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7100만원, '코로나' 0원…불법천막 변상금 천차만별, 왜

문희철 2023. 7. 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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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을 무단 점유하고 있는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 문희철 기자

서울 도심 인근에 무단으로 설치한 천막에 대해 지자체·자치구가 부과한 변상금이나 과태료가 천차만별인 것으로 드러났다. 18개월째 자리를 차지한 불법 천막엔 한 푼도 부과하지 않았지만, 5개월 된 천막엔 3000만원을 부과했다.

1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중구 도심엔 불법 천막 여러 개가 설치돼 있다. 우선 서울도서관 앞 서울광장에는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가 설치한 천막이 있다. 지난 2월 설치한 천막은 4개동(각 18㎡ 규모)으로 시민분향소로 사용 중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3일 서울시의회 시정답변에서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는) 서울시와 협의 없이 설치한 불법 시설물”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길 건너편에는 코로나19진상규명시민연대가 지난해 1월 ‘코로나 백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세웠다. 합동분향소는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앞에 3개(각 25㎡), 덕수궁 돌담길 앞에 2개(각 15㎡)가 있었는데, 이중 돌담길 앞 2개는 자진 철거했다.

청계광장에도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가 합동분향소를 설치했다. 이 밖에도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지난달 31일 청계광장에 고(故) 양회동 조합원 분향소를 기습 설치했지만, 경찰이 철거했다.

서울 중구 청계광장 앞에 설치된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 합동분향소 모습. 양수민 기자

청계광장·서울광장 차지한 불법 천막

코로나19진상규명시민연대가 설치한 코로나 백신 희생자 합동분향소. 문희철 기자

이들 불법 천막 변상금은 천차만별이다. 서울시와 중구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는 수천만원을 물어야 하지만, 코로나19 분향소는 내지 않아도 된다.

천막을 설치한 장소의 용도가 달라서다. 서울광장·광화문광장 등 서울시가 관리하는 광장을 불법 점유하면 기준에 따라 변상금을 물린다. 셈법은 공시지가 * 점유면적 * 점유일수 * 사용료율(5%) * 가산료(120%)다.

실제로 서울시는 지난 5월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를 설치한 유가족협의회 측에 2899만2000원을 부과했다. 당시 무단 점유 기간은 지난 2월 4일부터 4월 6일까지였다. 같은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지난 6월 말 기준 약 7100만원을 내야 한다.

다만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납부 시한(6월 30일) 전날까지 돈을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총무과 관계자는 “납부 시한까지 미납하면 강제 징수 절차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총파업 결의대회 후 노숙하고 있는 민주노총 건설노조원들. [연합뉴스]

같은 광장이라도 변상금은 공시지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서울광장 안에서도 가장 저렴한 곳 공시지가는 1㎡당 1800만원대지만, 가장 비싼 곳은 3951만원에 달한다.

실제로 지난달 16~17일 서울광장에서 노숙 시위를 한 민주노총 건설노조에 서울시는 9526만원을 부과했다. 이 중 서울광장 무단 점유 변상금(9200만원)은 청계광장 무단 점유 변상금(326만원)보다 약 28배 많았다.

민주노총 무단 점거 변상금 9526만원

광화문광장에 자리했던 세월호 사태 추모 천막. [뉴스1]

반면 코로나19 분향소는 변상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서울 중구측 설명이다. 변상금과 달리, 도로에 천막을 설치하면 적발할 때마다 1㎡당 과태료 명목으로 10만원을 물릴 수 있다. 다만 과태료는 상한선이 있어 한 번 적발할 때마다 최대 150만원까지만 부과한다.

코로나19 분향소는 이마저도 안 내도 된다. 해당 도로 단속 권한이 있는 서울 중구는 “과태료를 부과하려면 납부자를 특정해야 하는데, 코로나19 천막을 설치한 기관 사업자등록번호나 주민등록번호를 특정할 수 없어서 지금까지 한 번도 과태료를 부과하지 못했다”며 “계고장을 4차례 전달하는 등 천막을 자진 철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광화문광장에는 천막이 하나도 없다. 광화문광장은 한때 세월호 분향소가 5년 동안 자리 잡고 있었고, 우리공화당·대한애국당 등이 농성용 천막을 설치했던 장소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세월호 조형물을 옮기고 있다. 세월호 기억공간은 서울시의회 앞 공간으로 옮겨졌다. 김성룡 기자

광화문광장에 펼쳐진 천막이 없는 배경으론 서울시와 종로경찰서의 팀워크를 꼽는다. 경찰 등에 따르면, 애초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는 광화문광장이나 청계광장 인근에 시민분향소를 설치하려 했다.

하지만 이런 소식을 접한 경찰은 서울시와 공조해 2중 바리케이드까지 치면서 광화문을 사수했다. 유가족협의회 등은 결국 광화문광장이 막히자 인접한 서울광장에 시민분향소를 설치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광화문광장에 천막이 들어서면 변상금으로 1㎡당 하루 평균 3264원을 부과한다. 다만 2019년 철거한 세월호 분향소는 세월호특별법에 근거해 설치했기 때문에 변상금 부과 대상이 아니었다. 서울시는 당시 일부 불법 증축한 부분에 대해서만 23만5000원을 부과했다.

정상훈 서울시 행정국장은 “서울광장을 무단으로 점유한 천막은 원칙적으로 강제 철거 대상”이라며 “30일 1차 변상금 부과 의무를 이행하는지 확인한 뒤 계속 점유하면 다시 변상금을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 변상금과 과태료

「 변상금은 사용허가나 대부계약 없이 국유·공유 재산을 사용·수익하거나 점유한 자에게 부과하는 금액이다. 서울광장·광화문광장 등을 무단 점유하면 서울시가 변상금을 부과한다. 이에 비해 과태료는 벌금·과료와 달리 형벌의 성질을 가지지 않는 법령위반에 대하여 과해지는 금전적인 벌이다. 도로를 무단으로 점유할 경우 자치구가 과태료를 부과한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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