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이낙연…국민의힘에서 본 파괴력은
'친명' '친낙' 분화에 "땡큐"라는 與 반응
일각선 김부겸 등 '비명 총결집' 관측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귀국 이후 본격적인 정치 행보 재개를 여야 정치권이 숨죽인 채 지켜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DJ(김대중 전 대통령)' '호남' '친문(親文)' 등 민주당의 전통적인 주류 요소를 모아놓은 듯한 인사다. '개딸(개혁의 딸)' 기반의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은 이재명 대표와 비교해 중도층을 움직일 힘이 있는 인물로 평가 받는다.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이 '이 대표 사법리스크'에 더불어 '송영길 돈봉투' '김남국 코인' 등으로 휘청거리면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낙연 비대위'설이 제기되기도 한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얼굴로 내세워 내년 총선을 치러낼 수 없다면, 이낙연 전 대표가 얼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에서는 현재까지는 "이낙연 파괴력은 없다" "친명(친이재명)·친낙(친이낙연) 분화는 국민의힘에 오히려 호재"라는 반응을 보이는 기류이지만, '신당 문제' 등 야권의 상황이 워낙 유동적이라 향후의 파괴력에 대해서는 가늠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이낙연 활동 재개…'호남' 집토끼 '중도' 산토끼 모두 잡나
이낙연 전 대표는 1일 전남 영광군 법성면 소재 선친 묘소를 찾아 성묘했다. 대선 직후 1년 간 미국 조지워싱턴대 방문연구원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그의 귀국 이후 첫 지역 일정으로, 이날부터 2박 3일 호남 행보에 나선다. 국립 5·18민주묘지와 민중민주열사묘역에 들러 참배하고, 광주비엔날레 전시 등을 관람한다.
귀국 후 첫 공개 일정은 지난달 28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참배였다. 역대 대통령 묘역이 두루 위치한 현충원을 찾아서도 굳이 DJ 묘역만 일단 먼저 참배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전남 영광 출신 이 전 대표의 현재까지의 행보는 '호남'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분석이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계 정당의 뿌리인 호남 '집토끼' 지지를 바탕으로 '산토끼' 중도층을 사로잡을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국민의힘에서도 이 전 대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7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이 전 대표 같은 중도 합리적 인사가 (민주)당을 맡게 되면 우리는 총선 170석이 아니라 120석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친낙계로 분류되는 이개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YTN라디오 '뉴스킹'에서 "하 의원의 얘기는 이 전 대표가 이끌어서 당내 분란이 생기면 자기들한테 아주 유리하다고 본 모양"이라며 "자기들 희망을 얘기를 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 대표 중심으로 그나마 안정적으로 당이 흘러가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갈등이 더 커지면 결국 국민의힘이 바라는 바 아니겠느냐"라며 "여당이야 당연히 민주당이 분열되고 갈등이 있기를 바라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재명·이낙연 '두 개의 태양'…국민의힘 "땡큐"
실제로 국민의힘에선 대체로 이 전 대표의 정치적 행보 재개에 대해 "호재" "땡큐"라는 반응이 나온다. '두 개의 태양'이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이 전 대표의 장외 움직임이 부각되면서 세(勢)가 붙는다면 자연스럽게 이재명 대표 체제의 구심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귀국 이후 친명계의 "만나는 게 우선"이라는 직·간접적인 압박에도 '이낙연~이재명 회동'이 성사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혁신위가 섣불리 '공천 룰'을 건드린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불을 당기면 '친명'과 '비명·친낙'으로 당 분화의 심지가 타들어가게 된다는 예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낙연 전 대표 관련 질문에 "재미있게 보고 있다. 그쪽(민주당)도 치고받고 싸우니 재미있다. 이재명 대표와 공존이 되겠느냐"라며 당 내분을 내다봤다. 이 전 대표에 대해선 "정치경력으로 따지면 이재명 대표와 비교가 안되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이낙연 대표의 등장 자체가 민주당 내부 갈등 요소로 작용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국민의힘은 당 내부 혼란은 있었지만, 그래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원팀'이라는 점은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윤심(尹心)'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서 비롯된 혼란은 있어도, 대체로 '친윤(親尹)'을 지향하는 '단일한 세력'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민주당은 '이재명'과 '이낙연'이라는 두 개의 태양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꼬집은 것이다.
이낙연 파급력, 아직은 생각보다 작다?
다만 민주당에 미치는 이낙연 전 대표의 파급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달 24일 이 전 대표 귀국 현장에는 1000여 명의 지지자들이 모였지만, 전·현직 의원은 대여섯명에 불과했다.
민주당 현역 의원 중에서는 5선 중진 설훈 의원과 이개호·김철민·박영순·윤영찬·이병훈 의원이 현장에 나왔으며, 신경민 전 의원과 이 전 대표의 외곽조직인 연대와공생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최운열 전 의원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지금 이 전 대표가 민주당으로 돌아와도 내년 총선을 이끌 수장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며 "가장 간단하게 공항에 누가, 몇 명이 마중 나왔는지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최소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20명은 공항에 나왔어야 세 결집이라는 표현을 할 수 있다. 그런데 5~6명 정도 나온 것은 단순한 의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라며 "예컨대 이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이 된다고 쳐도, 민주당은 그날로 친명과 비명으로 분열할 것이다. 모든 게 공천과 연관돼 있으니 그럴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일각 '김부겸 신당설'…결합시 파괴력도 관심사
한편 거대 양당에 실망한 무당층 비율이 높아지면서 정치권에서 '제3지대' 열풍이 부는 가운데, '양향자 신당' '금태섭 신당'에 이어 '김부겸 신당' 설도 일각에서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2027년 대선에서 정권을 탈환하려면 이낙연 전 대표처럼 전통적인 호남 지지층에 소구력이 있으면서 중도 확장성이 있는 대권주자 외에도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과 같이 '호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영남의 표도 일부 깨올 수 있는 대권주자'가 있어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이재명 대표는 경북 안동 출신이기는 하지만 영남에서 '비토(절대거부) 정서'가 너무 심해 확장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야권 일각의 시선은 민주당 간판으로 대구에 네 차례 출마해 한 차례 62.3%의 득표율로 당선됐고(2016년 총선), 세 차례 낙선했을 때에도 40%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했던 김부겸 전 국무총리에게 쏠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김 전 총리는 경기 양평에 칩거해 있지만 최근 호남 지역 매체와의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미래가 없다. 대한민국을 책임질 수 있는 집단이라고 국민들이 보지 않기 때문"이라며 "정계에서 한 발 떠나있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땀이 묻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피가 흐르는 민주당을 살리는 과정에서 힘을 보태라고 한다면 그 때는 나도 그것을 외면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해,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
호남의 지지를 받으면서 영남의 표를 깨올 수 있고, 4선 의원에 국무총리와 장관을 지내 정치적 체급이 다른 김 전 총리가 신당 창당을 추동한다면, 이는 정계에 미치는 파괴력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어디까지나 예측이지만, 만약 김부겸 전 총리가 창당하는 신당에 이낙연 전 대표와 친문계·비명계가 모두 결집하면, 이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양당에 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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