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돈 들고 시간 들고… 실습간 예비 교사들 한숨
실습생과 실습학교 모두 부족한 재정
불안한 실습시기와 빠듯한 일정... 현실적으로 고려돼야
서울 소재 S대학교 사범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이창태(24)씨는 지난 5월 4주간의 교육실습을 마쳤다. 중학생 때부터 역사 교사를 꿈꿨다는 이씨는 아이들 덕분에 너무 행복했다며 즐거워했다. 그러나 행복한 기억만 있지는 않았다. 그는 실습기간 동안 교통비와 식비 등 부수적인 비용을 혼자 감당했다. 실습으로 바쁜 와중에 임용고시에 대한 스트레스가 쌓여만 갔다. 평소 아이들을 좋아하는 이씨지만 학생들과 겨우 친해졌을 때 쯤 학교로 돌아와야 했다.
이씨가 실습을 진행한 고등학교는 재학 중인 대학교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출퇴근하는데 왕복 2시간이 걸렸다. 학교에서 통학버스를 제공했지만 출근길에만 운행됐다. 승차요금은 6천원이었다. 결국 그는 지하철 통근을 택했다. 7만원의 급식비도 사비로 냈다.
이씨는 “교생들은 실습 기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할 여유가 없다. 여건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식비나 교통비를 일부라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육대학 실습생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부산교육대학교 과학교육과를 졸업한 A씨(24) 역시 살던 지역과 거리가 있는 초등학교로 배정받아 실습 기간 동안 머물 숙소를 구해야 했다. 그는 한 달 숙소 값으로 40만원을 냈다. A씨는 “당시 수입이 없어 지출이 많이 부담됐다”며 거주지와 실습 학교 간 거리를 고려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습생들은 실습비를 따로 내지 않았다는 점을 위안 삼았다. 통상적으로 교육 실습생들은 약 10만~15만원의 실습비를 실습 학교에 지불해야 하지만 현재 다수 대학에서 이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교생을 받는 학교들은 그마저도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경북 경산시 사립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김종극(35)씨는 “우리 학교는 교생 한 명당 10만원의 실습비를 받고 있는데 많이 부족하다. 교생을 전담하는 지도교사들은 추가 업무에 대한 정당한 비용을 받아야 하는데 해당 비용이 모두 지도 교사에게 지급된다 해도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다. 이외에 수업 교구 제작 비용 등 부수적인 비용은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내고있다”고 전했다.
경기도 고양시 국공립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B씨(32)는 “대학 측에서 전달받은 실습비는 회의 간식비로 쓰고 나면 동난다. 그 밖의 어떤 용도로 쓰이든 적은 액수인 건 마찬가지”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학생들은 임용고시가 임박한 4학년 때 참여하는 교육 실습에 부담감을 느낀다. 시험 준비를 하는 도중 실습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사범대학교의 경우 4학년 1학기에 실습을 나간다. 교육대학교의 경우 저학년부터 4학년까지 매해 약 네다섯 번의 실습에 참여한다.
이씨는 “실습 기간 동안 임용고시 공부를 한번도 못했다. 매일 수업 구상에 힘을 쏟느라 체력이 고갈됐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 동기 모두 시험 준비에 힘을 쏟을 여력이 없었다”고 전했다.
교육대학 졸업생 A씨 역시 “임용고시 준비생이 대부분인 4학년 때 실습을 나가기엔 어려움이 있다. 실습을 진행한 한 달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현직 교사들도 실습 시기를 재고해야 한다고 말한다.
B씨는 “대학 시절 4학년 때 본격적으로 임용고시 준비에 들어갔다. 그러나 4월에 갑작스레 교육 실습을 나가게 되며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며 “실습에 참여하는 최대 학년을 3학년으로 제한하면 학생들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씨는 늦은 실습 시기는 학생들의 진로 설정에 어려움을 준다고 꼬집었다. 그는 “사범대생들은 4학년에 나가는 단 한 번의 실습으로 이 길을 계속 갈지 판단해야 한다. 일반 학생들이 취업준비에 뛰어들 시기가 돼서야 진로를 고민하는 게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실습생들은 빠듯한 일정에서 비롯되는 피로감을 토로했다.
부산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이가민씨(23)는 작년 한 달 동안 부산 소재의 초등학교에서 교육 실습을 이수했다. 그는 총 12회의 시연 수업을 진행했다. 이씨에 따르면 수업 한 차시 당 준비에 할애되는 시간은 최소 6시간 이상이다. 그는 “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활동을 구성해 이에 맞는 교구를 제작해야 한다. 게다가 지도교사의 피드백에 따라 수업 계획을 계속 수정해야 한다. 많은 동기들이 수업 시연 전날까지 새벽까지 잠을 잘 수 없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전했다.
이창태씨 역시 “대다수의 교육 실습생이 부여받는 과제나 시연 수업들은 한 달 내에 처리하기 벅차다. 하루 4시간 이상 잔 기억이 없다. 병원 갈 시간조차 없어 후두염을 방치했더니 건강이 악화됐다”며 지쳤던 경험을 떠올렸다.
교사들은 교육실습이 단기간에 몰아치듯 이뤄진다는 점을 지적한다.
김씨는 “실습생은 3, 4주차에 수업 시연이 몰려있다. 한 수업을 준비하는데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버거운 일정이긴 하다”라고 설명했다.
B씨는 “막상 교사가 돼 학교 업무에 투입되면 교육보다는 행정 업무가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교육 경험은 과외나 학원 아르바이트를 통해 얻을 수 있다. 행정 업무 경험이 부족한 실습생이 태반이다. 기본적인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조차 다루지 못한 채 떠나는 실습생들이 많다”며 정작 필요한 업무를 경험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사범대학의 교육실습 기간을 기존 4주에서 한 학기(6개월)로 확대하는 ‘학교현장실습학기제’를 운영할 계획이다. 해당 제도는 2028년 전면도입을 목표로 2022년부터 시범운영 중이다. 작년 한 해 경상국립대학교·인하대학교·전남대학교·홍익대학교·한국교원대학교가 시범운영에 참여했다.
학생들은 실습학기제로 인해 실습기간이 늘어나면 보다 양질의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다만 실습기간이 늘어난 만큼 깊이 있는 커리큘럼과 금전적 지원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해람·정고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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