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놈처럼 뛰어라" 달라진 김웅…절박한 현역들의 '영역 표시'
#.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송파갑 관련 일정에 빠짐없이 참석한다. 그는 지난달 22일 5·9호선 올림픽공원역 3번 출구 에스컬레이터에서 사고 위험이 있다는 민원을 받고 현장 점검을 했다. 올림픽공원역은 인근 공연장으로 한꺼번에 이동하는 승객이 많아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곳이다. 김 의원은 점검 직후 페이스북에 “서울시와 협의해 예산을 확보하고 사고를 반드시 예방하겠다”고 썼다.
#.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거의 매일 지역구인 전북 군산에서 지낸다. 지난달 18일 군산 수제 맥주 축제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서명 운동을 한 데 이어 지난달 28일에는 군산 JB(전북)문화공간 개관식에 참석했다. 신 의원은 지난달 2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상임위나 본회의가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평일 대부분을 지역구 활동에 할애하고 있다”고 했다.
내년 4월 22대 총선을 9개월 앞두고 현역 의원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위협적인 경쟁자가 시야에 들어온 지역구 의원일수록 더욱 그렇다. 국회 관계자는 “각 정당이 공천 심사에 돌입하기 전에 ‘이 지역구는 나의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일종의 ‘영역 표시’인 셈이다.
임기 시작 1년여밖에 안 된 시점인 2021년 당권에 도전하며 ‘송파갑 불출마’를 선언했던 김웅 의원은 최근 180도 변한 모습이다. 현수막을 2주마다 교체하면서 얼굴 알리기에 나섰고, 지역 활동엔 누구보다 열심이다. 특히 최근에는 현수막용 사진도 다시 찍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예전에는 측면 사진이어서 김 의원을 알아보지 못하는 주민이 많았는데 최근 정면 사진으로 교체했다”며 “당내 소장파인 그는 최근 현수막 메시지도 당 지도부와 가까운 내용을 담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김남국 의원 코인 사태가 벌어지자 ‘김남국 저격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지난달 2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의원이 최근 ‘송파갑에 다시 도전하고 싶은 의지가 확고한데, 공천받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며 “그래서 ‘웅아, 안면몰수하고 미친놈처럼 뛰어야 한다’고 조언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신영대 의원은 최근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김의겸(비례) 민주당 의원이 군산에 사무실까지 내자 움직임이 더 빨라졌다. 친이재명계에 속하는 김 의원이 선명성을 바탕으로 사실상 선거운동에 돌입하자 신 의원은 지역 주민 속으로 더 파고드는 풀뿌리 전략으로 맞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인 그는 지역 현안인 ‘2차 전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군산에 유치하기 위한 활동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대선 주자급 인사도 경쟁자 견제에 나서기는 마찬가지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성남 분당갑에서 지역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안 의원은 장마철 수해 가능성이 커지자 지난달 28~30일 사흘 간 탄천 수해 현장 점검에 나섰다. 주변에서는 ‘1일 1분당갑’(하루에 1회는 반드시 분당갑에서 활동한다는 의미)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안 의원의 지역구에는 21대 총선 때 분당갑에서 당선됐다가 지난해 경기지사 선거 출마로 의원직을 내려놓은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나 이 지역에서 20년 넘게 거주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도전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수석이 지역구를 바닥부터 박박 기면서 다졌기 때문에 안 의원으로서는 불안감이 상당할 것”이라며 “이에 ‘분당갑은 내 지역구’라는 메시지를 계속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열심히 뛴 결과 안 의원이 다른 지역구에서 강의한다는 소문이 나면 섭섭해하는 주민도 생겼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가 지역구인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도 재선 도전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그는 지난 1월 눈 밑 지방 재배치 시술을 받으며 젊은 이미지로의 변신을 꾀했다. 종로는 ‘정치 1번지’인 만큼 중량감 있는 인사가 전략 공천될 수도 있는 지역이다. 최 의원 측 인사는 “최 의원이 그간 종로의 거의 모든 지역을 훑었고 주민들도 반가워하신다”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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