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수능 뚜껑 여니 '역대급 불수능'…13년전 킬러문항 탄생의 비밀
대형 입시학원의 세무조사를 촉발한 ‘킬러문항’을 두고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킬러문항을 배제하라는 대통령 지시가 나왔지만 교육계에서는 여전히 킬러문항의 정의가 모호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교육부는 단순히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기 어려운 내용을 킬러문항으로 정의했다. 하지만 입시 업계와 수험생들은 10여년 전부터 정답률이 매우 낮은 초고난도 문제를 킬러문항으로 불러왔다.
킬러문항의 시작은 ‘2011학년도 불수능’부터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2011학년도 수능은 역대급 불수능이었다. 정답률 한 자릿수의 초고난도 문항이 나왔다. 미분 가능성을 고려해 사차함수 그래프를 추론하는 수리영역 가형 24번 문항은 정답률 5%(메가스터디 추정)를 기록했다. 당시 영역별 표준점수 최고점은 언어 140점, 수리 가형 153점, 수리 나형 147점, 외국어 142점이었다. 표준점수는 자신의 원점수가 전체 수험생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나타내는 점수로, 시험이 어려우면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아진다. 입시 업계에서는 통상 표준점수 최고점이 145점 이상이면 불수능, 135점 이하면 물수능으로 평가한다.
“EBS 연계율 70%로 수능 변질됐다”
학생 100명 중 95명이 틀리는 수능 문제가 등장하면서 학생들 사이에선 ‘킬러문항’이란 용어가 공공연하게 퍼졌다. 김 소장은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라서 ‘애들을 죽인다’는 의미로 학생들끼리 사용한 게 ‘킬러문항’의 시작이다”며 “워낙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용어라 강사들도 수업 시간에 자주 언급하면서 점차 학원가에 퍼지게 됐다”고 말했다.
킬러문항은 언론에도 등장하며 더 널리 퍼졌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에 따르면 ‘킬러문항’(킬러문제)이 전국 단위 종합신문에 처음으로 등장한 건 2011년 6월 6일이다. “(수능을) 전반적으로 쉽게 출제하면서도 과목당 ‘킬러 문제’를 내서 변별력을 원하는 상위권 욕구 채워 줘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킬러문항은 난이도 아닌 공정성의 문제”
하지만 교육계와 학원가에선 이러한 킬러문항의 정의와 선정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수일 사교육걱정 수학교육혁신센터장은 “정부가 킬러문항으로 발표한 수학 영역 9문항 중에 3문항은 동의할 수 없다”며 “킬러 문항에 대한 정의가 단편적이고 추상적인 문구에 그쳐서 이 근거를 본 현장 교사들의 반응은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다’였다”고 말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지금까지는 EBS 연계 여부나 난이도를 가지고 킬러문항을 얘기했지만 지금은 공교육, 공정성 등의 얘기가 나오면서 정의가 혼재돼있다”고 말했다.
우진아 매천고 교사는 “킬러문항의 핀셋 제거로 시작된 대입제도에 대한 논의가 모호한 기준 제시와 혼란 가중으로 끝나선 안 된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서 교실 속 학생들을 살리는 공교육 평가 시스템의 전환을 논의하는 방향으로 확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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