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헌 "우리 정치 6류로 퇴보…전부 다 바꿔야" [4류 정치 청산 - 연속 인터뷰]
"정당들 선거 승리가 수단이 아닌 목적이 돼"
"민심을 '자의적'으로만 해석…서로에 밀려
모두가 패배하는 국회되면서 실망만 일으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말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1995년 '베이징 발언'으로부터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과연 그 사이에 우리 정치는 4류에서 조금이라도 랭크가 올랐을까. '헌정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21대 국회의 모습을 보며, 일말의 기대마저 내려놓는다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과연 우리 정치, 우리 국회, 우리 정당은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해야 '4류 정치'를 청산하고 선진 정치로 나아갈 수 있을까. 데일리안은 '4류정치 청산'을 주제로 하는 연속 인터뷰를 통해 그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다섯 번째 순서로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험지 '대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재헌 대구시당 청년위원장을 만났다.
"정치 변화위해 선거제부터 바꿔야"
"청년 살릴 제도, 기반 만들어 기득
권으로 귀결되는 지금 구조 부숴야"
"4류가 아닌 5류, 6류. 이젠 희망조차 포기한 국민이 외면한 국회"
우리나라 정치와 국회의 현실에 대한 질문에 서재헌 위원장이 내놓은 답변이다. 선거에서의 승리가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면서 우리나라 정치는 발전이 아닌 퇴보를 하고 있단 뼈아픈 지적이다. 그런 와중에 정권이 5년 만에 교체되면서 여소야대 정국이 왔고, 각 당은 국민의 민심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기 시작했다. 여야 모두 민생이 아닌 정쟁에만 몰두하게 됐고, 결국 국민을 외면하고 국민이 외면하는 국회가 됐다는 설명이다.
서 위원장은 "2020년, 국민들은 대안 없는 색깔론과 과도한 국정발목잡기에 지쳐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 심판론을 들고 나왔고, 결국 과반이 넘는 180석 가까이를 여당에게 밀어줘 민주당에 힘을 실어줬다"면서도 "이런 국민적 요구에 우리 민주당이 정책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답을 못 드리면서 2022년 대선 패배의 결과를 초래했다. 여야가 바뀌자마자 국민이 준 민심을 자의적으로만 해석하고 있는데,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본연의 역할은 한 번도 못해보고 모두가 패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쟁이 계속되다보니 정당들의 목적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선거 승리가 아닌 오직 자신들을 위한 선거 승리로 변하고 있으며, 선거 이후에는 그 전의 마음과 열정 그대로 활동하지 않고 있다"며 "선거에서 마음을 준 국민의 삶을 위해 노력하는 '잘하기 경쟁'이 아니라 서로의 실책을 정쟁으로 활용하는 '남 탓 경쟁'만 하다 보니 4류 정치가 아닌 5류, 6류 정치로 퇴보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런 만큼 서 위원장은 정치의 잘못이 한쪽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리고 현재 정치의 문제를 단순히 '누군가'의 변화만으로 풀기는 이미 너무 많은 기회와 시간을 놓쳤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 위원장은 "전부 다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건 시스템, 즉 우리나라 정치제도 자체를 바꿔 다양한 이야기가 들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제도 개편을 시작으로 국민들이 모두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변화가 있어야 정치 발전과 국회 권위의 회복이 가능하다는 제안이다.
서 위원장은 "가장 중요한 건 선거제도의 개편이다. 현행 소선거구제 하에서는 다양성이 반영되지 못하는 폐단을 넘어 지역주의 강화만 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 및 대선거구제와 같은 제도를 통해 지역주의가 더 이상 대한민국의 이슈가 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한다"며 "양당 모두 '청년, 청년' 얘기만 하고 실질적으로 청년을 살릴 수 있는 제도나 기반을 만들어주지 않는다. 경선을 하더라도 획기적인 방향의 경선을 하고, 평가를 하더라도 세부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 있는 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타이틀 걸고 최대험지 대구서 활동
"좋은 추억도 아픈 기억도 많다…'지역주
의' 타파 위해 스타 아닌 팀 전략 중심가야"
"자기 이득만이 아니라 큰 그림을 봤으면"
서 위원장의 고향은 대구광역시다.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대구에서 나왔고, 대구에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민주당 타이틀을 걸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험지인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 서 위원장은 대구에서 동구청장(2018년 지선), 대구 동구갑 국회의원 선거(2020년 총선), 대구광역시장(2022년 지선) 등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선거를 치러보기도 했다.
이 시절에 대해 그는 "좋은 추억도 아픈 기억도 많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남들이 할 수 없는 귀중한 경험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는 만큼 지역주의만큼은 타파해야겠다는 일념과 함께, 방법론과 관련해선 남들과 다른 인싸이트를 갖고 있었다.
서 위원장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선 축구로 비유하자면 과거 김부겸 전 총리처럼 인물론에 바탕을 둔 스타플레어 중심의 전략보단 얼마 전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4강 진출의 쾌거를 이룬 김은중 감독 전술시스템인 '팀운용 전략'이 필요하다"며 "평소 훈련 및 팀 조직력 훈련을 통해 16강전, 8강전 등에서 보여준 주전과 비주전의 구분이 무의미한 개별 선수들의 실력향상에 팀을 위한 헌신의 전략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민주당이) 여당일 땐 (대구에서도) 시민과 언론이 관심도 주고 채찍질도 해줬는데, 최근엔 그런 게 싹 사라졌다. 지역에서 모임에 가보면 서로 잘해보자고 하면서도 편견으로 인해 서운한 점도 있다"며 "결국 지역주의가 타파되려면 한쪽에서만의 노력으로는 힘들다. 광주와 대구가 함께 섞여서 얘기를 해야 하고, 서로 교환도 해야 한다. 한쪽만 바꾸자고 하면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자기 이득만 생각하는게 아니라 큰 그림을 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말했듯 서 위원장의 현재 직책은 '대구시당 청년위원장'이다. 서 위원장은 1979년생이다. 현재 44세인걸 고려하면 이미 법이나 사회적인 개념에서의 '청년'은 지난 셈이다. 심지어 서 위원장은 원래 자신이 맡고 있던 '민주당 대구 동구갑 지역위원장' 자리를 내려놓고 스스로 청년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이 역시 현재 정치가 퇴보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인 '자리'를 쫓는 행태를 타파해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위원장은 "나는 어떻게 보면 선입견에 도전하고 있다. 내 고향 대구에서 구청장, 국회의원, 대구시장 3번의 도전을 한 만큼 당에서는 나를 대구시당위원장 정도의 급으로 올리기를 원했다"면서도 "나는 그런 선입견이 싫었다. 자리에 대한 권력을 쫓는 것이 아니라, 위치에 대한 기성의 선입견을 깨기 위해서 청년위원장이라는 자리를 택했다"고 말했다.
굳이 '청년위원장'이란 직책을 맡은 이유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이후 대한민국의 가장 큰 이슈 1위가 바로 청년 실업과 고용문제 아니겠나. 이런 시기에 다음 세대인 청년, 특히 비수도권 청년들의 취업을 포함한 결혼 및 금융비용 등의 고민을 해결하는 의정활동을 펼치고 싶었다"며 "청년들은 경험이 부족할 뿐이다. 나도 상근부대변인을 통해서 기성정치를 경험한 적도 있었다. 그 때 항상 아쉬웠던 것이 당 차원에서 '스타플레이어'를 만드는 게 아니라 도전할 수 있는 청년을 육성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공천룰' 등 정책적 변화 가장 시급"
"개딸과 팬덤 구분해서 봐야…팬덤은 안돼"
현재 민주당이 겪고 있는 내부 갈등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특히 계파를 중심으로 당이 분열될 위기에 처한 상황에 대해선 전면적인 혁신과 쇄신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서 위원장은 "당장 내년 총선을 위한 공천룰 등 정책적 변화가 제일 급하다. 특정 계파 및 인물에 초첨을 맞추는 공천이 아니라 시대정신에 맞고 국민과 당원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된다"며 "정치신인에게는 현역 국회의원 지역구에 대한 도전 자체가 모험이다. 정치신인 및 험지 출마자에 대해서는 경선 비용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는 등 누구나 도전할 수 있고 그 결과에 승복하는 당 문화를 만드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당내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개딸(개혁의딸)'을 중심으로 한 팬덤 정치에 대해선 "지난해 6·1 지방선거 당시 대구시장 후보로 경험한 개딸은 기성정치인들이 사회적 약자나 청년을 위해 전력으로 최선을 다해주기를, 그리고 정책적 변화를 요구하는 청년분들이라고 생각한다"며 "개딸과 소위 팬덤 정치는 구분해야 된다. 지금 문제가 된 팬덤 정치는 지지하는 정치인에 동의하는 부류는 우리편, 문제제기 하면 적이라고 규정하는 분들이지 않나. 이 일부 배타적인 팬덤은 퇴보하는 정치폐단의 주범인데, 엄연히 구분은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 위원장은 22대 국회 입성이 목표라고 얘기했다. 그는 "어떻게든 대구에서 다시 해볼 것이다. 이제 나도 나이가 있고,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두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다. 현실적인 22대 국회 입성 방안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서 위원장은 고민조차 하지 않고,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말을 내놨다. 그리고 그 시스템은 자신에게 적용되지 않아도 좋으니, 다른 험지 출마자 또는 신인들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역주의 타파의 측면에서 대구나 광주 같은 지역에서 선거제 개편을 시범 적용하면 어떨까 싶다. 각자 비율대로 해서 손해 보지 않고 정치적으로 개선되는 쪽으로 말이다"라며 "또 석패율이 아닌 다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선거제 개편안 등을 계속 고려하면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굳이 내가 적용받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정치의 발전을 고려한다면 이 같은 혁신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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