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한테 안경 안 팔아"... 18년차 기부왕이 버럭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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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증산동에서 안경원을 운영하는 강상구 대표는 지난 2005년부터 18년 동안 '조용한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왜 '조용한 기부'를 하는 것일까? 27일 증산동 안경원에서 강 대표를 만났다.
정말로 그냥 하다 보니 이어진 거고요(웃음). 사실 알게 모르게 제 주변에는 그렇게 오랫동안 기부활동을 하는 분들이 되게 많아요.
- 오랫동안 기부활동을 했다고 들었는데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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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시민신문 박은미]
▲ 어려운 이웃을 위해 안경기부를 이어 온 강상구 대표. (사진: 정민구 기자) |
ⓒ 은평시민신문 |
그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21년 12월에는 kt그룹희망나눔재단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한 공로로 주는 'KT희망나눔인상'을 수상했다. 강 대표는 상금 500만 원에 돈을 더 보태 어르신 돋보기 2000개를 다시 기부했다.
그는 왜 '조용한 기부'를 하는 것일까? 27일 증산동 안경원에서 강 대표를 만났다.
▲ 증산동에 위치한 안경원 내부 (사진: 정민구 기자) |
ⓒ 은평시민신문 |
- 기부활동이 의미 있고 좋다는 건 알지만 실천하기는 참 어려운 게 현실인데요, 어려운 이들을 위한 기부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사실 특별한 의미는 없어요. 그냥 어렸을 때 본 장면이 기억에 남아서 그런 거 같아요. 저희 집도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는데 동네에 거지가 오면 부모님께서 늘 밥상을 차려 주셨어요. 이버지는 독학으로 침술을 공부하고 그 재능을 이웃에게 나누어주셨죠. 누가 아프다고 하면 주무시다가도 쫓아갔는데 그 덕분에 많은 분들이 도움을 받았다고 들었어요. 부모님의 그런 모습이 자연스럽게 영향을 준 거 같아요.
정말로 그냥 하다 보니 이어진 거고요(웃음). 사실 알게 모르게 제 주변에는 그렇게 오랫동안 기부활동을 하는 분들이 되게 많아요. 근처 떡집 사장님은 어려운 분들에게 떡을 보내드리죠. 제가 무슨 큰 사명감이 있었으면 더 많이 기부했겠지만 그냥 십시일반 나눈다는 생각으로 한 것뿐이에요."
- 오랫동안 기부활동을 했다고 들었는데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2005년부터 (기부를) 조금씩 했는데, 처음에는 저를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 지인을 통해서 기부했거든요. 주변에서는 제가 이런 활동을 하는지 잘 몰라서 말리거나 응원할 틈도 없었어요."
- 같이 일하는 직원이 대표님이 기부활동은 많이 하는데 본인 신발은 구멍이 나도 잘 모른다고 하던데요.
"저야 뭐, 제가 크게 입고 쓰는 데 별로 신경을 안 쓰니까 그렇게 보였나 봐요."
- 대표님의 경영철학은 무엇인가요?
"그냥 돈을 많이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손님들이 좋은 안경을 쓸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생각이죠. 아마 그렇게 생각하게 된 배경에는 필요 이상의 돈은 별 의미가 없다는 걸 일찍 느꼈기 때문일 거예요.
어느 정도 돈을 벌면 마음이 편해지고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한 3개월 지나니까 또 다른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뭔가를 추구하다 보면 내 몸도 피폐해지고 영혼도 상처받고 그래서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거 같아요. 옛말에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는 말이 있죠.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정승처럼 쓰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정승처럼 벌고 정승처럼 쓰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거 같아요."
▲ 어려운 이웃을 위해 안경기부를 이어 온 강상구 대표. (사진: 정민구 기자) |
ⓒ 은평시민신문 |
- 안경원을 운영하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도 소개했던 이야기인데요, 한 40대 초반의 남성분이 어머니를 모시고 왔더라고요. 그 남성분은 명품옷을 차려입고 있었는데 저한테 '우리 어머니는 좋은 거 필요 없어요'라고 하길래 '당신한테 안경 못 팔겠다'고 했죠.
당신 어머니는 가장 좋은 것만 당신에게 주신 거 같은데 왜 어머니는 좋은 게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지 이해가 안 됐거든요. 보통 손님 같으면 그냥 화내고 갔을 텐데 한참을 생각하더니 '우리 엄마한테 제일 좋은 걸로 해주세요'라고 하더라고요. 안경을 고르면서 보니까 그 아드님이 효자더라고요. 옆에서 골라주는 모습 보면 알 수 있으니까. 지금은 저희 매장 단골이 돼서 친한 관계로 지내고 있어요."
- 손님한테 물건을 안 판다는 말을 하기는 쉽지 않을 거 같은데요.
"종종 그런 경우가 있어요. 보통 장사하는 사람이 참아야지 하는데 저희 매장에서 일하는 안경사들은 30년 이상의 경력자들이에요. 그분들도 존중과 배려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죠. 그런데 그런 존중 없이 함부로 말하는 손님이 있고 그래서 직원이 퇴근할 때 속상해서 고개 숙이고 가는 모습 보는 게 참 싫거든요. 그래서 제가 악역을 자처하죠. 저는 늘 진심은 통한다고 생각해요."
- 기부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도 있을 것 같아요.
"그냥 마음이 좋은 거죠. 사실 사업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인데 어떤 분들은 뭐 다른 뜻이 있는 거 아니냐면서 색안경을 끼고 볼 때도 있어 조금 속상하기도 하고요."
- 우리 사회가 이런 모습이면 좋겠다 하고 바라는 게 있다면요.
"코로나 시기에도 인원감축은 없이 안경원을 운영했어요. 오히려 직원들이 좀 조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 했지만 저는 나중에 잘되면 덜 올리더라도 지금은 함께 버티자고 했죠. 이렇게 좀 서로 돕고 나누는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 강상구 대표는 2021년 12월 6일 KT희망나눔재단에서 수여한 희망나눔인상을 받았다. (사진: 정민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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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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