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토크]"인류 최대 디플레 압력"…AI가 부르는 생산원가 혁명
이유는 생성 AI로 인한 생산성 증가
서비스 비용 증가 불러온 '보멀 효과'
챗GPT 등 생성 AI로 역전 가능할까
선진국, 개발도상국 할 것 없이 전 세계가 고물가로 신음합니다. 각국 중앙은행은 금융 불안을 각오하고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머지않아 인공지능(AI)의 영향으로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대신 오히려 디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릴 거라는 전망이 나와 주목받습니다.
"AI는 인류 최대의 디플레이션 압력"
이같은 주장은 이미지 생성 AI의 대표 기업 '스태빌리티AI' 창업자 이마드 모스타크에게서 나왔습니다. 모스타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생성 AI는 인류가 경험하는 사상 최대의 디플레이션 압력이 될 것"이라며 "그 효과는 내년부터 발동할 것이며, 구식 경제 모델을 다루는 경제학자들을 놀라게 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주장은 상당수 금융 기관의 관측과 대척점에 있습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요인을 여전히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이 장기간 고착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물가 상승 원인 된 '서비스' 가격
그렇다면 모스타크 CEO는 어떤 근거로 이런 주장을 하는 걸까요. 이는 현재 주요 경제 대국들의 물가상승률 지표를 유심히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최근 각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원자재와 화석 연료의 물가상승률은 주춤한 상황입니다.
대신 여전히 고공행진 중인 물가상승률은 '근원 CPI'입니다. 근원 CPI는 전체 CPI에서 식료품과 에너지의 물가상승률을 제외한 수치로, 대부분 우리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서비스' 물가를 가늠하는 지표입니다.
스웨덴, 노르웨이, 영국 등 여러 유럽 국가는 지난달 기준 높은 근원 CPI 때문에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는 현상을 경험했고, 이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서비스 물가가 꺾이지 않는 이유는 코로나19 위기 당시 주요국 중앙은행이 대대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만성적인 숙련 인력 부족 등 여러 변수가 겹쳤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AI가 활약할 여지가 있습니다. 생성 AI는 인간이 하는 '서비스'를 대신 하는데 특화됐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모스타크 CEO의 스태빌리티AI는 단순한 키워드를 입력하는 것만으로도 고품질의 그림, CG, 유사 사진 등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 산업의 작품 단가와 제작 시간을 줄이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생성 AI의 대표격인 '챗GPT' 또한 이런 서비스에 특화됐습니다. 이미 챗GPT는 번역, 법률, 소비자 상담 등 다양한 인적 서비스 분야에 접목되고 있으며, 서비스 중심 기업의 운영 비용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AI가 수십년 째 이어진 '보멀 효과' 뒤집을까
오늘날 대부분의 선진국은 서비스 산업 중심입니다. 미국, 프랑스, 영국 같은 나라는 이미 전체 국가 총생산(GDP)의 약 80%가 서비스 산업에서 창출되며, 한국, 일본, 독일 같은 제조업 강국도 사실 전체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20~30% 안팎에 불과합니다.
현대 경제 자체가 서비스에 의존하고 있다 보니, 일각에선 많은 선진국이 겪고 있는 '노동생산성 부진'의 원인이 바로 서비스 산업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일명 '보멀 효과'입니다.
보멀 효과는 미국의 거시경제학자 윌리엄 보멀이 수립한 이론으로,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 향상은 필연적인 한계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게 골자입니다. 여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습니다.
법률, 의료, 교육 등 국가가 공인한 시험을 치른 뒤 자격증을 딴 사람만 노동시장에 투입될 수 있는 특수한 서비스 시장, 돌봄이나 기타 공공 서비스처럼 예전이나 지금이나 생산성 자체는 큰 변화가 없지만, 임금 상승으로 인해 비용만 커진 경우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생성 AI는 인간 서비스 노동자의 단위 생산성을 크게 늘릴 잠재력이 있습니다. 긴 보고서나 계약 문서를 순식간에 작성하거나, 고급 편집 기술을 필요로 하는 CG도 쉽게 양산 가능합니다. 어쩌면 20세기 중반 이후 현재까지 계속 이어진 보멀 효과를 역전시킬 도구가 될 수 있는 셈입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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