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다이어리] 반간첩법이라는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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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개정된 중국의 반간첩법이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에서 생활하는 기업 주재원이나 연구기관·컨설팅업체 종사자들, 그리고 취재 활동을 하는 특파원들을 가장 걱정시키는 것은 법 적용 범위와 대상의 모호성이다.
중국은 이 법에 대해 자국 이익을 침해하는 외국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근거를 만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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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개정된 중국의 반간첩법이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에서 생활하는 기업 주재원이나 연구기관·컨설팅업체 종사자들, 그리고 취재 활동을 하는 특파원들을 가장 걱정시키는 것은 법 적용 범위와 대상의 모호성이다.
주요 개정 내용을 살펴보면 간첩행위의 정의가 사실상 ‘걸면 걸리는’ 수준으로 넓어졌다. 기밀 정보뿐 아니라 국가 안보·이익에 관한 문건·데이터 등을 정탐·취득·매수·불법 제공하는 것이 새로 포함됐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문건과 데이터를 말하는지에 대해서는 상정하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기밀 관련 부처·핵심 정보기반시설뿐 아니라 국가기관을 촬영하는 것도 간첩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개정법은 법적으로 간첩죄가 성립하지 않아도 간첩행위에 대해 행정구류 등 처분할 수 있도록 했다.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활동을 ‘할 가능성’이 있는 외국인에 대한 입국 불허와 법 위반 외국인에 대한 추방, 10년 이내의 입국 금지 등 처분 권한과 처분의 강도도 강화했다.
주중 한국 대사관은 관련법을 살펴본 뒤 교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며 중국 지도, 사진, 통계자료를 인터넷으로 검색하거나 전자기기에 저장하는 행위를 유의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국가기관 자체뿐 아니라 그 인접 지역에서 사진을 찍는 것도 말렸다.
한 소식통은 "이 법은 미국과 일부 서방의 제재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것"이라면서 "신장위구르 인권 논란 등 민감한 내치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고, 일부 중국 기업이 미국에 자국 기업과 산업에 대해 밀고하는 등의 행위를 막겠다는 두 가지 주된 목적이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당초의 목적과 달리 언제 어떻게 법 적용을 받게 될지 모르니, 현재는 중국 측과의 접촉을 당분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반간첩법과 같은 날 시행되기 시작한 대외관계법의 목적도 유사한 맥락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 법에 대해 자국 이익을 침해하는 외국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근거를 만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하고 있다. 특히 33조는 "중국은 국제법과 국제 관계의 기본 준칙을 위반하고 중화인민공화국의 주권, 안전 및 발전이익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 상응하는 조처를 할 권리가 있다"고 적시했다.
안팎에서는 부진한 중국 경제 회복세의 개선 방안으로 ‘개혁’과 ‘개방’을 공통으로 꼽는다. 그간 중국 경제를 떠받쳐온 제조업에서 혁신산업으로의 전진이 전자이고, 중국 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 외자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후자일 것이다. 진커위 영국 런던정경대(LSE) 교수는 최근 중국 톈진에서 개최된 하계 세계경제포럼 연례회의(하계 다보스포럼)에서 "중국은 높은 투명성을 유지하고, 국제 자본시장과 더 많은 소통을 해야 한다"면서 "더 많은 개혁과 개방이 중국의 일부 경제적 병목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런 의미에서 반간첩법은 중국의 경제 정상화 궤도를 빠르게 역주행한다. 경계가 모호한 규제는 중국의 의도를 의심하게 만들 것이며, 재중 외국인의 심리를 위축시킬 것이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는 대외관계법과 관련한 사설에서 "중국의 외교는 개방적이다. 우리는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되기를 희망하지만, 중국의 이익을 해치는 행동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미국뿐 아니라 동서고금의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의 이익만을 최우선시하는 상대방을 친구라고 부르지 않으며, 그러한 무관용의 태도를 개방적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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