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갈등' 포항시-포스코…이강덕·최정우 만남으로 풀릴까
포스코 본사 소재지 등을 둘러싼 포항시와 포스코 사이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포항 지역 시민단체가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포스코 직원복을 입은 사람의 곤장을 치거나 최 회장을 상징하는 인형의 코를 절단하는 과격 퍼포먼스를 펼치면서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이강덕 포항시장과 최정우 회장이 20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서 만나기로 하면서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포항시가 보도자료를 통해 “포스코가 없는 포항을 상상할 수 없듯, 포항을 떠난 포스코도 존재할 수 없다”며 적극적인 화해 제스쳐를 보인 것도 분위기를 띄우는 데 한몫했다.
20개월 만에…李시장-崔회장 만남
포항시와 포스코에 따르면 최 회장은 오는 3일 ‘포항제철소 1기 종합준공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포항시 남구에 위치한 포스코 본사를 찾는다.
포스코는 당초 행사를 내부적으로 치르기로 하고 외부 인사를 초청하지 않을 방침이었지만 행사의 의미가 깊은 만큼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이강덕 시장, 백인규 포항시의회 의장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이에 이 시장이 참석 의사를 밝히면서 최 회장과 만남이 성사될 전망이다.
두 사람의 만남이 이뤄지면 2021년 11월 포항 환호공원 ‘스페이스워크’ 제막식 이후 20개월 만이다. 같은 해 12월 포스코 이사회에서 포스코의 지주회사 전환이 결정되고 본사를 서울에 두겠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포항 지역 사회와 포스코는 극심한 갈등을 빚어 왔다. 최정우 회장을 타깃으로 한 반대 집회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본사 소재지 둘러싼 갈등 장기화
지역 사회의 반대가 극에 달하자 포스코는 본사 소재지의 포항 이전과 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설치 등을 약속했지만, 실질적인 본사 기능은 여전히 서울에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갈등은 숙지지 않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달 15일에는 ‘최정우 퇴출! 포스코 지주사 본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의 최 회장 퇴진 촉구 집회가 포스코 측의 큰 반발을 샀다. 2000여 명이 참석한 이 집회에서 범대위는 인형의 곤장을 치고 코를 절단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포스코 노경협의회 근로자위원들은 집회 당일 “그동안 범대위가 포스코와 포항시의 상생 협력을 저해하며 같은 포항시민인 포스코 직원들의 자긍심을 짓밟는 비방을 해왔지만 상생을 바라며 묵묵히 지켜봤다”며 “그러나 오늘 본사 앞에서 시위대가 사람을 묶어 눕혀서 곤장을 치고 망나니 칼을 휘두르며 인형을 절단하는 행위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집회 ‘과격 퍼포먼스’로 갈등 격화
이어 포스코 복수노조 중 대표교섭 노조인 한국노총 소속 금속노련 포스코노동조합도 집회 다음 날인 16일 “최근 범대위 행보는 합리 범주를 벗어나고 있다”며 “포스코가 올바르게 갈 수 있도록 하는 자정작용은 우리 포스코노조가 한다. 범대위는 우리 자부심을 훼손하지 말라”고 했다.
최근 암 수술을 받고 서울에서 후속 치료를 받는 상황에서도 이 시장이 최 회장과의 만남에 나선 것도 그만큼 포항시와 포스코 사이의 갈등 상황을 해소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포항시 관계자는 “포스코 지주회사 이전 문제 등을 둘러싼 현재의 심각한 갈등 국면에 대해 이 시장이 포항시민의 의견과 지역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전달할 예정”이라며 “현재 중단된 포항시-포스코 상생 협력 태스크포스(TF) 회의 재개 요청을 통해 진정한 대화와 소통으로 갈등 국면과 역경을 딛고 미래 상생 발전으로 나아갈 것을 당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시장은 “소통과 화합을 통해 앞으로 50년, 100년도 상생의 지혜를 발휘해 제2, 제3의 영일만 기적을 함께 이뤄 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포항=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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