대에서 14년 동안 활약한 김태균(kt 수석코치)은 내야 전 포지션을 오가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멤버로 활약했다. 하지만 2001년 그와 이름이 같은 또 한 명의 김태균(KBS N스포츠 해설위원)이 등장했고 또 다른 김태균은 통산 타율 .320 2209안타311홈런1358타점이라는 눈부신 기록을 세웠다. 현재 김태균이라는 이름의 무게감은 '1982년생 김태균'으로 크게 기울었다.

올 시즌 LG 트윈스의 선두질주를 이끌고 있는 김현수는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2년의 공백에도 통산 2168안타237홈런1322타점을 기록하고 있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격기계'다. KBO리그에는 김현수의 신일고 선배이기도 한 또 한 명의 김현수가 2002년 삼성에 입단했지만 1군에서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2019년 롯데에 입단했다 이듬해 KIA로 이적한 투수 김현수(상무)도 아직 유망주 딱지를 떼지 못한 채 군복무를 하고 있다.

이진영 역시 야구팬들에게 매우 익숙한 동명이인 선수다. SK 시절부터 '국민우익수'로 불리던 이진영은 SK와 LG, kt를 거치며 20년 동안 현역으로 활약했고 통산 타율 .305 2125안타169홈런979타점979득점112도루를 기록했다. 2020년부터는 프로생활을 시작했던 '친정' SSG 랜더스에서 타격코치를 역임하고 있다. 현재도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이진영'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왕년의 국민우익수'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리드오프 고민 해결해준 젊은 외야수

국민우익수와 동명이인인 1997년생 우타외야수 이진영은 선린인터넷고 3학년 시절 청소년대표팀에 선발돼 윤성빈(롯데),이영하(두산),박세진(kt),최원준 등과 함께 U-18 야구월드컵에 출전해 한국의 동메달 획득에 기여했다. 그리고 이어진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6라운드 전체58순위로 KIA의 지명을 받았다. KIA입장에서는 청소년대표 출신 유망주 외야수를 낮은 순번에서 지명하는 행운을 누린 셈이다.

하지만 이진영의 프로적응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루키 시즌 17경기에 출전해 타율 .138(29타수4안타)2타점에 그친 이진영은 2017년 4할 타율을 기록했지만 단 8번의 타석에서 올린 기록으로 큰 의미를 찾기 힘들었다. 결국 이진영은 2017 시즌이 끝나고 병역의무를 마치기 위해 경찰 야구단에 입대했는데 공교롭게도 경찰야구단이 2019년8월에 해체되면서 이진영은 경찰야구단의 마지막 기수가 됐다.

전역 후에도 2020년 32경기, 2021년17경기 출전에 그치며 좀처럼 1군에서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하던 이진영은 작년 4월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로 팀을 옮겼다. 결과적으로 이진영에게 한화 이적은 좋은 기회가 됐다. 작년 한화 유니폼을 입고 70경기에 출전한 이진영은 타율이 .200에 그쳤지만 8홈런31타점으로 우타거포 외야수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하며 의미 있는 시즌을 마쳤다.

올 시즌에도 퓨처스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다가 4월 말에 1군에 올라온 이진영은 오른손 대타 및 플래툰 외야수로 활약하다가 6월 들어 한화의 외야 한자리를 차지했다. 꾸준한 출전기회를 얻으면서 타격감도 점점 좋아진 이진영은 6월에만 3홈런14타점을 기록했다. 이진영은 1일 삼성과의 7월 첫 경기에서도 4안타1타점2득점으로 한화의 8연승 질주에 크게 기여하며 시즌 타율을 .255까지 끌어 올렸다.

시즌 개막 후에도 확실한 1번타자를 정하지 못한 한화는 노수광과 정은원,이원석, 루키 문현빈까지 번갈아 1번타자로 투입하며 실험을 이어갔다. 하지만 최근 10경기에서는 이진영이 '붙박이 1번타자'로 출전하면서 최원호 감독의 리드오프 고민을 덜어주고 있다. 그리고 이진영이 1번타자로 선발출전한 최근 10경기에서 한화는 현재 진행형인 8연승을 포함해 8승2패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중위권 싸움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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