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연패' 세자르호, 그래도 무기력하진 않았다

양형석 2023. 7. 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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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1일 VNL 3주차 3차전 중국에게 세트스코어 1-3 패배, VNL 23연패

[양형석 기자]

한국 여자배구가 중국에게 패하며 대회 11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잘레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1일 서수원 칠보체육관에서 열린 발리볼 네이션스리그(VNL) 3주차 3번째 경기에서 중국에게 세트스코어 1-3(13-25,21-25,25-21,15-25)으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이번 대회 승리 없이 11전 전패를 당하게 됐고 작년부터 이어진 VNL 연패숫자가 '23'으로 늘었다. 세계선수권대회를 포함한 세자르 감독 부임 후 성적도 1승27패가 됐다.

한국은 김다은(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이 17득점으로 팀 내 최다득점을 올렸고 이다현(현대건설 힐스테이트)과 강소휘(GS칼텍스 KIXX)가 나란히 12득점, 이주아(흥국생명)가 10득점을 기록하며 분전했다. 이번 대회 11경기를 치르면서 승리는커녕 승점 1점도 따내지 못한 한국 여자배구는 2일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팀이자 이번 대회 9승2패의 성적을 자랑하는 강호 폴란드를 상대로 대회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확실한 주포가 없는 한국이 국제대회에서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공격배분이 필수다.
ⓒ 국제배구연맹
 
중국의 장신군단에게 고전한 한국

한국 여자배구가 안방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좀처럼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27일 불가리아에게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한 세자르호는 29일 도미니카 공화국과의 경기에서도 세트스코어 0-3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10경기에서 30번의 세트를 내주는 동안 단 두 번의 세트를 따내는데 그쳤다. 한국이 남은 두 경기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하면 'VNL 2년 연속 전패'라는 불명예를 쓰게 된다.

중국은 같은 동아시아에 속해 있어 다른 대륙에 있는 나라에 비하면 국제대회에서 비교적 자주 상대하는 익숙한 나라다. 하지만 현재 한국과 중국이 처한 상황은 전혀 다르다. 아직 대회 마수걸이 승리를 챙기지 못한 한국과 달리 중국은 브라질,일본 같은 강호들을 꺾으며 6승4패 승점 19점으로 이번 대회 16개 참가 팀 중 6위에 올라 있다. 세계랭킹에서도 6위에 올라있는 중국은 34위의 한국보다 무려 28계단이나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한국은 중국전에서 불가리아,도미니카를 상대했던 라인업과 같은 멤버들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한국은 리베로를 제외한 주전 6명의 평균신장이 192.2cm에 달하는 장신군단 중국을 상대로 1세트 초반부터 크게 고전했다. 한국은 김다은과 강소휘의 활약을 앞세워 간헐적으로 반격을 했지만 좀처럼 점수 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한국은 세트 후반 연속득점으로 기세를 올렸지만 끝내 중국과의 높이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13-25로 첫 세트를 내줬다.

한국은 2세트 초반 이주아의 이동공격과 중국의 오버네트 실책, 김다은의 서브득점을 묶어 6-5로 리드를 잡았다. 전날 도미니카와 풀세트 접전을 벌였던 중국은 2세트부터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범실이 늘어났고 한국은 15득점 고지에 먼저 오르며 세트 중반까지 중국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한국은 세트 후반 중국의 왼손잡이 아웃사이드히터 리잉잉에게 연속서브득점을 허용했고 중국의 높이에 고전하며 21-25로 2세트마저 빼앗겼다.

에이스 없는 한국, 다양한 공격배분이 살 길

두 세트를 내줬지만 1세트에 비해 2세트의 경기력이 부쩍 좋아진 한국은 3세트에서도 정지윤(현대건설),강소휘,김다은의 공격과 이다현의 서브득점, 이주아의 블로킹으로 초반 대등한 경기를 이어갔다. 한국은 중국의 높은 블로킹을 이용한 공격으로 착실히 득점을 올렸고 중국도 유안신유에와 왕유안유안으로 구성된 미들블로커 듀오의 중앙속공을 앞세워 좀처럼 리드를 빼앗기지 않았다.

한국은 15-15로 맞서던 3세트 중반 리잉잉의 공격범실과 이다현의 이동공격으로 리드를 잡았고 정지윤의 공격으로 20점 고지를 먼저 밟았다. 한국은 세트 중·후반 급격히 흔들리며 자멸하던 이전 경기들과 달리 강소휘의 쳐내기 공격과 이다현의 속공으로 세트 후반에도 꾸준히 리드를 유지했다. 한국은 24-21 세트포인트에서 강소휘의 공격이 성공하면서 25-21로 귀중한 한 세트를 따내는데 성공했다.

처음으로 듀스 없이 세트를 따낸 한국은 4세트에서 정지윤과 이다현, 김다은의 공격득점으로 초반 좋은 흐름을 가져갔다. 한국은 4-7에서 작전타임 이후 연속 3득점을 올리며 추격에 성공했고 중국과 대등한 경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한국은 세트 중반 이후 잠잠하던 중국의 블로킹이 살아나면서 리드를 허용했고 공격범실까지 이어지면서 주도권을 내줬다. 결국 한국은 3세트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한 채 15-25로 4세트를 내주며 대회 11연패에 빠졌다.

세자르호의 최대 약점은 블로킹이다. 실제로 한국은 이번 대회 블로킹에서 캐나다에게 3-11, 미국에게 3-15, 크로아티아에게 5-14, 독일에게 5-11, 불가리아에게 4-13, 도미니카에게 3-10으로 크게 뒤졌다. 심지어 한국보다 신장이 작은 태국에게도 5-13으로 뒤졌다. 한국은 이날도 블로킹에서 3-10으로 크게 뒤졌지만 4세트에서만 7개의 블로킹을 허용했을뿐 3세트까지는 평균신장 192.2cm의 중국보다 더 많은 블로킹(5-3)을 기록했다.

이는 김다인 세터(현대건설)의 다양한 볼배분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은 이날 4명의 공격수가 두 자리 수 득점을 올렸을 정도로 특정 선수에 대한 몰아주기 없이 코트 안에 있는 선수들이 다양하게 공격을 시도했다. 당연히 상대 블로킹은 혼란이 올 수 밖에 없고 특정선수에게 블로킹을 집중하기도 쉽지 않다. 중국전은 김연경(흥국생명) 같은 '슈퍼에이스'가 없는 한국이 앞으로 국제대회에서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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