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곳 잃은 쏘나타·K5… '럭셔리' 아니면 '가성비 SUV'

편은지 2023. 7. 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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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사이에… 그랜저·K8 오르고 K5· 쏘나타 사라졌다
수입차 시장은 중형 세단 인기 여전…벤츠·BMW '독식'
'럭셔리' 아니면 '가성비 SUV' 양극화… 설 곳 더 좁아진다
대표적인 국산 중형세단인 현대차 쏘나타, 기아 K5 ⓒ각 사

한 때 잘 나가던 국산 중형 세단 K5와 쏘나타의 명성이 이제 '과거'가 된 모양이다. 올해 국산차 등록대수 10위권에는 두 차종의 이름이 쏙 빠지고 그 자리를 준대형 세단과 SUV가 채웠다.


큰 차 선호 현상이 뚜렷해진 가운데 크기가 애매한 국산 중형 세단은 아예 럭셔리 이미지를 강조하는 고가 준대형 세단 또는 가격대가 비슷한 국산 SUV로 양분화되는 모습이다.


2일 국토교통부,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1~5월) 국산 신차 등록 대수 10위권에는 중형세단이 모두 빠졌다.


현대차 그랜저가 5개월간 5만2780대 등록되며 1위를 차지했고, 기아 카니발이 3만1700대로 2위에 올랐다. 이어 스포티지, 쏘렌토, 토레스, G80, 셀토스, 레이, 팰리세이드, K8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년 전인 2012년 데이터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지는 수치다.2012년엔 한 해 동안 쏘나타와 K5가 각각 9만4197대, 7만9050대 등록되며 2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쏘나타는 월평균 7800대, K5는 6500대씩 등록된 셈이다.


올해 10위에 이름을 올린 K8이 5개월간 2만1065대 등록된 것을 감안하면, K5와 쏘나타는 올해 월 평균 4000대도 등록되지 못했다는 의미다. 도로 위에서 택시를 제외하면 중형세단이 전보다 적어진 것 같은 것은 기분 탓이 아니다. 실제로 중형 세단이 안팔리고 있다.


2012년, 2023년 국산 신차등록대수 TOP 10 비교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

월 1만대도 못파는 '국산' 중형 세단… 다 어디로 갔나?

10년 전 국산차 판매량을 이끌던 중형세단 수요는 다 어디로 갔을까. 정말로 세단의 시대가 지고 SUV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일까.


우선 국산 판매대수만 보면 세단의 시대가 저물었다기엔 어폐가 있다. 오히려 준대형 세단 등록대수는 10년 전보다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중형 세단'의 시대가 저물고 '준대형 세단'의 시대는 활짝 폈다.


2012년 기준 연간 8만8048대 등록되며 4위에 올랐던 현대차 그랜저는 올해엔 5개월 만에 이미 5만대를 훌쩍 넘기며 2위와 압도적인 차이로 1위에 올랐다. 2012년 연간 등록 대수의 60%를 5개월 만에 달성한 셈이다. 그랜저와 동급인 기아 K8(10년 전엔 K7)도 2012년엔 순위권에 오르지 못했으나 올해엔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캠핑, 낚시 등 여가활동 확산으로 SUV 인기가 늘면서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중형 세단과 비슷한 가격대에 소형~준중형 SUV 모델들이 늘며 같은 가격이더라도 넓은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가성비 SUV' 차종들이 인기를 얻는 모습이다.


올해 등록대수 10위권에는 기아 카니발을 제외하고 추산하더라도 SUV만 무려 5종이 올랐다. 준중형 SUV인 스포티지가 3위에 올랐고, 이어 쏘렌토, 토레스, 셀토스, 팰리세이드 등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10년전엔 싼타페(5만3303대), 스포티지(4만2544대), 투싼(3만7743대) 등 3개 모델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절대적인 등록 대수는 물론 모델도 다양화됐다.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 ⓒ각사

수입차에선 여전히 세단이 대세… '럭셔리'는 통한다

수입차 시장을 보면 준대형 세단의 인기가 높아지고 중형세단의 입지가 좁아진 것이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10년전 보다 수입차 시장이 커지면서 등록대수도 크게 늘었는데, 여전히 상위권에는 준대형 세단이 대거 포진해있다. 국산 준대형 세단의 가격과 차 크기가 자꾸만 커지는 것도 수입 준대형 세단의 강세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올해 수입차 등록대수를 보면 수입 중형세단 대표주자 BMW 5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는 여전히 SUV를 압도적으로 따돌리며 1,2위 자리를 꼿꼿이 지키고 있다.


BMW 5시리즈는 올해 5개월 간 9317대 등록됐고, 벤츠 E클래스는 6915대 등록됐다. 이는 10년 전 5시리즈는 1만2160대, E클래스는 9454대를 기록한 연간 등록대수의 70% 이상을 고작 5개월 만에 넘어선 셈이다.


통계를 종합해보면, 국산 중형세단 K5와 쏘나타의 몰락은 국내 소비자들의 니즈가 '큰 차'와 '럭셔리'로 옮겨갔기 때문으로 보인다.


세단을 사고 싶은 소비자들은 이제 차급이 한 단계 높고 럭셔리함이 강조되는 준대형 라인업을 선택하고, 이 가격대가 부담인 소비자들은 넓은 공간감을 활용할 수 있는 소형 SUV, 준중형 SUV를 선택하는 것이다.


자존심을 제대로 구긴 국산 중형세단 2종은 올해 나란히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을 통해 하반기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쏘나타는 지난 3월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했고, K5는 올 하반기 부분변경 모델 출시가 예정돼있다. 쏘나타의 부분변경 모델인 쏘나타 디 엣지는 계약 건수가 상당부분 몰리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온다.


다만 올 하반기 더 멋진 외모를 하고 돌아오는 것은 대세로 자리잡은 중형 SUV도 마찬가지다. 올 하반기 싼타페 풀체인지 모델을 비롯해 기아의 효자 모델인 쏘렌토 페이스리프트도 출격을 준비 중이다. 올해 연간 등록 대수 10위권 안에 다시한번 중형 세단이 자리할 수 있을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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